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최근 SK바이오팜·카카오게임즈 등 신규상장주 청약 대박 등의 흐름을 타고 재테크의 주된 흐름이 예·적금에서 주식투자로 바뀌는 분위기다. 문제는 신용대출까지 받아가며 투자를 하는 이른바 ‘영혼까지 끌어모은(영끌)’ 투자자들도 그만큼 많아졌다는 데 있다.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급격하게 늘면서 또 다른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3일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에도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8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948조2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1조7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이는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월별 증가 폭이기도 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주택자금 수요에 따른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전월 대비 6조1000억원 증가한 이유가 컸다. 하지만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이 이 기간 5조7000억원 늘어난 점이 가장 주효했다.

한은은 공모주 청약 증거금 납입과 상장주식 매수 등을 위한 투자자금 수요가 늘어난 점을 기타대출 잔액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반면 정기예금에서는 돈이 빠르게 유출되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7월 7조원 감소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3조8000억원이나 급감했다.

예금에서 빠져나온 금액은 공모주 청약 등 새로운 테마에 몰리고 있다. 최근 있었던 카카오게임즈 청약에서는 무려 57조원을 넘는 청약증거금이 몰리며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SK바이오팜 때도 30조원이 넘는 청약이 진행됐다.

연휴가 끝나면 올해 신규상장 시장 최대어로 손꼽히는 방탄소년단(BTS) 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상장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 몰리는 돈의 규모 또한 기록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들어 부동산 투자의 활로가 막히면서 주식시장으로 모든 투자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증가세가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판단을 내리고 ‘은행권 대출 조이기’에 돌입했다. 그러나 1금융권 대출이 막히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대출수요가 옮겨가는 양상이 나타나 상황 통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공모주 청약에 나선 사람들 중에는 처음으로 주식투자에 나선 이른바 ‘주린이(주식투자 어린이)’들도 상당수”라면서 “금융당국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이들의 수요를 무조건 막을 것이 아니라 건전하게 돈이 돌 수 있는 활로를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