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차후 우선 고용 약속…조종사노조, 청와대 앞서 집회 개최키로
HDC현대산업개발로 인수 무산된 아시아나항공도 비슷한 길 전망
   
▲ 제 갈 길 가는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여객기./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이 엎어진 이후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이 결국 직원 605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의 첫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그간 우려했던 대량 실업 사태가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7일 오후 정리해고 대상 직원 중 동점자와 휴직자를 제외한 605명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개별적으로 통보했다. 정리해고 시점은 10월 14일로 내용증명 등기발송 등의 절차를 고려해 당초 예정(6일)보다 일주일 가량 밀렸다.

사측과 각을 세워왔던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도 정리해고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스타항공측은 "근로자 대표·조종사노조와 수차례 협의해 근무평가·근속연한·부양가족수·상벌 등 정리해고 기준안을 만든 뒤 이를 점수화 해 기계적으로 산출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에 남은 직원은 총 590명으로 집계된다. 항공기 6대 운항 필요 인원·항공운항증명(AOC) 발급 등에 필요한 필수 인력 등을 고려한 수준이다. 이번 정리해고에서는 정비 부문 인력도 빠졌다.

사측은 "정비 부문 인력은 현재 항공기 보유 대수를 기준으로 산정해 정리해고를 단행하지 않았다"며 "향후 항공기 증가·국제선 재운항을 고려하면 현재 인원도 부족하다"고 전했다.

지난달 말 이스타항공에서는 총 98명이 희망 퇴직했다. 지난 3월 말 코로나 여파로 국제선·국내선을 모두 셧다운 할 당시 직원 수가 1680명가량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5개월여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된 셈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현재 회사가 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인력을 줄여야 해당 직원들이 실업 급여 또는 체당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비 투자자들이 조직 슬림화를 요구하는 점도 고려됐다. 최종구 대표는 사내 게시판에 "인력조정은 현재 인수 의향을 밝힌 측의 핵심 요구사항"이라며 "인력감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시간을 지체할 경우 회사는 한 달 버티기도 어렵다"고 했다. 최 대표는 "피눈물이 나지만 재도약을 위한 말 그대로 고육지책"이라며 경영 정상화 이후 전원 재입사를 약속하기도 했다.

이스타항공은 이르면 이달 말 우선협상 인수 기업을 선정해 10월 중 M&A를 진행한다.

현재 이스타항공 측에 인수 의사를 나타낸 곳은 기업 4곳과 사모펀드 등을 포함해 10여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투자 의향을 나타낸 인수 후보자들에게 투자안내문(티저레터)을 보냈다. 예비투자자 회신에 따라 회계 실사 결과 등을 포함한 투자의향서를 발송한다는 방침이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8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함께 기자회견을 개최해 사측의 대량 정리해고 철회,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재출연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또 부당해고 구제신청 등 법률 대응도 진행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한편 제주항공의 계약 해지 통보 당시부터 우려됐던 이스타항공의 대규모 실직 사태가 현실화됨에 따라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대량 정리해고가 항공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비관 섞인 전망이 나온다.

   
▲ 아시아나항공 A330 여객기./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에서도 벌써 구조조정 우려가 제기된다. 이곳 역시 HDC현대산업개발로의 인수가 엎어졌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의 관리를 받게 되면 인력 감축·경영진 교체·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등은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통매각 대상이었던 자회사 에어부산·에어서울 등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코로나 상황이 계속 진행될 경우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의 구조개편도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내년까지 지속할 경우 상반기 중 파산하는 항공사가 나올 것이라는 어두운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 특성상 고정비, 특히 인건비 비중이 큰 만큼 현금 유출을 막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유·무급휴직 외에 인원 감축 카드를 꺼내 드는 항공사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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