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올해 국내 50대 그룹 총수 중 카카오 김범수 이사회 의장의 주식재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부자는 국내 주식 부자 1·2위에 자리했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는 ‘국내 50대 그룹 총수의 2020년 연초 대비 3분기 주식평가액 변동 현황 분석’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그룹)으로 지정한 64곳 중 동일인(총수)이 있는 50대 그룹이 대상이다. 총수직에서 물러난 이건희 회장과 실질적 총수 역할을 하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2명이 포함돼 인원은 모두 52명이다.

조사는 총수가 직접 비상장사를 제외한 상장사에서 보유한 보통주 주식 기준이고, 주식평가액은 올 1월 2일과 9월 29일 종가로 계산했다. 보유 주식과 종가는 각각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자료를 참고했고, 우선주를 통해 갖고 있는 주식재산은 조사에서 제외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52명의 그룹 총수 중 39명은 상장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39명의 총수들의 올 초(1월 2일) 전체 주식평가액은 57조6150억원, 3분기 말(9월 29일)에는 63조1913억 원으로 5조5763억 원(9.7%) 늘어났다. 같은 기간 총수 39명 중 17명은 주식재산이 불었지만 22명은 감소했다. 

주식평가액 증감 금액으로 살펴봤을 때 연초 대비 9월 말에 주식가치가 가장 크게 증가한 총수는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다.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 주식 1250만631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9월 29일 종가 36만4500원으로 계산한 주식평가액은 4조5564억원이다. 이는 올해 초 1조9067억원보다 2조6497억원(139%↑)이나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어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도 주식평가액이 2조7015억원에서 4조7295억원으로 늘었다. 넷마블 방준혁 이사회 의장도 9개월 사이 주식재산이 1조5600억원(1월 초 1조8718억 원→9월 말 3조 4410억 원) 이상 증가했다. 네이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6987억원(1조1186억원→1조8174억 원), 현대차 정의선 수석 부회장 5769억원(2조2268억원→2조8037억 원)으로 5000억 원 넘게 주식재산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의 주식재산은 1조7969억원이 줄었다. 올해 초 서경배 회장은 4조9975억원으로 50대 그룹 총수 중 세 번째로 주식재산 규모가 컸다. 그러나 9월 말에는 3조2006억원으로 7위에 자리했다.

또 SK 최태원 회장도 9개월 사이 주식재산이 7712억원(3조3482억원→2조 5779억원) 떨어졌다. 이밖에 신세계 이명희 회장 5586억원(1조1623억원→6036억원), 현대중공업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4706억원(1조3867억원→ 9160억원),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 3138억원(5353억원→2214억 원)이 각각 감소했다.

이 가운데 이명희 회장과 조양래 회장은 자녀에게 지분을 넘기면서 주식재산이 크게 낮아진 케이스다. 이명희 회장은 이마트 지분 중 229만2512주(3200억원 상당)를 정용진 부회장에게, 신세계 지분 중 80만9668주(1600억원 상당)를 정유경 총괄 사장에게 넘겼다. 조양래 회장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194만 2693주(23.59%)를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전부 넘겨줬다.

올 3분기 말 기준 50대 그룹 총수 중 주식갑부 1·2위는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다. 이건희 회장의 9월 말 주식재산은 17조6117억원, 이재용 부회장은 7조1298억원으로 파악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향후 몇 년간은 젊은 오너 3~4세 등에게 그룹 승계 작업이 활발히 일어날 것”이라며 “승계를 앞둔 그룹 총수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