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누적판매 현대차 96.9% 수준까지 추격
K5·쏘렌토 가세해 연말 역전 전망
[미디어펜=김태우 기자]기아자동차가 미국시장에서 현대자동차를 올해 말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시장에서는 생산량의 한계로 2위 자리에 머물러 있는 기아차지만 자동차 최대시장인 미국에서 디자인과 품질로 승부수를 띄워 현대차를 맹추격하고 있다. 기아차는 미국 현지에서 기올 1~8월 누적판매가 37만2831대를 기록했다. 

   
▲ 기아자동차 현지 특화모델 텔루라이드. /사진=기아차


이는 현대차(38만8635대)의 97% 수준에 달하는 판매량으로 신형 K5에 이어 쏘렌토 판매가 본격화되면 기아차 판매가 현대차를 앞지를 것으로 관측된다.

8일 관련업계와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올 연말에는 기아차의 미국 판매가 현대차 판매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2005년 연간 판매 기준으로 기아차의 미국 판매는 현대차의 60.6%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기아차는 지난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약진을 본격화했고 2011년에는 현대차 미국 판매의 75% 수준까지 치고 올라갔다.

당시 기아차의 사령탑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담당하고 있었다. 당시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기아차의 디자인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특유의 인재경영을 통해 기아차의 디자인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대표적인 인물이 피터슈라이어 였다. 

이후 시장에서 기아차의 디자인은 호평을 받기 시작했고 기아차의 새로운 디자인 변곡점 중 하나인 중형세단 K5(현지명 옵티마)가 등장했다. 판매량도 늘어나며 미국 현지시장 성장에 뚜렷한 힘을 보탰다.

이후 기아차의 미국 판매는 점진적으로 성장해 지난 2015년 연간판매가 처음으로 현대차 판매의 82.1%를 차지하며 80%대에 올라섰다. 마침내 지난해에는 기아차의 미국 판매가 현대차의 86.7%를 기록하며 90%대 진입을 예고했고 올해 들어 현실화됐다.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자동차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 대부분이 미국에서 판매 하락을 면치 못했다. 유럽과 일본차를 중심으로 판매 내림세가 뚜렷했다. 

반면 한국의 현대·기아차는 시장 평균 하락치보다 낮은 판매 감소율을 기록하며 선전했고 자연스럽게 미국 시장 점유율도 상승했다. 무엇보다 기아차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올해 들어 8월까지 누적판매 기준 기아차의 판매는 현대차의 96.9% 수준까지 치고 올라갔다. 기아차의 미국시장 효자 모델인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렌토가 가세할 경우 현대차 추월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기아차의 약진에는 신차전략과 함께 다양한 라인업, 현지전략모델의 선방 등 다양한 배경이 존재한다.

   
▲ 미국현지에서만 판매되는 2021 기아자동차 K5 GT라인 1.6T 모델. /사진=기아차


지난해 현대차가 미국시장에 신차를 내놓으며 시장에서 선방을 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기아차의 신차는 올해부터 꾸준히 추가되며 적어도 내년까지는 현대차보다 상대적으로 제품전략은 유리하다.

또 기아차는 다품종을 선보이고 있는 현재의 전략도 미국시장에서 한 몫을 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수소전기차 넥쏘를 포함해 총 11가지 모델을 판매 중이다. 차종 역시 벨로스터를 제외하면 안정적인 판매량을 확보할 수 있는 세단과 SUV에 국한돼 있다. 

하지만 기아차는 14가지 모델로 제품군을 선보있고 차종의 경우도 스포츠 세단 스팅어를 비롯해 준대형 세단 K7(현지명 카덴자)과 대형세단 K9(현지명 K900)도 판매 중이다. 여기에 미니밴 카니발(현지명 세도나)과 현지에서 크로스오버 격인 쏘울과 친환경전용모델 니로 등 다양한 차종이 포진해 있다.

큰 수익을 보여주는 차종들은 아니지만 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잘 표현하고 있는 상징적인 모델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아차는 다양한 고객층에서 브랜드를 알리고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더욱이 쏘울의 경우 미국현지의 첫차를 구매하는 소비층에 어필하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는 향후 미래의 고객수요층까지 확보가능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에 현지화 전략에서 특출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모델이 기아차 텔루라이드다. 

기아차 텔루라이드는 미국에서 직접 생산해 미국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SUV다. 미국시장을 겨냥해 개발됐고 현지에서 큰 인기를 누리며 높은 판매고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지난해 북미 올해의 SUV에 선정되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기아차의 이런 전략을 뒷받침하는 것에는 무엇보다 품질경영을 고수해온 정의선과 정몽구부자의 노력도 있었다. 싼차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의 전체 제품에 진행해온 품질경영은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고 신뢰를 쌓는 중요한 전략이었다. 

기아차는 이런 기반을 발판삼아 지난 6월 미국 J.D.파워가 밝힌 '2020 신차품질조사(IQS)'에서 6년 연속 일반 브랜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기아차는 136점을 받아 닷지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신차 100대당 품질 불만 건수가 136건이라는 뜻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 현지 소비자 단체의 초기 품질 지수에서 늘 대중 브랜드 5위권을 유지해 왔다. 여기에 젊고 스포티한 이미지가 미국 현지에서 인정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스포티한 외관디자인과 함께 감초역할을 하는 퍼포먼스 강한 모델들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모델에 따란 같은 현지공장을 공유하는 기아차가 현대차를 뛰어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며 "탄탄한 품질을 바탕으로 제품라인업의 다양화가 소비자들에게 주는 인식 때문에 이같은 결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