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내달에 있을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제재심의위원회와 관련, 금융당국이 특정 증권사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를 ‘주요 행위자’로 명시한 검사의견서를 해당 금융사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구태의연한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부활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증권사들은 불편한 연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이 KB증권에 발송한 ‘검사의견서’에서 금융당국은 박정림 대표와 윤경은 전 대표를 ‘주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행위자·감독자’로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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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검사의견서는 금융회사 검사를 마친 이후 당국이 주요 지적사항, 그리고 그와 관련된 책임자를 특정해 금융사에 통보하는 서류다. 여기에서 전현직 CEO들이 책임자로 명시됐다는 것은 곧 당국이 KB증권에 상당히 무거운 징계를 내릴 수 있음을 암시한다.
실제로 다음 달에는 금융당국의 제재심의위원회가 예정돼 있다. 이번에 제출된 검사의견서는 금융사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주요 논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의 현직 사장인 박정림 대표는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군에까지 올라있는 인물이라 이번 제재심 결과에 따라 인사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이번에 알려진 감사의견서 건은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인 증권사‧은행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미 라임사태 제재심과 관련해 “증권사를 먼저 정리하고 은행 쪽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KB증권은 시작일 뿐 다수의 금융사들이 ‘철퇴’를 피하지 못하리라는 예상을 가능케 하는 부분이다.
라임사태에 연루된 또 다른 회사로는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 등이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임직원들이 라임운용과 함께 무역금융펀드의 수익률 조작 사기 등을 주도한 사실이 금감원 조사 결과 밝혀져 한 차례 파문이 일었다.
대신증권의 경우는 라임펀드를 약 2000억원어치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 논란이 불거졌다. 이미 당국이 KB증권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으로 확인된 만큼, 이들 회사에 대한 징계 역시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에 크고 작은 연관이 있는 증권사들은 추석 연휴를 편하게 보내지 못할 전망이다. 연휴 이후 국정감사 분위기와 함께 징계 절차가 가속화되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다수의 회사들이 당국의 징계를 감당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현직 금감원장이 기자들에게 징계수위를 넌지시 ‘암시’하고, 검사의견서에 CEO를 특정해 책임자로 명시하는 것은 지나친 관치금융이라는 지적도 없지는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의 방향성은 재발방지나 소비자 보호보다는 금융사 때리기에 집중된 면이 있다”면서 “CEO를 희생양으로 만들어 여론전을 펼치는 것이 사태의 실질적인 개선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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