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 7개월만에 낸 2번째 검찰 인사에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정권 관련 수사가 다 막혔다.
'인사가 만사'라는 옛 격언 그대로다. 이번 인사에서 정권 겨냥 수사를 맡아온 검사들이 승진에서 배제되거나 지방으로 쫓겨났고, 반대로 추미애 장관 및 '친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은 대거 발탁되거나 승진했다.
법조계는 그 대표적 사례로 청와대가 직접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받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꼽는다.
지난 3일자로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로 담당 수사팀은 사실상 공중 분해됐다. 앞서 이번 사건 연루자 13명을 재판에 넘겼지만,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및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추가 조사조차 못하고 흩어졌다.
당초 수사팀은 관계자들을 추가 기소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 4.15 총선 이후 이들이 검찰의 소환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수사 지휘라인이었던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과 배용원 후임 공공수사부장은 각각 제주지검장 및 전주지검장으로 좌천을 당했다.
|
|
|
▲ 검언유착 사건을 놓고 지휘권까지 발동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좌측)과 2차례에 걸친 올해 검찰 인사로 측근들이 모두 잘려나간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으로 기소 입장이었던 김성훈 당시 대검 공안수사지원과장 또한 이번 인사에서 국민권익위원회로 파견되면서 재판 공소유지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4월 총선 후 추가 기소를 위해 수사를 재개했던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과 김창수 부부장은 이번 인사에서 대구지검으로, 오종렬 부부장은 광주지검으로 발령났다. 사건 초기부터 다뤄온 이상현 당시 울산지검 공안부장은 지난 2월 대전지검으로 먼저 전보됐다.
원래 수사팀 인력은 10명이었지만 이번 인사로 6명이 전보하거나 휴직하게 됐다.
특히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은 앞으로 구자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지휘하게 되는데, 구 차장은 법무부 대변인 출신으로 추 장관의 '입' 역할을 해온 최측근이다.
재판에서 유무죄를 다툴 기존 수사팀 주축 검사들을 지방 곳곳에 흩어 놓고 측근을 지휘라인에 앉힌 추 장관의 인사에 법조계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윤 총장과 추 장관의 갈등을 대외적으로 표출시켰던 '검언유착' 사건 또한 이와 마찬가지다.
지난 3일부터 김욱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지휘하는데, 그는 이성윤 지검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법무부장관의 지휘권 발동에도 불구하고 윤 총장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기소하지 못하고 이동재 전 기자의 공소사실에 한 검사장의 공범 여부 또한 적시하지 않았다. 이에 세간의 조소를 받았던 검언유착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어떻게 마무리할지 주목된다.
또다른 사례는 최근 뜨거운 이슈로 떴던 추 장관 아들의 군복무 '휴가 미복귀' 사건이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병가를 인정받아 복귀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당시 여당 대표의 위세를 악용해 군 휴가를 부당하게 받아냈다는 주장이 부딪히고 있다.
의혹 당사자인 추 장관 아들은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바 없다. 사건을 맡았던 김남우 전 서울동부지검 차장은 이번 검사장 승진에서 제외됐을 뿐더러, 지난달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할 경우 보복 인사를 겪어 한지로 좌천되거나 결국 그만두게 된다는 영화속 설정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모양새다.
살아있는 권력이 언제까지 갈지, 정부가 검찰 인사로 정권 수사를 좌지우지하는 행태가 계속 이어질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