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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준경 정치평론가 |
최근 유엔이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한 이후 국회에서도 여·야의 ‘북한인권법’이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일괄 상정되었다. ‘북한인권법’은 2005년 국회에 처음 상정되었으나 ‘대북포용정책’에 경도된 야당의 반대로 인해 무력화 되었다.
여·야는 지금 다른 내용으로 ‘북한인권법’을 상정해 놓고 있다. 북한인권 법안이 연내에 통합된 법안으로 국회를 통과 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북한인권법’은 통과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북한인권법’의 실체성과 목적성이 담보된 내용이어야 한다.
정치권의 ‘북한인권법’ 상정 견인한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안
유엔은 지난 19일 새벽 유엔총회 제 3위원회에서 북한 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와 책임자 처벌을 권고하는 내용을 담은 ‘북한인권 결의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유엔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북한 인권과 관련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금년엔 처음으로 북한인권 상황과 관련 책임자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권고했다. 이는 유엔이 현재 북한의 인권상황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한 유엔의 인권 결의안은 찬성 111표, 반대 18로 나타났다. 유엔 가입국가 가운데 86%가 ‘북한인권 결의안’에 찬성한 것이다. 반대한 국가들은 중국, 러시아, 쿠바, 시리아, 베네주엘라 등이다. 이들 국가들은 전통적인 중국 우호국들 내지는 북한과 같이 국제적으로 공인하는 인권탄압 국가들이다.
이번 유엔의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북한에 대한 인권결의안 채택은 북한의 인권문제가 한반도를 넘어선 전 인류의 보편적 과제임을 세계에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그동안 특정 이념 지형에 매몰되어 ‘북한인권법’ 통과에 반대 의지를 지속적으로 다지던 야당의 자세변화를 견인한 요인으로 보인다.
새민련의 ‘북한인권증진법’이 우려스러운 점
새누리당과 새민련은 목적과 내용이 다르게 느껴지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을 담은 ‘북한인권법’을 각각 국회에 상정했다. ‘북한인권법’의 연내 국회통과가 불투명한 이유이다.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안'은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명문화하고 있다. 법안은 그 목적을 북한 주민의 인권보호 사항의 규정과 기본적 생존권 확보를 위한 인권 증진기여에 두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인권 개선의 범위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생활영역'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우리 정부의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공간을 크게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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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국회 앞에서 북한인권법 통과를 위한 모임(대표 인지연) 회원들이 북한인권법 반대 국회의원 규탄 및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환영 성명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주요 내용의 각론은 네 가지이다. 첫째는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자문위원회를 두고 여기서 북한 인권기본계획을 수립, 국회에 보고한다. 둘째는 법무부 산하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해 북한인권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셋째는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해 북한의 인권 실태 조사와 연구, 정책개발 등을 담당한다. 넷째 외교부에는 북한인권대외직명대사를 두고 북한 주민 인권 증진과 인도적 지원을 위해 국제단체나 외국 정부와 인적교류·정보교환 등을 담당하게 하는 역할을 하게 한다. 등 이다.
새민련 심재권 의원이 제출한'북한인권증진법'은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한 실체적 의지보다는 북한 주민에 대한 지속적인 인도적 지원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법안은 북한 주민의 생존권과 자유권 증진의 병행추진을 언급하고 있다. 생존권 증진은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인도적 지원과 자유권 증진은 남북 인권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내용이다.
새민련 법안의 본질적인 문제점은 유엔이 북한인권 탄압과 관련, 그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것을 권고할 정도로 심각히 생각하는 북한 인권에 대한 고뇌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새민련의 ‘북한인권증진법’은 ‘제1조 ‘목적’에서 북한인권 증진활동을 위한 ‘남북인권대화’와 ‘인도적 지원 사업’만을 강조하고 있다. 즉 ‘북한인권법’의 본질인 북한 김정은 정권의 잔인한 인권탄압과 관련한 제제 내용을 전혀 담지 않고 있다. 새민련 법은 원천적으로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한 경고와 압박의 내용을 배제하고 있다. 오히려 남북 상황 등 정치적 지형변화에 따른 대북지원의 불확실성을 차단하는데 그 초점을 맞추고 있는 내용이 핵심이다.
새민련은 새누리당이 법안에서 담은 북한인권재단 설립이나 북한인권대사 신설 등을 도외시 하고 있다. 새민련은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대북전단 살포단체에 대한 지원으로 간주하고 용인할 수 없다는 태도이다.
국회는 ‘북한인권법’의 실체적 목적이 담보된 내용으로 법안 제정해야
새민련의 ‘북한인권증진법’이 주가 된 내용으로 ‘북한인권법’이 제정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한마디로 새민련의 ‘북한인권증진법’은 국제사회의 결기에 찬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 및 국민적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의 면피용으로 보인다.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문재인 비대위원의 발언은 ‘북한인권법’에 대한 새민련의 지향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문 위원장은 “국제 사회의 제재나 압박만으로는 북핵이나 북한 인권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 강조하고 대화와 협력교류를 강조했다.
문 위원도 한 토론회에서 ‘북한인권법’이 북한체제를 흔들거나 붕괴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내용으로 만들어져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을 대북전단 살포를 위한 대결적 대북정책으로 간주하며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실효성을 강조했다.
새민련 대북 인권법안 내용과 당 지도부의 발언에 비춰 볼 때 이들은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한 진정성 있는 사고를 가지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즉 그들의 트레이드마크인 절대적 가치의 ‘대북포용정책’을 화장만 고쳐 ‘북한인권법’으로 활용하는 행태이다. 즉 이들은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한 북한당국에 대한 압박과 제제 언급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오직 대화와 교류, 불변한 지속적 대북 인도적 지원 담보 등에 방점을 둔 목소리만 낼 뿐이다.
국회는 유엔이 김정은의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 권고까지 담은 초강경의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한 것을 직시해야 된다. 북한은 인권탄압 실태에 대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무슨 예가 필요하고 논리가 있겠는가!
‘북한인권법’은 김정은 북한체제의 천인공노할 인권탄압에 대한 실체적이고 분명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 즉 북한에 대한 무비판적 사고를 가진 정파의 주장이 아닌 유엔과 국제사회가 북한 당국에 보내는 인권개선에 대한 의지를 담은 내용이어야 한다.
국회가 제정한 ‘북한인권법’이 오히려 북한 김정일 독재체제를 용이하게 해주는 또 다른 퍼주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새민련은 이제 북한에 대한 미몽에서 벗어나 국제사회가 응시하는 준엄한 북한의 인권실태를 인간의 마음으로 직시해야 한다. 국회의 살아있는 실체적 ‘북한인권법’의 제정을 촉구한다. /성준경 정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