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금융그룹 재건으로 자긍심 회복하자."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겸 행장은 지난 21일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이날 윤 회장은 KB금융의 위상 회복에 대한 열망과 염원이 있었기에 오늘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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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겸 행장/KB금융그룹 제공 |
그는 저성장·저금리·저출산·고령화 등 '3저(低)1고(高)'가 이미 현실이 되었음을 지적하면서, 더욱 치열해진 금융경쟁의 틈에서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된 KB금융그룹의 현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윤 회장은 "과거 10년전 KB의 눈은 국내를 넘어 아시아를 향했었다"면서 "과거 KB는 1등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서민금융 안정과 주택시장 발전을 견인했으며 국가경제의 근원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며 명실공히 대한민국 금융을 선도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된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압도적 우위를 점했던 시장과 고객을 경쟁자들에게 내주었다"고 덧붙였다.
또 "우리를 믿고 기다려준 투자자들과 고객에 대한 기본적인 도리를 지키지 못하고 지탄의 대상이 되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최근 KB금융그룹 내외에서 불거진 일련의 사건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윤 회장은 통렬한 자성으로 스스로를 돌아보자고 목소리를 높이며 지금부터 어떤 변화의 모습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지가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3000만 고객과 1200여 개가 넘는 국내 최대 영업점이 있다"며 "그동안 수 차례 위기극복 과정에서 보여준 응집력과 추진력은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저력이자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그러한 KB만의 장점을 살리고 과거 성공을 경험했던 '성공DNA' 를 다시 일깨워 새롭게 변화된 KB를 보여주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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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겸 행장/KB금융그룹 제공 |
윤 회장은 철저한 내부통제와 윤리의식으로 '사고 없는 깨끗한 KB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최근 KB금융그룹 내외에 불어 닥친 불미스러웠던 일들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함께 금융업 본연의 중소기업 지원과 서민금융 확대를 요청했으며 정부의 정책방향에 부합하는 기술금융 지원 등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더욱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그룹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주어진 소명이라는 점도 언급하며 은행이 확고한 리딩뱅크의 지위를 되찾고 비은행 부문 또한 지속적 성장의 기반을 굳건히 하자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리딩금융그룹으로서의 자긍심 회복 △고객신뢰 회복 △차별화를 통한 그룹의 경쟁력을 강화 등 3가지 방안을 제시하며 전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을 당부했다.
이밖에 관리와 통제가 일상화 되면서 수동적으로 바뀐 우리의 업무를 돌아보자고 제안했다.
이 회장은 "조직에 활력이 넘치고 자율적으로 일하는 것은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지만 지금까지 그렇지 못했던 부분이 많았다"며 "제도와 프로세스를 영업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업점은 고객과 영업에만 집중하고 본부는 현장을 지원할 수 있도록 조직과 기능을 재편하자"며 "현장의 리더가 작은 CEO가 돼 영업점을 경영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하고 재량권을 부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회장은 최근 KB는 일련의 사태로 인해 고객신뢰에 대한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며 '고객이 없으면 KB도 없다' 라는 말로 신뢰회복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상품과 서비스는 차별화하고 고객에게 혼선을 주는 영업과 마케팅은 일관성 있게 재정비해 고객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우리의 영업 행태를 돌아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모든 채널을 고객중심으로 재편하고 어떤 경로를 통해 KB를 방문하더라도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기존 관행에 대한 강력한 쇄신을 당부했으며 아웃바운드 마케팅의 체계화를 통해 변화된 금융환경에 대한 선제적, 적극적 대처 해야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윤 회장은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을 강조하며 글로벌 경쟁을 하는 기업들의 철저한 미래준비에 비교되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자"고 말했다.
이어 "고객과 시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고 덧붙였다.
윤 회장은 취임사 말미에 '서로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화합하고 단합한다'라는 뜻의 '화이부동(和而不同)' 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KB금융 내부에 여전히 존재하는 채널 갈등 극복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그는 2만5000여 전임직원이 다양한 이해관계로 모여 각자의 개성이 다르고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했지만 방향과 목표가 정해지면 KB라는 이름으로 모두 하나가 돼 협력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 첫 걸음은 '신바람 나는 일터' 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며 직원 개개인의 활기가 조직의 활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