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태풍 피해로 내치에 집중…김여정 두문불출 변수 전망
한미 안보라인, 한반도 문제에 총력전 “향후 수개월 중요”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등으로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최근 북한의 심각한 태풍 피해 상황이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최근 태풍 피해가 심각한 북한은 평양 당원 1만2000명을 함경남‧북도에 급파하고, 김정은 위원장은 “연말 투쟁 방향을 변경하겠다”고 밝힐 만큼 외부에 시선을 돌릴 틈없이 내치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어느 때보다 북한 관리에 주력하고 있어 오는 유엔총회 등을 계기로 한미가 새로운 대북 제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관측된다. 

김 위원장이 지난 8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피해지역으로 특정해 언급한 검덕지구는 북한 내 주요 광산 지역으로 검덕광산은 대표적인 납과 아연 산지이다. 또 대흥과 룡양, 백바위 광산은 북한의 3대 마그네사이트 생산지이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10월 10일까지 주택 및 도로와 철길을 복구하고, 연말까지 모든 피해를 100% 복구하라”면서 “예상치 않은 태풍 피해로 인해 국가적으로 추진시키던 연말 투쟁 방향을 변경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당 창건 기념일인 10월 10일을 언급하면서 연말 투쟁 과업들을 변경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볼 때 기념일에 맞춰 완공하려던 평양종합병원 건설 등 사업 계획이 변경되거나 취소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민들이 집을 잃고, 도로와 철길이 유실돼 광산을 오고갈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북한이 군사 도발이나 대대적인 열병식 개최는 실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도 10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북한이 내달 10일 75주년을 맞는 노동당 창건일에 새로운 무기 시스템을 공개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전망하고 있다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어떤 종류의 도발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현재 내부적으로 태풍 피해와 코로나19 대처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배경으로 꼽았다.

앞서 CSIS는 지난 5일 북한 함경남도 신포 조선소를 찍은 위성사진에 기존의 수중발사 시험용 바지선을 끌어낼 때 사용한 예인선과 유사한 선박이 포착됐다며 북극성 3형의 시험 발사를 위한 준비 작업이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힌 바 있다.

   
▲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왼쪽)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사진공동취재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폭스뉴스에 출연해 “북한에 많은 도전 과제가 있다. 경제적 도전이 있고, 코로나19 위협이 있다”며 “우리는 일련의 도전에 맞선 그들을 돕기 위해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10일 국무부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이같이 말하며 “북한주민을 위한 최선의 일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는 것이고, 이것이 북한주민을 위해 더 밝은 미래로 이끌 것임을 김 위원장에게 확신시키기 위해 언젠가 다시 진지한 대화를 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런 입장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미 행정부가 보여온 기존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북미관계의 교착 국면이 길어지고 있고,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나와 트럼프 행정부가 여전히 ‘10월의 서프라이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가능성에 힘을 실어 준다. 

일각에서는 최근 밥 우드워드가 신간 ‘격노’에서 북미 정상간 주고받은 친서 내용을 폭로한 파장을 수습하려는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북한 김여정 노동당 1부부장이 7월 27일 이후 나타나지 않고 있는 사실도 북한이 대화에 나서려는 암시를 주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한미 외교 당국간에도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프로세스 진전과 관련해 북한의 수해와 코로나19 상황에 대처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정책적 방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워싱턴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을 만났고, 전날에는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를 갖고 현 시점의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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