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스가 요시히데 일본 자민당 총재가 16일 오후 제99대 총리로 선출되면서 이날 ‘스가 내각’도 새롭게 출범한다. 아베 신조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인한 긴급 사태 속 약식 선거로 스가 총재가 선출되면서 1년 임기의 스가 내각 구성과 이후 내각 총사퇴 및 조기 총선거 가능성에 이목이 쏠렸다.
스가 총재는 첫 기자회견에서 연내 조기 총선거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지만 임기 연장이나 정당성 확보에서 여전히 유효한 카드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늦어도 내년 초까지 총선을 치르지 않으면 내년 9월까지 일정을 잡기 힘든 형편”이라고 전망했다.
또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스가 내각’에 대해 아베정권의 ‘시즌 2’라는 시각도 많지만 호사카 교수는 아베 정권에서 냉대받던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파에서 입각한 인물이 나왔고, 스가 총재와 대립각에 있던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 파에서도 등용되는 등 적을 만들지 않는 스가 총재의 스타일이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먼저 스가 내각 출범 직후인 오는 10월이나 11월 조기 총선거가 있을 것이라던 예상이 우세했다. 스가 총재로선 아베 전 총리의 임기인 내년 9월까지 제한된 총리 임기를 연장할 수 있고, 임시 총리를 넘어서 정당성을 인정받아 장기집권 가능성도 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야당의 전열이 정비되기 전인 지금, 새 내각 탄생 때 지지율이 높은 일본국민들의 성향까지 감안한 전망이었다.
하지만 스가 총재는 14일 총재 선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조기 총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일단 선긋기에 나섰다. 이에 대해 호사카 교수는 “우선 코로나 대책이 시급하다는 말이다. 코로나 대책에서 실패하면 국민 반발로 선거에서 패배할 것도 자명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늦어도 내년 1월까지 총선을 치르지 않으면 이후 일정은 더 어려워진다. 3월에는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중요한 일정인 도쿄도위원선거 있고, 7월 이후가 될 경우 도쿄올림픽이 열린다 하더라도 코로나 사태로 성공한 올림픽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선거에서 불리해진다”고 말했다.
따라서 호사카 교수는 스가 총재가 ‘조기 총선은 무리다’라고 말한 것은 ‘당분간 무리’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며 늦어도 내년 초까지 총선을 치르지 않으면 안 될 형편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일본 중의원 임기는 4년으로 내년 10월21일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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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가 요시히데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일본 자민당 홈페이지 |
스가 총리 선출과 동시에 출범할 스가 내각과 관련해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단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을 비롯해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 가지야마 히로시 경제산업상, 아카바 가즈요시 국토교통상,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상, 하심토 세이코 올림픽상의 유임이 확정됐다.
‘스가 후임’인 새로운 관방장관에는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이 자리를 옮기고, 고노 다로 방위상은 행정개혁‧규제개혁 담당상, 다케다 료타 국가공안위원장은 총무상으로 이동한다.
이로써 아베 내각에 몸담았던 11명이 유임 또는 보직 변경으로 스가 내각에서 눌러앉게 돼 전체 20명 각료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아베 전 총리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아소 부총리를 비롯한 아베 인물의 유임은 일단 당내 파벌 지지를 받아 총리가 됐으므로 보은 인사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
새롭게 임명된 방위상에 기시 노부오 중의원이 내정됐지만 이 인물도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으로 외가에 양자로 들어가 다른 성을 쓰고 있다. 이 밖에 스가 내각에서 신설된 디지털상엔 히라이 다쿠야 전 과학기술상이 발탁됐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에서 국토교통상 1자리가 유지됐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스가 내각이 아베 내각과 다른 점은 총재 선거에서 경쟁자였던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파에서 다무라 노리히사 전 후생상을 새 후생노동상으로 1명 등용했고,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 파에서 2명을 등용했다”며 “경쟁자인 이시바 전 간사장이나 대립각에 있던 기시다 전 정조회장 모두 끌어안는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스가 내각 구성은 사실상 그를 밀고 있는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번에 유임된 니카이 간사장은 현재 81세로 박지원 국정원장과 친분이 있을 정도로 ‘친한파’이기도 하지만 얼마 전 미국 언론이 주목한 ‘친중파’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아베 전 총리가 ‘니카이 힘 빼기’에 나섰고, 기시다 전 정조회장을 새 간사장으로 교체하려는 노력을 시도했으나 무산된 일도 있다.
호사카 교수는 “니카이 간사장이 이시바 전 간사장이 아닌 스가 전 장관의 손을 잡는 조건으로 아베 파를 지지세로 전환시켰고, 거대 파벌도 움직인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앞으로 자민당 내 가장 큰 파벌인 호소다파에서 3~4명이 차기 총재로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분열 조짐이 보인다. 니카이 간사장은 이런 상황을 잘 활용하면서 차기 정권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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