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등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조용한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의 가중이 오히려 주식투자 열풍으로 이어지면서 증권사들에게 호재가 된 것이다. 단, 증권사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 문제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부분이 많은 만큼 극복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유례없는 ‘호시절’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선 실적으로 증명된다. 지난 2분기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한바 있다. 특히 5대 증권사들은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 합계가 사상 최초로 1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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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3분기 실적 예상도 긍정적이다. 에프앤가이드 자료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메리츠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KTB투자증권 등 7개 상장 증권사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87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같은 호실적의 배경에는 최근 국내 증시상황이 매우 긍정적이라는 데 있다. 2030세대 사이에서 주식투자가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면서 투자의 ‘판’을 깔아주는 증권사들은 자연스럽게 이익을 보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투자자들이야 주식에서 이익을 볼 수도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증권사들은 늘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실적에도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상장예정) 등 대어급 회사들의 기업공개(IPO) 역시 상장주관 증권사들의 실적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IPO시장의 경우 코로나19 초기에 크게 위축됐지만 지금은 오히려 ‘과열’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워진 상황이다.
결국 국내 증권사들은 1분기의 코로나19 상황을 완벽하게 씻어내고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는 증권사들의 ‘고객’에 해당하는 투자자와의 신뢰관계와는 별개의 얘기다. 올해 상반기 증권사에 접수된 민원이 대폭 증가했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많아진 만큼 ‘과제’도 많아진 상황을 암시한다.
최근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융민원 접수건수는 4만 5922건으로 전년 동기(3만 9924건)에 비해 무려 15%(5998건)이나 급증했다. 모든 업종에서 민원이 증가했지만 금융투자업종과 은행업권의 증가가 특히 가팔랐다. 이들 업종은 통상 민원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최근의 증가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증권회사에 접수된 민원은 2336건으로 전년 동기(1277건) 대비 무려 82.9%(1059건) 급증했다. 특히 펀드 관련 민원이 가장 많은 516건 접수됐고 파생상품 관련 민원도 174건으로 전년 동기(17건) 대비 923% 폭증했다. 이는 최근의 환매중단 사태 여파가 여전히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
꾸준히 이어지는 거래시스템(HTS‧MTS) 장애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최근 들어 많은 투자자들이 모이면서 시스템 장애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은 지난 3월에만 3차례 접속지연이 발생했고, 지난 달 31일에는 일부 개인 투자자가 보유한 테슬라 주식이 액면분할가에 준하는 가격에 자동으로 매도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전반적인 경제상황은 어렵지만 증권업종의 경우는 성장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양적인 성장상황에 맞춰서 질적인 측면에서도 보조가 뒤따라야 높아진 고객들의 기대치에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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