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도 모든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공교육 책임자’로서 ‘협치(狹治)’가 아닌 진정한 ‘협치(協治)’를 함께 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18일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 취소에 직권취소 처분을 내린 교육부를 두고 한 말이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하기에는 조 교육감 본인의 행보가 협치(狹治)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비단 자사고 문제만이 아니다. 그동안 서울시교육청의 각종 인사와 위원 구성은 전교조와 진보단체 일색이었다. 서울시 교원의 6.1% 밖에 안 되는 집단의 목소리를 ‘현장의견’이라고 듣고 있으니 정말 좁은 정치, 협치(狹治)가 아닐 수 없다.
협치(狹治)만 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17일에는 협치(協治)를 한다며 박원순 시장과 조 교육감이 20가지 교육협력 사업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을 알고 보니 편향된 인적 구성의 협치(狹治)를 바탕으로 시민들을 속이는 협잡을 일삼겠다는 협치(挾治)였다.
임명장을 받은 14명의 민간위원에 혁신미래교육추진단과 조교육감 인수위에 참여했던 한만중 전 전교조 부위원장, 김옥성 서울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가 또 포함됐다. 진보교육감 후보로 나선 이력도 있는 이부영 전 전교조 위원장과 조남규 현 전교조 서울지부장도 함께였다.
|
|
|
▲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시스 |
진보교육감 단일화에 참여하고 지지한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의 오성숙 이사와 같은 단체 활동을 했던 김명신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의원도 있었다.
학부모 대표들은 전교조와 한목소리를 내는 참교육학부모회와 역시 진보교육감 지지단체인 평등교육실천학부모회 회장이 포함됐다. 서울시에서 이사를 임명하고 운영하는 서울연구원 연구위원도 버젓이 민간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구성을 바탕으로 협력 사업에는 비리급식으로 검찰조사 중인 친환경유통센터(이하 센터)에 정부지침을 무시하고 특혜를 주겠다는 내용과 서울시의 지원금마저 규정을 어겨 부당하게 사용한 혁신학교 확대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게다가 박 시장은 친환경급식 관련 질문에 “센터가 감사원으로부터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사실 감사원의 처분요구서는 향응 수수, 부당한 계약 연장, 불합리한 농산물 공급자 선정 방식, 부적합 농산물 및 부적합 농산물 생산자 사후관리 미흡, 잔류농약 검사 미흡, 불합리한 공급가격 등이 지적됐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문책 요구를 했다. 그야말로 협잡의 정치, 협치(挾治)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센터에만 감사원이 문제로 지적한 수의계약 범위를 다시 두 배로 확대해주겠다는 것이다. 물론 교육부의 지침을 위반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질문에는 조교육감이 협치(挾治)에 협력하고 나섰다. 그는 “일반 납품업자와 공공기관의 합리적 차별로 볼 수 있는지 자문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일반 납품업자’로 지칭한 업체계약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운영하는 조달시스템인 eaT를 통해 이뤄진다. 센터와 직접 계약을 맺으면 불량업체로부터 강제로 납품받아야 하는 부당한 상황인데도 ‘공공’이 되고 공공 조달시스템인 eaT를 통해 업체와 계약을 맺으면 ‘일반 업자’라는 논리다.
박 시장은 “검사도 전수검사를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답변도 했지만 마찬가지로 사실을 왜곡한 발언이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새누리당 황준환, 송재형 의원에 따르면 친환경농산물은 하루 4건, 일반농산물은 하루 16건의 샘플검사만 하고 있다. 샘플마저도 식약청의 1kg에 비교가 안 되는 10g의 시료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시료가 너무 적어 검사원의 자의적인 조작도 가능한 상황이다.
혁신학교 지원도 마찬가지다. 이미 서울시에서 받은 지원금을 지출이 금지된 내역에 사용한 학교들이 적발돼 직접 감사를 하겠다고 들어도 모자랄 마당에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안 나서니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공익감사까지 청구한 마당에 교육청 예산이 모자라니 지자체 예산을 들여서라도 확대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이 날의 협잡은 이 정도에서 끝났지만 일주일만에 또 협치(挾治) DNA가 발동됐다. 시교육청은 24일 공립유치원의 운영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맞벌이 가정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에듀케어를 8시까지 운영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했다.
그러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에듀케어반 편성 현황 자료를 보면 만 3세 에듀케어를 개설하지 않은 공립유치원은 41%에 달한다. 시교육청의 말대로 8시까지 운영하는 곳은 더 적다. 곧바로 학부모들이 조 교육감의 SNS에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비판 댓글을 쏟아냈다.
협치(協治), 협치(狹治), 협치(挾治). 발음은 같지만 의미는 너무나 다른 단어들. 교육부에 요구하기 전에 조 교육감 자신부터 단어를 잘못 쓰고 있는 것이 아닌지 돌이켜볼 일이다. /박남규 교육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