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손흥민(28·토트넘 홋스퍼)이 괜히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승부가 중요하지 않은 연습경기에서, 그것도 이미 승패가 결정난 경기에서, 팀의 실점을 막기 위해 전력질주하는 모습으로 차원이 다른 플레이를 보여줬다. 칭찬 세례가 쏟아진 것은 당연했다. 

토트넘은 지난 6일 새벽(한국시간) 왓포드와 프리시즌 마지막 친선경기를 치러 1-2로 패했다.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뛴 손흥민은 이날 여러모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주장' 완장을 찼고, 페널티킥(PK)이긴 하지만 토트넘의 유일한 골을 넣었다.

손흥민이 캡틴을 맡은 것은 팀 주장인 위고 요리스 골키퍼, 부주장인 해리 케인, 그리고 가끔 주장 완장을 차고 뛴 벤 데이비스가 국가대표 차출 등으로 이날 경기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캡틴 손흥민은 경력상 충분히 주장을 맡을 만하지만, 프리미어리그 팀에서 동양인 선수가 주장 완장을 차는 모습을 쉽게 볼 수는 없다. 그만큼 손흥민은 팀의 핵심이자, 리그에서도 톱 클래스로 인정을 받고 있는 셈이다.

   
▲ 사진=토트넘 홋스퍼 SNS


페널티킥 골도 특별할 것은 없었다. 후반 라멜라가 얻어낸 페널티킥에서 키커로 손흥민이 나섰다. 앞선 프리시즌 3경기에 모두 출전해 3골을 넣으며 팀 내 최고 골감각을 자랑해온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침착하면서도 강한 슛으로 골을 성공시켜 기대에 부응했다.

주장 완장보다, 페널티킥 골보다, 손흥민이 스스로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장면이 경기 막판에 나왔다.

1-2로 토트넘이 뒤져 패색이 짙던 경기 막판, 토트넘은 코너킥을 얻었다. 만회를 위해 전원이 공격에 나섰고 골키퍼 가자니가도 골문을 비우고 공격에 가담했다. 그런데 왓포드 쪽으로 공이 넘어갔고, 역습 기회를 내줬다. 왓포드의 나바로는 중앙선 부근에서 텅 빈 토트넘 골문을 보고 롱 슛을 날렸다. 정확한 슛이었고, 거의 골이었다.

그러나 토트넘 골문 쪽으로 전력질주한 한 선수가 있었다. 엄청난 스피드로 볼을 따라잡았고, 골라인을 통과하기 직전에 볼을 걷어냈다. 바로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의 이 '슈퍼 세이브(?)'로 토트넘은 1-3으로 질 경기를 1-2로 끝냈다.

친선경기에서 1골 차로 지나, 2골 차로 지나 별 상관은 없었다. 다만, 얼마나 진지하게 경기에 임했는지가 손흥민의 이 플레이에서 드러났다. 

경기 후 조제 무리뉴 감독은 "나는 마지막 순간 보여준 모습들이 정말 마음에 든다. 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골을 넣으려 애썼고, 상대 역습에서 손흥민은 1-3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100m를 전력질주했다"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손흥민의 플레이를 칭찬했다. 

팬들 역시 손흥민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믿기 어려운 질주", "지난해 원더골만큼 짜릿했다", '마지막 볼 처리 하나만으로도 손흥민은 이 경기 최우수 선수" 등의 반응을 보였다.

손흥민은 늘 해오던 것처럼 '훈련을 실전처럼, 실전을 훈련처럼' 최선을 다했을 뿐이지만 그가 팀 동료와 팬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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