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분야 재정준칙 도입…"증세는 사회적 논의 선행돼야"
   
▲ 기획재정부 청사 [사진=기재부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정부가 국민연금 등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복지 확대에 걸맞게 국민부담률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저출산·고령화와 이에 따른 저성장이 고착화, 나랏빚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기획재정부는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을 발표했다.

우선 수입·지출·재정수지·국가채무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재정준칙을 도입할 계획이다.

총지출 증가율을 명목 성장률 수준으로 관리하고, 차후에 규모를 줄이기 어려운 의무지출을 새로 도입할 경우, 재원 확보 방안을 구체화하자는 게 골자다.

4대 연금 및 4대 보험 기금이 고갈되지 않도록,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정책협의회를 중심으로 개혁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45%로 높이고 보험료율은 9→12%로 상향하거나,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강화하고 대신 보험료율은 13%까지 높이는 내용의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했는데, 국민연금을 더 받으려면 보험료도 더 내야 한다는 취지다. 

앞으로 개혁 방향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국회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안 마련을 지원하고, 기금운용수익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한다.

기재부는 현 추세라면 국민연금 기금이 오는 2041년에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더 빠른 2040년에 적자 전환한 다음, 적자가 누적돼 2054년에 기금이 바닥난다고 전망한 바 있다.

군인연금도 개선 방안을 검토한다.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보험료율을 적정 수준으로 인상하고, 의사 면허가 없는 이가 의료인을 고용해 만드는 불법 사무장 병원도 근절해 재정 누수를 막으며, 시설 이용률도 높여 지출을 보다 효율화한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에 복지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으므로, 국민부담률 상향 조정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부담률이란 한해 국민이 내는 세금과 사회보장기여금을 더한 뒤 이를 그해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으로, 지난 2018년 기준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26.7%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34.3%)보다 7.6%포인트 낮다. 

기재부 관계자는 "복지 수준 향상과 함께 국민부담률이 높아진다면, 재정 건전성이 개선될 수 있다"며 "국민부담률 상승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부담률을 가장 쉽게 끌어올리는 방법은 증세지만, 정부는 '증세'라는 단어에 상당한 부담감을 표명한다.

나주범 기재부 재정혁신국장은 "증세는 사회적 논의가 선행되어야 하는 만큼, 장기재정전망에 이를 가정하지는 않았다"며 "보험료율 등이 인상되거나 국민부담금이 올라갈 수도 있겠고, 경제가 성장해 세금이 많이 걷힐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고강도 지출구조조정을 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비과세 제도도 정비해 수입 기반을 넓힐 방침이다.

유사·중복사업, 저성과나 집행부진 사업을 중심으로 재량지출에 대해 구조조정도 한다.

재정사업 평가제도를 활용해 투자 우선순위에 따라 자원을 배분하고, 관행적으로 정부 자금이 출연되는 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하며, 비과세나 세금 감면 중 실효성이 낮거나 덜 필요한 사업도 정비해 세원을 넓힘과 아울러 역외탈세 과세와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정책도 적극 추진한다.

기술발전 및 신산업 육성, 교육과정의 혁신, 평생교육 및 직업훈련 고도화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 역동성을 높일 기반을 마련하며,  성·연령·계층별 경제활동 참가를 늘리고 출산율을 점차 높여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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