장기침체 계획경제 토대 와해…체제유지 위한 시장 억압 한계

1. 여는 말

북한에서 시장은 있지만 시장경제는 없고, 시장이 거대하게 확대된다고 하여도 그저 시장일 따름이다라는 지금까지의 북한학전문가들의 견해는 아직도 타당한가?  본 시간에는 북한체제가 지금 시장경제에로 타율적으로 이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행은 가히 비가역적일 것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본격적인 논쟁구도를 전개하는 것이 목적이다.

2. 김정은정권에서 시장화의 진전

김정은체제에 들어 북한은 더 이상 경제발전의 모토를 외부에서 찾을 수 없고, 그렇다고 내부의 계획경제에서 찾을 수도 없는 조건에서 거의 경제발전에 손을 놓고 있다. 국가가 시장의 성격과 활용에 대하여 뚜렷한 입장과 정책을 유보하는 동안 시장은 자연적으로 쑥쑥 성장하여 이제는 국가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기존경제체제에 시장기능을 받아들이도록 압력과 영향력을 높여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 北 노동신문은 19일자 2면에 김정은이 배고동소리를 높이 올리고 있는 조선인민군 제567군부대관하 18호수산사업소를 현지지도했다며 사진과 함께 보도하고 있다. /출처=노동신문

1) 북한에서 시장, 시장화의 의미

북한에서의 시장은 남한의 전통적인 시장과 개념상 같다고 할 수 있다. 즉 시장은 우선 ‘모이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함께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유용한 결과가 있을 것을 기대하며, 인적·물적·시간적·공간적 요소들이 한데 모여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사회적 제도가 바로 시장이다. 인터넷 “한민족백과사전” 인용

- 물화교역(物貨交易)의 장소를 뜻하는 구체적 시장이고,
- 가격형성기능이 강조된 논리적 범주로서의 추상적 시장이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시장이 북한의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주류의 경제원리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는 현상
양문수는 시장화(marketization)란 “다양한 차원인 동시에 매우 광범위하고, 포 괄적인 개념이다. 우리는 대개 시장이라고 하면 백화점이나 재래시장 과 같이 장소, 공간으로서의 시장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는 시장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시장은 장소로서의 측면도 있지만 오히려 시스템이 라는측면이더중요하다.우리가흔히시장이라고하는것은엄밀히따 지면 시장 메커니즘이라고 해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양문수 “북한의 계획경제와 시장화 현상” (서울: 통일교육원), p35

2. 김정은시대 북한의 시장화의 진전

1) 소유제도 면에서 시장화의 본질인 사유제가 자리잡기 시작
 

- 사실 북한에서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물건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개인 소유 재산은 노동에 의한 사회주의 분배, 국가와 사회의 추가적 혜택, 텃밭경리를 비롯한 개인부업경리에서 나오는 생산물, 공민이 사거나 상속․증여받은 재산, 그 밖의 법적 근거에 의하여 생겨난 재산 등으로 이루어지며, 북한 주민은 주택(살림집)과 가정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가정용품, 문화용품, 그 밖의 생활용품과 승용차 등을 소유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북한 민법 제58조, 제59조)

- 그러다가 재산을 개인소지품 수준인 개별재산과 가정재산으로 나누고 개별재산에 한해 상속을 규정했습니다. 북한에서 소유권을 규율하는 법률인 민법에 의하면 부분적으로 사유재산 제도와 상속이 인정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소유권을 소유주체에 따라 국가 소유권과 사회협동단체 소유권, 개인 소유권의 3가지 형태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 최근 북한주민들의 시장활동이 강화되어 상당한 개인재산들이 확보되면서 사적 소유를 주장하고 나서자 인민보안서에 개인재산등록과를 신설하고 개인들이 사적 소유로 주장하고 있는 주택, 기계, 설비들에 대하여 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것은 개인들 사이에 종종 발생하고 있는 민사소송과 관련한 법적인 대응이라고 하겠다. 

- 북한주민들은 자신들이 직접 일구어 농사를 지어먹고 있는 화전에 대하여 배타적인 경작권을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이러한 경작권의 매매를 원만하게 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2) 국가의 자원배분 메커니즘이 거의나 시장에 의거하고 있다. 

- 개인 차원에서 생산한 물품을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다. 즉 텃밭에서나 개인 부업으로 농축산물 등을 생산해 이를 시장에 공급, 최근에는 홀로가 아니라 “끼리”, “쿨레”를 만들어 다수의 합작노동에 의한 생산물을 시장에 공급

- 공장, 농장 등 기업 차원에서 생산한 물품도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다. 공장, 농장에서 생산한 공산품(생필품)이나 식량을 기 업 차원에서 시장에 공급하는 것인데 결국은 개인들이 만든 시장에 국가에 더불살이를 하는 형국이다.

- 중국 등 제3국에서 유입된 물품을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다. 우선 무역회사 등에 의한 공식 수입품을 기업 차원에서 시장에 공급하거나 또 개인 또는기관,기업소에 의한 밀수품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결국 북한 경제운용에 필요한 재원들이 개인과 외부의 경제주체들에 의하여 시장을 통해 공급되고 재분배되는 시스템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 北 노동신문은 21일자 2면에 김정은이 오중흡 7연대칭호를 수여받은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제991군부대를 시찰했다며 사진과 함께 보도하고 있다. /출처=노동신문

3) 의사결정제도 면에서 의사 결정권한이 개인과 가계등으로 분산

- 개인이 북한시장에서 핵심적인 행위자이다. 물론 북한에서 시장의 발달은 생산보다는 유통의 발달, 특히 대외무역의 발달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즉, 북한에서 시장의 발달은 뚜렷한 생산력 증대를 수반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결국은 대규모 유통보다는 소규모 유통이 핵심이므로 이것은 국가나 기업이 아닌, 개인들의 영역이다. 때문에 유통과정에 가격의 결정과 유통의 양과 흐름방향의 결정은 결국 개인과 가계에 의해 좌우지 되고 있다.

- 개인의 의사결정권한이 확대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개인수공업의 확대를 초래하고 있다. 또 한 상점, 식당, 당구장, 가라오케 등의 서비스업에 개인자본이 진출할 수 있는 공간이 크게 넓어지면서 소규모 개인서비스업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아울러 공장, 무역회사, 상점, 식당 등 공식부문 에 개인자본 투입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되어야 한다.

3. 최근 북한의 시장화의 새로운 특징

1) 최근 3년간 김정은은 시장에 대한 “조용한 통제”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김정은 시대에 시장에 대한 북한 당국의 정책기조가 허용보다는 좀 더 높은 수준일 수 있음을 보다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2012년부터 시범운영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6.28방침으로 알려진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이다. 이는 현실과 공식 제도의 괴리를 어느 정도 메워주는 것이 그 기본 방향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공식적으로는 조선신보의 표현대로 “경영권한을 현장에 부여하는 것,”, 그리고 “노동자·농민의 일욕심을 돋구는 것”으로서 생산단위의 자율성 및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신보가 “국가지표 이외의 생산”, “국가계획을 벗어난 생산”에 대해서는 기업에 거의 모든 자율성을 부여하는 ‘독자 경영체제’가 도입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7.1 조치 때 기업에 대해 시장활동을 일부 용인한 ‘계획 외 생산·유통’을 연상케 한다.

2) 시장이 북한의 주요 경제체제로 타율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경제위기도 장기화되고 있지만 이제는 시장화의 역사가 20년을 넘게 되면서 시장화가 타율적으로 진전하고 있다. 시장은 이제 어느덧 북한경제 운영에서, 특히 주민들의 생활에서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자리잡았으며, 어느 정도시스템으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뿐만아니라 이러한 시장화가 진전됨에 따라 소비재시장, 생산재시장, 금융시장, 노동시장 등 4대 시장들이 속속 등장하고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를 확대시키고 있어 이제 북한의 국가경제가 시장을 배척하고 독자발전할 수 없는 경지로까지 시장화가 진전되고 있다고 본다.

3) 시장에서 독과점화가 큰 폐단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화의 진전에 따라 돈주를 비롯한 상층부 상인들이 더욱 돈을 버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여기에다 시장에 대한 단속·통제 강 화는 이들에 의한 부의 집중·집적 현상을 더욱 두드러지게 했다. 이들은 사실상 단속의 수혜자로서 특히 시장에서는 경쟁자들을 제어하면서 자신들의 독과점적 지위를 굳히게 되었다.

동시에 화폐개혁도 경쟁자들을 몰락시키면서 자신들의 독과점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되었다. 실제로 북한시장에서 담배, 술, 생필품, 외국산중고등의류 등 돈이 되는 품목들의 장사는 전국적인 연계망과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큰 손”들에 의하여 독과점화되고 있어 아무도 재력으로 자리를 굳힌 이들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4) 시장에서 부익부, 불평등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핵심 요소의 하나로서 정보활용특권은 주목할 만하다. 즉, 전화를 매개로 해서 돈있는 사람들이 더욱더 돈을 벌게되었다. 전화를 자유롭게 쓸수있다는 것은 각지역의 물품수급상황,가격차등에 대한 정보에서 압도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차지함을 의미한다. 전화와 함께 수송수 단만 확보하면 공간적 이동에 대한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또한 시장지배적 지위를 부여받을 수 있다.

여기에다 단속의 본격화는 주민들의 상행위 비용 증가를 초래했다. 뇌물을 주고 단속을 피해갈 수는 있지만 뇌물의 증가는 상행위 비용상승을 의미하고 이는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켰다. 게다가 화폐개혁으로 화폐자산을 몰수당한 일부 주민들은 시장에서 퇴출당하면서 사회의 최 하층, 특히 일용노동자로 전락하고 있다. 이른바 꽃제비로 전락하거나 범죄의 길로 나서는 사람들도 양산되고 있다,

더욱이 2012년 6월부터 2년 넘게 시범운영되고 있다면 이 또한 ‘시장 친화적’ 상황이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시범운영의 성과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같은 반(反) 시장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우리식 경제관리방법’ 시범운영의 성과에 악영향을 미치고,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의 ‘연구완성’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시장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받으면서 시장화는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 노동신문은 21일자 3면에 김정은특사로 러시아를 방문중인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인 최룡해 당중앙위원회 비서가 18일 모스크바 조국전쟁중앙박물관을 참관했다며 사진과 함께 보도하고 있다. /출처=노동신문

5) 북한당국에게 시장은 상용모순이 아닌, 불상용모순으로 인식되고 있다.

택시와 오토바이, 1만원 짜리 햄버거, BMW 등 외제차, 고급 레스토랑, 태블릿 PC와 스마트폰, 그리고 휴대폰 가입자 240만 명, 아파트 건설 열풍, 자녀들 과외 열풍.

이러한 현상들은 ‘시장화’라고 부르는 그것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2009년 화폐개혁으로 물적· 재정적 토대를 상실했던 북한의 시장은 이제 그 충격에서 벗어나 다시 한 번 속도가 붙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제 북한의 시장화는 북한의 경제성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혹독한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경제가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는 것은 북중경협의 확대와 시장화의 확산이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 덕분이라는 것이다.

결국 북한의 정책당국자들에게 있어서 “시장”은 불상용모순( 즉 현재는 존재하나 향후에는 반드시 근절해야 할 모순)이었지만 지금은 상용모순( 모순이지만 유용성 때문에 존재해도 괜찮은 모순: 즉 필요악)과 같은 것이다.

6) 북한의 시장화는 비가역적이다.

시장에 대한 당국의 정책은 2005년부터 변화의 조짐이 보였고, 특히 2007년부터 는 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통제 정책으로 돌아섰다. 이러한 반(反) 시장화 정책은 2009년 정점에 달했는데, 당국은 종합시장의 직접적인 폐쇄 조치를 시도하고 화폐개혁을 통해 시장의 재정적 기반에 타격을 가하고자 했다.

하지만 생계적 기반을 시장에 두고 있는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었고,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공식경제의 타격도 만만치 않음을 발견한 북한 당국은 결국 2010년 2월초부터 종합시장에 대한 단속의 고삐를 늦추고, 나아가 5월에는 시장에 대한 억제 정책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종합시장은 다시 합법적인 존재로서의 지위를 회복했고, 시장에 대한 유화적인 정책기조는 현재까지 4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오늘날 북한에서 시장화는 더 이상 돌이킬수 없는 계선까지 진전하고 있다고 보느 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반시장화가 김정은에게도 개인들에게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7) 북한 시장화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여러모로 분석할때 장마당은 20여년의 성장기를 거치는 동안에 성격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북한의 장마당은 원래 먹을걸 구하기 위해서로부터 더 질 좋은 생활을 위하여 존재한다는 성질로 승격하였다고 말할수 있다. 또 장마당의 성분은 원래의 힘없고 권력없고 돈 없는자들로부터 힘 많고 권력이 있고 돈 많은 부자들이 더 보충되었다고 볼수 있다.

문제는 독재주의국가에서 정치와 경제는 분리될수 없다는것이다.(현재 중국의 부패 탐오가 바로 정치와 경제의 긴밀한 합작에서 오는것이 생생한 증거이다.) 맑스의 정치경제학에서도 경제기초는 상층건축을 결정한다고 했으니 경제기초가 변하면 상층건축도 변하는것이다.

조선의 경제기초 즉 국유기업(국영기업)은 거의 붕괴되다 싶이 되었다는것은 온 세상사람들이 다 아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현 경제기초는 역사의 필연선택으로 장마당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앞으로 장마당이 북한 경제에 대한 영향은 점점 커진다는 점 역시 의심할 여지가 없다.

장마당에 의해 살아가는 인민, 그리고 원시적자본을 얼마간이라도 축적한 기득권층들도 투자할데가 장마당밖에 없기에 다시 장마당경제의 발전을 도모할것이며 이것이 양적으로 늘어가느라면 질적인 변화도 필연코 수반하게 된다.

4. 나오는 말

시장의 딜레마: 시장화에 대해 북한당국은 근본적인 딜레마를 안고 있다. 경제의 숨통을 트기 위해서는 시장화를 수용해야 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계획경제의 토대가 와해되었고, 북한 내 자원이 고갈된 상태에서, 더욱이 국가가 모든 주민의 ‘먹을것’을 비롯해 생계문제를 해결해 줄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국가는 시장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시장화의 지속성: 시장화를 멈춰 세울 수 있는 힘이 북한당국에 있는가? 라는 질문을 가지게 된다. 물리적인 단속·통제 이외에는 별다른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물리적인 단속·통제는 일시적, 부분적 으로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근원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계획경제의 공급능력 확충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시장화를 관리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수단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 북한당국의 크나 큰 고민 거리이다. 따라서 북한의 시장화는 지속적으로 진전될 것이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이 글은 지난 19일 자유경제원 북한지하경제연구회 출범 첫 토론회에서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가 '김정은정권에서 북한 시장화의 진전과 새로운 변화'를 주제로 발표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