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우려가 컷 던 현대자동차 노사의 올해 임금협상(임협)이 '임금동결'로 최종 타결됐다. 당초 일부 강성 현장조직이 기본급 동결을 담은 잠정합의안에 반대하면서 진통이 예상됐으나 결국 다수의 조합원들은 '상생'을 택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완성차 업계를 포함한 다른 기업들에게도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업계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한국지엠과 과거로 회귀하려는 르노삼성자동차 노조에게 선한 영향력이 미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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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기아자동차 양재동 사옥/사진=현대자동차그룹 |
현대차 노사는 28일 오후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현대자동차 노사 2020년 임단협 조인식을 진행한다. 현대차는 이번 임협에서 역대 세 번째로 임금동결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내며 업계에 큰 메시지를 남기게 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잠정합의안 가결을 토대로 현대차 노사가 코로나19로 인한 자동차 산업 위기 극복에 힘을 모으고 협력사와의 동반 생존을 일궈 나가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현대차 노조는 전날 전체 조합원 4만9598명을 대상으로 올해 임협 잠정합의안에 대해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4만4460명(투표율 89.6%)이 투표해 2만3479명(52.8%)이 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반대는 2만732표(46.6%)였다.
현대차 노사의 잠정합의안 주요 내용은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150%, 코로나19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 우리사주(주식) 10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이다.
이로써 현대차 노사는 11년 만에 임금을 동결하게 됐다. 또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무파업으로 교섭을 타결했다. 현대차 노사는 IMF로 인한 지난 1998년 외환위기와 2009년 리먼사태에 따른 세계 금융위기 당시 임금을 동결한 바 있다. 이번 임금동결은 역대 세 번째다.
노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예년보다 늦은 지난달 13일 교섭을 시작했지만 두 번째로 짧은 시간인 40일 만에 12차례의 교섭을 진행하며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앞서 노사는 지난 21일 12차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국내 사회·경제적 상황을 고려하고 글로벌 경제 침체로 당면한 자동차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 노사가 공감한 결과다.
특히 노사는 이번 합의에서 '노사 공동발전 및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선언'을 채택했다.
선언문은 △국내공장 미래 경쟁력 확보와 재직자 고용안정 △전동차 확대 등 미래 자동차산업 변화 대응 △미래산업 변화에 대비한 직무전환 프로그램 운영 △고객·국민과 함께하는 노사관계 실현 △자동차산업 위기극복을 위한 부품협력사 상생 지원 △품질향상을 통한 노사 고객만족 실현 등을 통해 자동차산업 생존과 상생의 노사관계를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노사는 이번 사회적 선언을 통해 코로나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품협력사를 지원하기 위해 '상생협력 프로그램'도 그룹 차원에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아울러 노사 별도합의를 통해 울산시, 울산 북구청이 추진 중인 500억원 규모의 지역 부품협력사 고용유지 특별지원금 조성 사업에 참여해 세부 지원 방안을 협의,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차량의 고품질이 고객 확보와 고용안정으로 이어진다는 대전제에 노사가 공감, 생산공장별 품질협의체 구성, 신차단계 노사합동 품질향상 활동 강화, 2025년까지 2000억원 규모 품질향상 투자, 공정품질 피드백 시스템 운영 등 '품질향상을 통한 고객만족 실현'을 위한 완벽품질 확보 방안을 마련해 추진한다.
현대차 노사가 이처럼 기업의 생존과 미래 역량 확보를 통한 조합원들의 고용보장, 그리고 협력사와의 상생에 초점을 맞춘 임협 타결이라는 선례를 만들어냄으로써 자동차 업계전반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맞형으로 노조 규모면에서도 최대인 현대차의 이번 결정이 다른 완성차 업체들에게 상당한 파급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의 임단협을 기준으로 타결을 진행해온 완성차 업계인 만큼 이번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기대하는 여론이 크다.
이에 아직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등의 임단협에도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현대차의 임협 교섭 결과를 관심 있게 지켜봐 왔다. 현재 한국지엠은 올해 호봉승급분 외 기본급 동결을 기본으로 하는 2년 주기 임단협 교섭을 제안한 상태다.
기아차와 르노삼성은 아직 사측 제시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업황과 회사 실적을 고려하면 동결 외에 다른 카드는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지만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향후 교섭에서 다른 완성차 업체들의 사측은 현대차의 '기본급 동결 선례'를 지렛대 삼아 노조 설득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특히 기아차는 그동안 현대차와 동일한 수준에 임금 교섭을 타결해 온 만큼 이번 임협에서 기아차도 동결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가 대승적 차원에서 기본급 동결을 수용하고 무분규로 추석 전 조기 타결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업계 1위 현대차가 기본급을 동결했다는 것은 자동차 업계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시사한다. 다른 완성차 업계 노조도 고용 유지에 초점을 맞춰 교섭에 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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