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단 일색 국산차, 가장 GT 다운 기아차 '스팅어'
[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하나의 그룹사로 합쳐진 뒤 두 브랜드는 새로운 모델에 대한 비용절감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플랫폼을 공유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때 처음 등장한 모델이 현대차의 EF쏘나타와 기아차의 옵티마였다. 1가지 플랫폼으로 개발비용을 절반으로 줄이고 2가지 모델을 생산해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겠다는 야심찬 전략이었다. 하지만 두 차종이 경계가 너무 모호해지며 약간의 전략수정이 불가피했다. 

   
▲ 기아자동차의 스포티 DNA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스팅어 마이스터. /사진=미디어펜


이에 현대차는 '니어 럭셔리'로 기아차는 '스포티'로 콘셉트를 잡고 양사의 개성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진행해 왔다. 이 결과 현대차는 현재 제네시스라는 고급차 브랜드를 출시하기에 이르렀고 기아차는 극한의 퍼포먼스 세단 스팅어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기아차는 이런 스팅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스포티한 세단을 출시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통해 전체 라인업의 재미를 살린 대중브랜드로 녹아들고 있다. 

12일 기아차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자사의 퍼포먼스 세단 스팅어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새롭게 출시된 스팅어 마이스터는 기존 2000cc터보엔진부터 시작하는 라인업을 대신해 2500cc 터보엔진을 장착하고 본격적인 퍼포먼스를 자랑할 수 있는 차량으로 등장하며 차별화를 했다. 

전세대 모델도 훌륭한 퍼포먼스와 스타일로 마니아층을 형성할 수 있는 모델이었지만 새롭게 등장한 스팅어다. 하지만 이런 매니악한 요소를 한층 강화하고도 좀 더 안정적인 주행을 할 수 있는 밸런스를 갖추게 된 모델로 찾아왔다. 

스팅어는 퍼포먼스 세단으로 불리지만 성격상으로는 그랜드 투어링(GT)에 속하는 차다. 

일반 양산차와 소량생산 고성능차의 날카로운 경계선이 희미해지면서 고성능차는 더욱 다양해졌다. 이렇게 글로벌 전역에서 새로운 영역을 앞세워 등장한 모델들이 GT카다.

이탈리아어 그란 투리스모(Gran Turismo)에서 파생된 말로 사전적 의미만 따져보면 장거리를 달리기 위한 고성능차를 뜻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최고출력으로 GT를 구분하지 않는다. 혼자 아니면 둘이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에 따라 초창기 GT의 대부분이 2인승 쿠페였다. 이후 GT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2000년대 이후 4도어 세단에 고성능 엔진을 얹은 4도어 GT도 등장했다.

GT는 단순히 고성능을 지향한 스포츠카와 다르다.

스포츠카가 작고 가벼우며 날렵한 디자인을 갖췄다면, GT는 일반 양산차와 다를 바 없는 차 크기를 바탕으로 먼 거리를 달리기에 불편함이 없는 성능을 지닌 차다.

   
▲ 기아자동차의 스포티 DNA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스팅어 마이스터. /사진=미디어펜

   
▲ 기아자동차의 스포티 DNA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스팅어 마이스터. /사진=미디어펜


여기에 여행에 필요한 넉넉한 짐 공간을 갖췄고, 스포츠카 못지않은 날렵한 디자인도 지녀야 했다. 매일 타도 부담이 없는 고성능차가 GT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이처럼 일반 대중 모델과 스포츠카 사이의 경계선에 머물러 있는 GT는 가격이 만만치 않다.

스포츠카 못지않은 고성능 엔진을 얹은 것은 물론, 일반 생활에도 불편함 없는 편의 장비를 가득 담다 보니 가격은 고급차 수준이다.

결국 젊은 시절 스포츠카를 갈망했으나 이제는 흰머리가 가득해진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들이 GT의 주요 고객이 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스팅어는 국산 유일의 GT카에 속하는 모델이다. 특히 꼭짓점에 자리한 V6 3.3 터보는 여러 조건이 GT에 부합하고 이를 의식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새롭게 등장한 2500cc 터보모델로 한층GT카에 부합하는 스펙이 된 스팅어다. 

현대기아차의 뒷바퀴굴림 플랫폼을 바탕으로 네바퀴굴림 AWD를 갖췄다. 앞뒤 무게 배분이 50대 50에 가까운 덕에 노면 굴곡에 따라 뒷좌석이 출렁거릴 일이 적다.

가격과 배기량은 준대형차 K7과 고급 대형차 K9 사이에 자리 잡았으나 애초 개발 콘셉트대로 K시리즈와 별개의 길을 걷고 있다. 그래서 이름도 K시리즈의 굴레를 벗어난 스팅어다.

나아가 웬만한 스포츠카를 가볍게 무시해 버릴 수 있는 날렵한 디자인도 GT로서의 당위성을 확대한다.

제네시스가 뚜렷하게 고급차를 지향점으로 내세웠다면, 스팅어는 고급차+고성능차라는 콘셉트를 지닌 셈이다.

한때 외신으로부터 "스팅어 단종"이 보도되기도 했다. 부진한 판매 탓이다.

   
▲ 기아자동차의 스포티 DNA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스팅어 마이스터에 새롭게 적용된 2500cc 터보 엔진. /사진=미디어펜


고성능은 기본이되 고급장비까지 포함한 GT의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 그만큼 구매력을 지닌 특정 계층을 겨냥하고 있다. 당연히 잘 팔리는 일반모델과 비교할 수 없다.

나아가 스팅어는 이미지 리더의 역할이 뚜렷하다. 변변찮은 스포츠카 없이 '스포티 브랜드'를 추구하는 기아차에 반드시 필요한 차라는 뜻이다.

물론 신모델의 등장으로 이런 의혹을 불식 시켰지만 시장에서는 새로운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시니어 럭셔리를 추구하는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출범한 것처럼, 스포티를 지향점으로 삼아온 기아차가 새로운 고성능 브랜드를 출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주장이다. 제네시스가 그랬던 것처럼, 새 브랜드의 이름이 '스팅어'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N브랜드가 존재하며 고급세단부터 고성능까지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가능해진 만큼 기아차에도 이같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어 향후 변화될 정책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 

앞서 토마스 쉬미에라 현대기아차 상품본부장 부사장은 "현대차의 N브랜드처럼 고성능모델에 대한 브랜드를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어떤 브랜드로 등장할지는 확정하지 못 했지만 각 브랜드의 특성을 살림 모델로 등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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