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20조원 규모로 조성…'민간할당' 비중 65% 차지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미국 루즈벨트 정부의 뉴딜정책은 정치적 효과가 있었을 뿐 경제적 효과는 미미했다는 것이 이미 학계의 정설입니다. 그런 ‘뉴딜’을 표방하며 출범한 이번 펀드에는 정부가 시장 위에 서려는 위험성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철학 차원의 문제가 내포돼 있습니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

정부가 지난 3일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 및 뉴딜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원금보장형’ 등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요소들이 엿보이지만, 결국엔 세금으로 충당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반(反)시장 펀드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의 인기를 위해 시장을 희생시킨다는 근본적 차원의 의문도 제기된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 방안'에 대해 브리핑을 마친 뒤 브리핑룸을 나서던 중 패널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정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뉴딜펀드에 대한 평가가 벌써부터 엇갈리고 있다. 연간 1.5%정도 이상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한국형 뉴딜펀드’에 대해 정부는 원금손실 위험이 적고 안정적이라는 점, 세제혜택이 제공된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고 있다.

정부가 이번 ‘한국판 뉴딜’에 쏟아 붓는 예산은 물경 190조원 규모다. 여기에는 세금은 물론 민간금융기관들이 출자하는 금액까지 포함돼 있다. 한국의 금융기관들이 얼핏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조금만 상황이 바뀌면 정부의 명령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숙명’이 이번에도 재현된 셈이다.

전체 뉴딜정책 계획 중에서 ‘한국형 뉴딜펀드’에 투입된 예산은 5년간 20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여기에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출자하는 금액은 7조원이고, 나머지 13조원은 민간금융에서 채워진다는 점이다. 민간에 ‘할당’된 금액이 전체의 65%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뉴딜펀드에 대해 홍보하는 ‘원금보장’이란 상당부분 민간금융기관의 수습에 기대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민간금융기관들의 돈 역시 국민들과 기업이 맡긴 돈임을 감안하면 결국 정부는 생색을 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야심차게 한국판 뉴딜정책을 표방했지만, 정작 뉴딜펀드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이러한 의혹에 더욱 무게를 싣는다. 뉴딜펀드 계획에는 20조원이라는 금액이 명시돼 있을 뿐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지에 대한 계획은 턱없이 빈약하다. 그래놓고도 일정 수준 이상의 연 수익률을 호언장담하고 있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이번 뉴딜정책과 뉴딜펀드는 정부가 ‘투자 활성화’라는 미명으로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정부가 내놓은 뉴딜펀드 계획만으로는 높아진 국민들의 투자 기대치를 맞추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민심을 잡기 위해 내놓는 관제펀드들의 성공률은 원래 낮은데 이번 정책은 규모가 워낙 커서 파급효과가 미리부터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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