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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항공사 로고./사진=각 사 |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지난해 반일불매운동과 올해 코로나19로 실적이 부진한 항공업계가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가운데 업계 자체 구조조정까지 현실화되고 있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로 대형 화물기단을 활용해 적극적인 항공 화물운송을 하고 있다. 두 회사는 화물 전용기 외에도 B777-300ER·A350-900 여객기 좌석도 탈거해 화물기로 개조할 정도 화물 사업에 한창이다.
두 회사는 2분기 각각 1000억원대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재무 안정성은 더 떨어졌다는 게 여의도 금융가 시각이다. 나이스 신용평가는 지난달 26일 보고서 '항공사 상반기 실적점검 및 하반기 신용평가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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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여객기와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에 수출 화물이 실리는 모습. /사진=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제공 |
나이스 신평은 "여객 부문 운항 중단과 환불수요 증가로 영업 현금흐름이 저하되고 자금 부족이 발생함에 따라 차입 부담은 지난해 말보다 더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금융비용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외화환산손실이 대폭 생겨났고 올해 상반기 누적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탓에 자기자본이 줄어드는 등 재무 안정성 지표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총차입금은 작년 말 각각 17조원과 7조8000억원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각각 9000억원씩 늘었다. 두 회사 상반기 누적 당기순손실은 각각 6195억원·6333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대한항공 1099%, 아시아나항공 2291%이다.
나이스 신평은 "올해 하반기는 화물 부문의 실적이 공급 증가에 따른 화물운임 하락·유가 인상으로 하락하며 영업실적·재무 안정성이 저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유휴 자산 매각 등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한진인터내셔널을 통해 소유 중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소재 윌셔 그랜드 센터 관련 지급보증 문제가 얽혀있어 유동성 위기 극복에 애로를 겪게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평가다.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로의 인수 무산과 오너 리스크까지 겹치며 사정이 더욱 꼬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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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타항공 여객기./사진=이스타항공 |
이스타항공은 사실상 파산을 향해 비행하고 있다.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이사는 이스타항공 경영에서 손을 떼고 있는 모양새다. 때문에 경영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고 노조와 계속적인 대립을 이어나가고 있다.
20여대에 달했던 여객기 수도 적어지고 있다. 하지만 업황 악화·항공기 결함 등으로 매출을 내지 못하게 되자 조기 반납을 하는 등 6대만 남겨 회사 규모를 줄이되 위기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측은 복수의 사모펀드와 중견기업들이 인수 의향을 타진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국토교통부 운항증명(AOC)을 다시 받아야 하며 무엇보다 제주항공이 긴급 경영 대여금·인수 계약금 반환 소송의지를 밝혀 인수자들이 선뜻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진에어도 여느 항공사들과 다를 바 없이 여객 사업이 고전하고 있다. 이에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B777-200ER 여객기 좌석 탈거 등을 통해 화물 운송 사업에 뛰어들었다. 진에어는 최근 한진칼로부터 유상증자 지원도 받은 만큼 현금 흐름도 다소 양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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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항공 여객기./사진=제주항공 |
제주항공은 1506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에 성공했으나 3분기 실적에 먹구름이 예상된다. 여객사업부의 매출액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고정비 지출이 큰 탓이다. 항공업계에선 항공기의 비행 구간의 유상 여객(좌석) 수를 비행 구간 거리를 곱한 합계를 RPK(Revenue Passenger Kilometers)라고 부른다. 제주항공 국제선 RPK 값은 전년 동기비 99.2% 떨어져 숨 넘어간다는 분석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3분기 제주항공은 598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이라며 "2020년 전체로 보면 2605억원 가량 손실을 기록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티웨이항공은 642억원 수준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다 돌연 중단했다. 업계에서는 티웨이홀딩스가 추진한 유상증자가 사실상 흥행 실패로 끝났다고 평가한다. 또한 모기업인 출판사 예림당이 티웨이항공을 시장에 내놨다는 이야기가 파다해 티웨이항공의 미래도 불투명한 것 아니냐는 게 업계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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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서울 여객기./사진=에어서울 |
자본잠식률 331%인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에어서울 역시 미래가 투명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그러나 티웨이항공과는 궤를 달리한다는 평이다. 여러 전략적 투자자(SI)들이 매물 스터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여객기 3대를 운용하고 있는 플라이강원은 현재 양양-제주 구간을 1대로만 운항하고 있다. 나머지 2대에 대해서는 조기 반납을 결정해 매각설이 돌고 있다.
아직 여객기 도입 직전이고 국토교통부 운항증명(AOC) 발급을 기다리고 있는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로케이도 위태로운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직원 채용은 끝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기체 인수를 못했고 운항에는 나서지도 못해 각종 운영 자금조로 자본금이 깎이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가 열리기도 전에 국내 항공사는 절반 가량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살아남는 항공사들은 입지가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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