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이 아버지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조현식 부회장이 참가인 자격으로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청구인과 같은 자격을 갖는 것이어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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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전경 /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
6일 관런업계와 법원에 따르면 조현식 부회장은 지난 5일 서울가정법원에 참가인 자격으로 성년후견 심판 의견서를 제출했다. 사실상 성년후견 심판에 참여할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현식 부회장의 참가신청서 제출로 한국타이어 집안의 대결 구도는 한층 뚜렷해질 전망이다.
한국타이어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분쟁은 7월30일 조양래 회장의 큰딸인 조희경 이사장이 서울가정법원에 조양래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며 시작됐다.
한정후견은 질병, 장애,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결여된 성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해 주는 성년후견제도의 하나다.
조희경 이사장은 아버지인 조양래 회장이 조현범 사장에게 지분을 모두 넘겨준 점을 언급하며 "조양래 회장이 건강한 상태로 자발적 의사 결정이 가능한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청구 이유를 밝혔다.
앞서 조양래 회장은 6월26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둘째 아들인 조현범 사장에게 자신이 보유한 그룹 지분 23.59%를 모두 넘겼다. 합산 지분 42.9%를 갖게 된 조 사장은 최대주주에 올랐고, 업계에서는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현재 조현범 사장을 제외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조희경 이사장(0.83%) △조현식 부회장(19.32%) △차녀 조희원 씨(10.82%) 등 30.97% 수준이다.
이후 조현식 부회장도 8월25일 입장문을 통해 "건강상태에 대한 논란은 조양래 회장 본인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주와 임직원 등의 이익을 위해서도 법적인 절차 내에서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객관적이고 명확한 판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히며 성년후견 심판 참여를 공식화한 바 있다.
다만, 조희경 이사장 측은 조현식 부회장과 손잡은 모양새로 비치는 것에 부담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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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왼쪽)조현범 사장과 조현식 부회장. /사진=한국타이어 |
조희경 이사장은 성년후견 심판 청구에 대해 "회사 경영이나 재산권을 문제 삼기 위해서가 아니다. 회사 내에서 아버지의 평소 뜻과 다른 결정이 내려지며 당혹스러웠고, 객관적인 판단을 받을 방법이 성년후견 심판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경영권과 재산에 관심이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 밖에도 조 이사장은 "부친은 주식을 공익재단 등 사회에 환원하고자 했으며 사후에도 지속 가능한 재단 운영 방안을 고민했다"며 공익적인 기여를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의 평가는 엇갈렸다. 조희경 이사장이 조양래 회장이 보유했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에 대해 욕심을 내고 있다는 시선 때문이다. 조양래 회장이 보유했던 해당 지분을 한국타이어나눔재단에 기부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에 재계는 조희경 이사장의 이같은 행보가 경영권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양래 회장의 지분 23.59%를 차남인 조현범 사장이 아닌 한국타이어나눔재단에 기부할 경우 조희경 이사장은 사실상 최대 주주(관련 지분 24.42%)로 최대 의결권이 가능해진다.
조희경 이사장은 재단 기부를 받아 잇속을 챙기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조현식 부회장 이외에 다른 직계 가족인 차녀 조희원 씨가 별도의 입장을 낼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양래 회장은 앞서 조희경 이사장이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한 다음 날 입장문을 내고 "조현범 사장에게 약 15년간 경영을 맡겨왔고, 그간 좋은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라며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고 판단해 이전부터 최대주주로 점찍어 두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양래 회장이 경영 승계를 마무리 한 상황에서 발생한 이같은 행보는 경영승계에 반발하는 것"이라며 "법원의 최종 결정을 봐야 겠지만 부친인 조양래 회장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면 사익을 위한 행보라는 이미지를 벗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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