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작심발언을 했다. 일본의 통화정책을 향한 일침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 제2세션에서 "최근 선진국에서 서로 다른 방향의 통화정책을 펴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자국의 경제 여건을 고려한 선진국의 경제와 통화정책은 신흥국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정부의 문제제기에 G20 각국 정상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종선언문에 "각국 정책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유념하고 스필오버(Spillover)를 지속 관리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내우외환'의 한국경제는 벼랑 끝에 서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우리경제의 활력을 높이고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처방전은 딱 들어 맞는다.
다만, 세계경제 회복세 둔화,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대외변동성에는 대응책이 전무하다. 심지어 후진적인 금융시장에서 외환의 파고에 좌초될 가능성이 크다.
그간 전문가들은 정부의 계획에 내우의 약발은 통할 수 있지만 외환 문제에 있어 외교적 역량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진행하되 대외환경 문제는 국제금융 미팅을 통해 외교적 역량을 펼쳐서 금융시장의 소용돌이를 줄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달 31일 일본중앙은행(BOJ)는 연간 자산매입 규모를 60~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확대결정했다. 장기국채, ETF, 부동산투자신탁 등에서 매입규모를 늘렸다.
이번 양적완화에 대한 일 당국의 평가는 4월 소비세 인상에 따른 악영향이 예상보다 커 수요가 취약하고 디플레이션 심리의 전환을 지연시킬 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아베정권의 돈풀기는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와 마찬가지다. BOJ가 매입하는 CP, 회사채, ETF 등은 초액 대비 상당히 작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언급한 바 있어 내년 7~9월경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비단 일본 뿐만 아니다. 선진국들은 앞다퉈 돈풀기에 매진하고 있다. 세계 시각은 선진국들의 일본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음을 주장하고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에 빠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뉴욕타임즈는 과거 일본의 정책 실패와 경기침체를 지켜보면서 주요 선진국들이 반면교사로 삼지 못한 채 더 큰 실수를 했다고 비판했다.
1990년대 초 일본은 공공투자 확대 후 경기회복을 과신하고 1996년부터 급격히 축소해 경기침체를 경험한 바 있다. 통화정책에서도 유럽중앙은행(ECB)가 2011년 금리를 인상한 것은 BOJ보다 더 큰 실수를 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시점은 소비세 인상의 시기와 접점을 찾을 수 있다. 내년 소비세 인상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일본 신용부도스와프(CDS)는 32bp(9월)에서 52bp(11월13일)로 상승했다.
소비세 추가 인상이 불투명해질 경우 재정건전성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으며 대외 신뢰도가 악화돼 구조적 장기침체의 위험에 빠지게 된다.
신흥국의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중국이나 주요 선진국들도 큰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세계경제의 저성장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가 커질 수 있다"며 "잠재적 위험요인과 위기파급 경로를 사전에 점검하는 등 다양한 대비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미국이나 주요 선진국의 자국의 이기적인 통화정책 속에 변동성 쓰나미에 맞닥드린 한국경제는 풍전등화와 같다.
수출품목 경합도가 높은 수출경기에 타격을 줄수 있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투기적인 자금들이 밀물과 썰물 현상을 벌이면서 금융시장의 왜곡 현상이 발생될 수 있다는 점이다.
BOJ의 양적완화를 선언한 당일 코스피는 기관과 외국인의 팔자세에 2000선을 내주기도 했다.
정부도 이 점을 익히 잘 알고 있다. 이달 초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월례 경제브리핑을 통해 "대외변동성 확대에 따른 우려를 걱정하고 있다"면서 "우리경제의 활력을 높이고 체질을 개선하는데 전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안 수석의 설명으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필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롤러코스터같은 대외변동성을 맞서기 위해서는 경제체질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 수석은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 시절을 일례로 꼽았다. 그 당시 우리경제는 거시건전성에 매우 취약한 현실이었다. 경상적자 누적, 단기외채의 높은 비율, 외환보유고 미달 등 문제점을 떠안고 있었다. 동남아시아 위환위기가 확산되면서 우리 경제위기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결국 경제체질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재정적자를 감수하더라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따라 예산을 편성해 경제활성화에 온 힘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우리경제의 돈맥경화로 돈이 돌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돈을 풀지 않으면 성장잠재력이 추락하고 말거란 절박한 심정을 표현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엔화약세 우려에 따라 한국 경제정책도 확정적 기조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전망했다.
내수약화, 글로벌 수요 둔화와 환율변동성 등의 대내외 요인이 국내경제 회복에 부담을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정훈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연구위원은 "기업체질 혁신을 통한 경상수지와 무역수지 흑자 유지, 외환보유고의 적정수준 간리 등을 통해 성장잠재력의 역량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환율변동성에 중소기업들이 시름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출경합도가 높은 일본 그리고 중국의 2여년만의 금리 인하로 샌드위치가 돼 버린 처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거 환 변동성의 높은 파도에 뱃사람처럼 기업들이 환헤지에 대한 경험치를 쌓아뒀기 때문에 그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환변동을 막기위한 중소기업을 위한 다양한 환변동 보험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들의 체질을 향상시키고 대외변동성의 줄타기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