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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우 기자 |
“약소국이 당연히 추구할 수밖에 없는 비장의 무기일 수 있다.”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책 ‘차이를 넘어서’(2005)의 한 구절이다. 이 표현 하나로 김 수석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북핵(北核) 옹호 취지의 발언이기 때문이다. 표현이 서툴렀다는 게 해명의 전부였다. 청와대는 김 수석 거취에 대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바꿀 생각이 없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어진다. 이번엔 강정구의 발언을 옹호한 정황이 드러났다. 강정구는 2005년 ‘친북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前동국대 교수다. 맥아더 장군을 ‘원수(怨讐)’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결국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한국에서의 미국학-이론과 실제’라는 책에 대한 김상률 교수의 2005년 서평을 보자. 강정구에 대한 김상률의 견해가 드러나 있다. 그는 “미국 역사의 이중성에 대한 비판적 진영 가운데 한쪽에서 주장한 수정주의적 해석에 불과하다”고 썼다. 강정구 논란의 무게감 그 자체를 축소시키는 발언이다. 청와대는 여전히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을까.
'말실수' 아닌 '세계관'의 문제
일련의 논란은 구절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관심 없는 사람들 눈에는 ‘말실수’ 몇 개를 물고 늘어지는 걸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숙명여자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김상률의 글에는 문제가 될 만한 표현이 너무 많다. 구절 몇 개의 문제가 아닌 ‘세계관’의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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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률 교수 논문 '탈식민주의를 넘어서: 세계화 시대의 탈식민 연구' |
특히 문제가 될 만한 것은 그의 반미(反美) 코드다. 김상률 교수의 저작에서 반미의 흔적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김 교수의 2006년 논문을 보자. 제목은 ‘탈식민주의를 넘어서: 세계화 시대의 탈식민 연구’다. 논문에서 김 교수는 9‧11 사태 이후의 미국에 대해서 ‘일방적 군사패권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공세와 제국주의적 문화 헤게모니 그리고 군사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과 분석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절차의 도구로는 김 교수가 천착하는 탈식민주의를 언급한다. 김상률은 이 논문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현실문제들과 씨름하고 정치적 개입을 불사해야 할 것”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 세계화는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의 부활”이다(28쪽). 시장을 ‘제국’으로 표현하고 있는 부분도 눈에 띈다(33쪽). 19쪽에선 광화문 촛불시위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논문 발표 이후 불거진 2008년 반미 광우병 촛불시위는 어떻게 봤을까.
"정치적 개입을 불사해야 할 것"
학자로서 견해를 갖는 것은 자유다. 반미주의자가 김상률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반미 코드를 가진 사람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적어도 다음과 같은 문장에 대해서는 견해가 그대로인지, 바뀌었는지, 바뀌었다면 왜 바뀌었는지에 대한 적확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세계화의 미명하에 미국 중심의 표준화, 서구 자본 중심의 부의 편중화, 서구 문화제국주의에 의한 문화식민화가 진행 중에 있다(35쪽).”
세계화를 ‘문화식민화’로 해석하는 사람이 박근혜 정부 교육문화수석을 한다? 아무리 봐도 부자연스럽다. 더구나 그는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정치적 개입을 불사해야 할 것”이라고까지 말했던 사람이다.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교육문화수석 자리를 관철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정치적 개입’을 완성하기 위함인가? 그는 최근 “미국과의 동반자적 관계가 필요하다는 신념은 확고하다”며 과거의 저작과 반대 취지의 해명을 한 적이 있다. 어느 쪽이 본심인가.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