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과 삼성그룹의 대규모 '빅딜' 인수합병(M&A)이 국내 대기업 간 '윈-윈' 기록으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한화와 삼성이 추진한 빅딜은 두 그룹에 있어 실리와 명분을 모두 갖춘 '알짜배기'로 국내 그룹 간 성공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한화의 삼성 방산·화학 계열사 인수 구조/사진=한화그룹

특히 삼성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7년 만에 국내 그룹 간 M&A를 성사시키며 당시 정부 주도하에 진행됐던 것과 달리 기업 간 자율적인 사례로 기록돼 의미가 깊다.  

먼저 한화는 이번 M&A를 통해 그룹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유화산업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 담겨있다. 나아가 신수종 사업인 로봇산업에서의 경쟁력 강화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인수를 통해 석유화학사업 부문 매출규모가 18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를 통해 지난해 기준 방위사업 부문 매출 1조원 규모에서 약 2조6000억원으로 증가해 이 부문 업계 1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석유화학 부문에서 기초 원료인 에틸렌 생산규모가 세계 9위 수준인 291만톤으로 증대된다. 이에 따라 나프타 대량 구매를 통한 원가 경쟁력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

나프타-콘덴세이트-LPG로 다각화된 원료 포트폴리오도 갖춰 저가 원료를 기반으로 한 북미·중동의 석유화학 회사들과의 경쟁에도 대비할 수 있다.

또 기존 에틸렌 일변도의 제품군에서 탈피해 폴리프로필렌·파라자일렌·스티렌모노머, 경유·항공유 등 제품군을 다각화하게 된다. 이를 통해 기존 일부 주력 제품의 경쟁력과 수익성 악화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수익성장의 기반도 마련하게 된다.

방위사업 부문에서 한화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인수한 것은 방위사업 규모를 확대, 기계·로봇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는 이번 빅딜 효과로 기존의 탄약과 정밀유도무기 중심에서 자주포, 항공기, 함정용 엔진, 레이더 등의 방산전자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해 차세대 방위사업에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다.

지난달 합병한 기계부문(전 한화테크엠)의 산업기계 기술에 삼성테크윈의 메카트로닉스 기술을 더해 공장자동화와 초정밀 공작기계, 태양광 제조설비 등의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도 창출할 수 있다.

특히 한화그룹의 차세대 주력 사업인 로봇 무인화 사업의 경쟁력 강화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뉴시스

재계에서는 이번 M&A합병이 삼성으로써도 이득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번 빅딜은 그동안 삼성 사업 재편이 내부 조직구조와 사업 경험을 안배한 '선택과 집중'이었다면 향후에는 사업성이 낮은 사업을 과감히 도려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제일모직의 오랜 직물·패션 사업은 삼성에버랜드에 넘기고 미래사업인 제일모직의 첨단 소재 영역은 삼성SDI와 합병하며 사업재편 신호탄을 쐈다.

이후 삼성에버랜드는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바꾸며 환골탈태했다. 이어 삼성에버랜드는 건물관리업을 삼성에스원에 양도한 뒤 급식업은 삼성웰스토리로 이관했다. 삼성SNS는 삼성SDS와, 삼성종합화학는 삼성석유화학과 합병했다. 이어 삼성SDS와 제일모직 상장 발표가 이어졌다.

잇따른 사업 재편 중 외부 매각은 지난해 삼성코닝정밀소재를 미국 코닝사에 판 게 유일했다. 제일모직에 차세대 재료 부문을 집중시키는 차원에서 삼성정밀화학부문 내 전자재료부문을 구조조정한데 따른 결정이었다.

또한 이번 M&A는 차세대 성장 방향과 동떨어지고 있는 방위산업 등 비주력 사업 부문의 경우 외부로 과감히 매각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매각 대금으로 전자 및 금융, 정보기술(IT) 등 주력사업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각은 삼성전자와 사업 연관성과 시너지가 낮은 상황에서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신규사업에 대한 투자재원으로 활용코자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