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카 유지 “파벌 넘어 전문성‧성향까지 맞추고 경제 중심”
“‘친 대만’ 기시 방위상 발탁, 중국 반발 아킬레스건 될 것”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본에서 새로 출범한 ‘스가 내각’에 사실상 아베 내각에서 일했던 장관들이 다수 유임된 것이 사실이지만 핵심은 실용주의라는 평가가 나왔다. 

파벌을 넘어서 전문성을 중시했고, 파벌 배분까지 맞춘 개각으로 특히 홍보가 많이 필요한 부처에 ‘다변가’(多辯家)를 앉히는 개인 성향까지 맞췄다는 재미있는 분석도 제기됐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18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스가 총리의 우선 목표는 코로나19 대응에서 성공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후생상을 전문가로 교체하고, 디지털상을 신설했다. 또 관광객 유치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자민당 총재 선출에서 여론 지지가 높았던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대신 스가 총리와 손을 맞잡은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은 일본정부 내 다른 인물들에 비해 친 중국 성향의 인물로 분류된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도모하고 있는 스가 정권이 중국은 물론 한국과 대화를 시작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니카이 간사장은 박지원 국정원장과 친분이 있을 정도로 ‘친한파’로도 알려졌다. 한때 아베 전 총리가 재임 막바지에 니카이 간사장 교체를 시도했던 것을 감안할 때 현 니카이 간사장의 힘을 받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아베 정권과 달리 실용적인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호사카 교수의 분석이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은 올해 7월 도쿄올림픽을 예정하면서 40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계획했지만 올림픽 연기로 무산됐다”며 “스가 총리가 첫 기자회견에서 내년에 6000만명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밝힌 것을 볼 때 현재 일본의 중심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스가 요시히데 자민당 총재 후보와 아베 신조 총리(오른쪽).김민아 제작 일러스트./연합뉴스

이어 “중국인도 일본에 많이 가지만 일본을 찾는 한국인도 상당했다. 특히 한국인은 중국인이나 다른 외국인들이 안 가는 지역에 많이 간다. 지난 수출규제 조치로 홋카이도나 대마도, 큐슈에 한국인 관광객이 사라져 어려움을 겪는 일본인들이 많아졌으니 일본의 새 내각이 한국과 대화를 마다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스가 내각과 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되 현재 한일관계를 경색시킨 이슈인 징용 배상 문제와 수출규제 조치를 철저하게 분리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아베 정권보다 실용적인 스가 정권을 설득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호사카 교수는 충고했다.

호사카 교수는 “스가 총리가 실용적이라고 평가되는 근거는 바로 현 내각 구성에서 찾을 수 있다”면서 “중요한 부처에 파벌을 뛰어넘어 전문가를 등용하고, 지난 총재 선출에서 3위를 차지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파벌에서까지 인물을 발탁하는 것은 현실정치를 하는 사람으로 분석된다. 이념에 사로잡혀 혐한, 혐중을 외쳤던 아베 총리와는 분명 다르다”고 말했다. 

이번에 스가 총리가 자신의 경쟁자였던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파에서 다무라 노리히사 전 후생상을 새로운 후생노동상으로 등용했다. 이에 대해 호사카 교수는 “정책의 우선순위로 코로나19 대책을 꼽고 있는 스가 내각에서 후생상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 파에서 2명을 입각시켰는데 그 중 한사람이 히라이 다쿠야 디지털상이다. 호사카 교수는 “스가 총리는 첫 기자회견에서 디지털정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대응을 위해 전자정부가 필요하다고 했으니 후생상과 디지털상은 스가 내각에서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20명으로 구성되는 스가 내각에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 가지야마 히로시 경제산업상을 포함해 아베 내각의 주요 인사 11명이 재입각했다.

이 중 고노 다로 전 방위상이 행정개혁규제개혁 담당상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스가 내각의 특징이 반영됐다고 한다. 

호사카 교수는 “고노 전 방위상은 외무상일 때나 방위상일 때에도 독단적으로 행동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며 “이번에 보임받은 개혁상은 내정 중심이고, 홍보가 필요한 분야이므로 말을 잘 하고, 주장이 강한 고노 개혁상에게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신임 관방장관이 된 가토 가쓰노부의 경우 후생상에서 자리를 옮긴 인물로 사실상 아베 정권의 코로나 대책에 실패한 사람으로 분류된다”며 “그는 특히 상대방이 질문하면 ‘동문서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성향을 스가 총리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분석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에 자민당 내 각 파벌당 2명 정도씩 장관으로 발탁됐지만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에선 5명이 입각했다. 하지만 인원이 많은 만큼 하시모토 세이코 올림픽담당상처럼 당분간 후순위로 밀린 분야에 적절하게 배치된 특성을 보였다.

호사카 교수는 다만 이번에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 방위상의 경우 스가 내각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호사카 교수는 “아베 전 총리의 잔여 임기 동안 스가 내각에선 사실 외교‧국방 분야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면서 “모테기 도시미쓰가 그대로 외무상으로 유임됐고, 방위상에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가 새로 임명됐다. 그런데 방위상 임명은 아베 전 총리가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밝힌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추진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스가 정권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국, 한국과 대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시 방위상 임명은 중국을 견제하는 트럼프 행정부를 배려한 인사라는 해석이다. 기시 방위상은 친 대만 성향의 인물로 아베 전 총리가 밝힌 대로 오키나와에 중국을 겨냥하는 미사일 기지를 만들겠다는 미일 간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발탁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스가 내각 안에서 경제 활성화냐, 미일협력이냐 두 가지 상충되는 정책 방향을 놓고 힘겨루기가 벌어질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