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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
삼성과 한화가 자율적인 빅딜을 선보였다.
삼성그룹이 26일 화학 방산부문(1조9000억원규모)을 한화그룹에 매각키로 한 것은 재계의 자발적인 사업 주고받기라는 점에서 향후 우리기업들에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간 빅딜은 98년 외환위기 과정에서 김대중정부에 의해서 삼성 현대 LG 대우 SK 한진 간에 이루어졌다. 당시는 정부의 중재와 강압에 의해 추진돼 부작용이 많았다. 삼성은 빅딜과정에서 자동차사업을 포기한 후 2000년 르노삼성에 매각한 바 있다.
삼성과 한화가 이날 단행한 빅딜은 정부의 간섭없이 서로간의 필요에 의해 성사됐다. 민간차원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좋은 성과를 낸 것이다. 매우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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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대구창조경제단지를 방문한 박근혜대통령을 안내하고 있다. |
삼성과 한화간 사업매각및 인수는 윈-윈의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이 매각한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삼성테크윈은 화학과 방산분야다. 삼성에겐 비주력사업들이다. 삼성은 화학및 방산분야를 매각해서 주력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이번에 매각되는 삼성화학계열사들은 정제마진 축소와 원화강세 등으로 적자를 냈다. 이들 사업은 그룹내 다른 사업들과 시너지효과가 없다는 점도 매각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전자분야처럼 글로벌 리더가 되기에도 한계가 있다.
삼성은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SDS 등 전자소그룹과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 금융소그룹을 2대 핵심사업군으로 재편된 상태다. 이번 빅딜은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분야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이번 빅딜은 이재용 부회장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친 이건희회장이 와병중인 상태에서 이부회장이 대규모 빅딜 단안을 내렸기 때문이다. 포스트 이건희시대의 키워는 업종전문화, 주력사업 경쟁력강화가 될 것이라는 점을 천명한 셈이다.
이부회장의 삼성은 중대기로에 있다. 그룹의 ‘캐시카우’였던 갤럭시 S5 등 스마트폰사업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은 4조원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이상 감소했다. 애플이 아이폰 6등으로 삼성과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는데다, 중국의 샤오미 등이 맹추격하면서 삼성으로선 주력사업 경쟁력강화와 미래신수종사업 개발이 절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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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 시대를 맞아 화학및 방산 등 비주력사업을 정리하는 등 사업재편에 본격 나서 재계에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번 빅딜을 통해 전자및 금융 등 주력사업위주로 업종을 전문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도 화학및 방산을 주력사업으로 육성하는 데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
이재용부회장으로선 내년초 선보일 갤럭시 S6가 빅히트해야 하는 부담감을 갖고 있다. 갤럭시를 대체할 포스트 스마트폰과 미래 신수종사업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삼성은 수년전 2차전지,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태양광 발광다이오드등을 미래신수종으로 선정,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중 태양광과 발광다이오드는 사업성이 불투명한 상태. 이부회장으로선 전자부문의 경쟁력강화와 미래 신수종개발에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다.
이부회장은 재벌의 무분별한 문어발경영을 과감하게 끊으라는 정부와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화답하는 통큰 결단을 내렸다. 한국경제를 선도하는 그룹으로서 정부및 사회와 소통하려는 노력을 보여준 셈이다. 이것은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있는 현대차 등 다른 그룹들에게 적지않은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방위산업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낸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최근 통영함 비리 사건 등으로 방위산업에 대한 국민적 우려와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군납비리에 대해 정부차원의 합동수사도 예고돼 있다. 삼성은 부패없는 경영, 투명과 신뢰로 세계최고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번 매각은 방산및 군납비리 문제가 자칫 그룹에 불똥이 번질 수 있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도 가져오고 있다.
한화도 승자다. 한화는 주력사업의 덩치를 키우고, 경쟁력도 강화하는 호기를 마련했다. 한화의 주력사업은 화학및 방산이기 때문이다. 이들 사업은 삼성에서는 비주력사업이지만, 한화에선 핵심사업이다.
한화는 화학및 방산에서 일거에 국내 1위업체로 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석유화학사업은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인수로 외형이 18조원으로 급격히 커지게 된다. 국내 화학업계 선두인 LG화학과 치열한 선두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게 됐다.
한화는 삼성의 화학및 방산부문 인수에 의욕을 보여왔다. 이번 빅딜은 한화가 먼저 러브콜을 보내면서 성사됐다. 김승연회장이 적극적인 인수합병의지를 보인 것이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룹의 10년, 20년 앞을 내다본 김회장은 삼성의 화학및 방산분야의 우수한 인력과 설비, 기술력을 통째로 사들여 주력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베팅을 한 것이다.
한화의 중장기 경쟁력에 고심하는 오너경영 특유의 강점이 드러난 빅딜이다. 김회장은 뜻하지 않게 환란시절 계열사 지원 문제가 배임죄 덫에 걸려 곤욕을 치렀다. 이번 삼성계열사 인수는 김회장의 경영복귀를 앞당길 수 있는 중요한 전기가 될 전망이다. 그룹총수가 있어야 인수합병과 신규사업육성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재계는 삼성과 한화의 빅딜을 보면서 주력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키워드가 되고 있음을 실감해야 한다. 무분별한 다각화경영은 ‘게도 구럭도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장점이 있는 분야에 주력해 승부를 걸어야 하는 엄중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삼성과 한화의 빅딜은 저성장시대를 맞아 글로벌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있다.
박근혜정부도 기업간 빅딜이 촉진되도록 규제혁파에 적극 나서야 한다. 기업간 인수합병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대못과 가시를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 기업들은 세법과 상법등에서 인수합병을 가로막는 장애요인들이 많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박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규제기요틴, 규제 단두대를 강조했다. 필요성을 입증못하는 규제는 일괄적으로 단두대에 올려 없애겠다고 천명했다. 최경환부총리는 박대통령의 규제단두대선언이 구두선으로 그치지 않도록 후속조치를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정부는 기업들이 정성장시대에 맞게 체질개선과 사업재편, 글로벌경쟁력강화에 나서도록 각종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미디어펜=이의춘 발행인 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