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지원 기안기금 2조4000억원에 연 7%+α 고금리 적용
연 이자만 1680억원 수준…산업은행 "신용등급 관련 특혜 시비 차단"
정부 부처들, 항공권 316억 선결제…대한항공 제외 나머지, 수입<수수료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코로나19 직격탄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이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받으며 내야 할 이자가 연간 16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긴급 지원하는 기안기금이 고금리로 책정돼 사실상 정부의 이자놀이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한 정부가 항공업계를 돕는 차원에서 항공권을 선주문 해놓고 실제 집행은 하지 않아 항공사들이 수수료만 부담하게 돼 항공사들의 손해만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인천국제공항에 서있는 아시아나항공 소속 여객기들./사진=연합뉴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안기금 운용심의회는 아시아나항공에 대출해줄 자금의 금리를 연 7%+α 수준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운용심의회는 지난달 11일 총 2조4000억원 규모의 기안기금을 아시아나항공에 대여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아시아나항공 신용도가 BBB-이기 때문에 잔존 만기 3년인 회사채 유통금리를 적용할 경우 시장금리는 연 7%대 수준이라는 게 금융권 설명이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기안기금 이자로만 연 168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한국산업은행 관계자는 "개별 기업 금리 수준 등 세부조건은 비공개 대상"이라면서도 "시장금리에 리스크를 감안해 가산금리를 더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 속에서 이와 같은 잣대를 경영난에 처한 기업들에 들이대는 것은 과도한 집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시중은행 대비 높은 이자를 매겨 당초 정책 취지인 '긴급자금 수혈'과 상충되는 고리대금 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기안기금 지원을 받은 기업은 지원 개시일 기준 6개월 간 근로자수를 최소 90% 이상 유지토록 한다. 아울러 주주에 대한 배당·자사주 매입을 금지했다. 미 이행 시 가산금리 부과·지원자금 감축 또는 회수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해 당국이 지나치게 고압적이라는 지적이다.

해외 사례를 살펴봐도 당국이 항공업계에 긴급 지원을 하며 이와 같은 조건들을 내거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미국 정부는 델타항공 살리기에 나서며 10년 만기 16억달러를 빌려줬다. 이자율은 첫 5년간 1%대, 6년차부터는 2%선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7%로 설정한 금리에 붙는 '알파'에는 시장 내 자금 조달 노력을 다했음에도 실패한 점에 따른 벌칙 성격을 지닌다"며 "신용등급과 관계 없이 무조건 저금리로 기금을 지원할 경우 오히려 특혜시비가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 인천국제공항에 서있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진에어·제주항공·이스타항공·페덱스 소속 항공기들./사진=연합뉴스

정부 당국이 항공업계에 지우는 부담은 이 뿐만이 아니다.

각 정부 부처는 코로나19로 경영난에 처한 국내 항공사들을 돕는 차원에서 해외 항공권을 316억원5506만원어치를 선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항공사들은 연말까지 사용되지 않는 선지급금 환불에 대비한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했다는 게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실 설명이다.

정부 당국이 선결제한 액수는 회사별로 △대한항공 217억4403만원 △아시아나항공 95억1161만원 △제주항공 1억6658만원 △진에어 1억2672만원 △에어부산 4632만원 △티웨이항공 4618만원 △이스타항공 736만원 △에어서울에 626만원 등이다.

하지만 실제 사용된 금액은 1.6%인 5억1961만원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코로나 사태가 지속돼 각 부처들이 실제 집행을 하지 않을 경우 보증보험 수수료가 수입보다 많아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당국자들의 탁상공론에 따른 생색내기라는 비판이다.

선결제 금액마저도 대한항공(4억5201만원)과 아시아나항공(6760만원)에 집중됐다. 이런 연유로 저비용 항공사들에는 단 한 푼의 매출도 발생하지 않았다.

4분기에도 코로나 사태가 이어질 경우 대한항공을 제외한 나머지 항공사들은 실제 수입보다 더 많은 보증보험 수수료를 지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권 수입이 6760만원인데 보증보험 수수료가 7280만원이었다. 520만원 손해를 본 셈이다. 제주항공은 정부발 수입이 없는데도 수수료로 109만원을 지급했다. 당국이 선결제를 하지 않았다면 내지 않아도 됐던 비용이다.

송언석 의원은 "코로나19로 해외 출장이 어려운데 각 정부 부처는 탁상행정의 극치를 보여주며 민간 항공사들에 추가 부담만 지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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