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월 구글이 휴대 단말기용 OS ‘안드로이드’를 차량 탑재기기에 이식하기 위한 컨소시엄을 설립한 것.

‘OAA(Open Automotive Alliance)’라는 명칭의 이 컨소시엄에 참가를 표명한 기업은 구글 외에 자동차 제조회사인 제너럴모터스와 아우디, 혼다, 현대 그리고 반도체 제조회사인 미국의 엔비디이다.

   
▲ <애플과 구글이 자동차 산업을 지배하는 날> 모모타 겐지 지음 / 김정환 옮김 / 한스미디어

OAA의 활동의 내용은 안드로이드 단말기와 차량 탑재 기기의 연계성을 높이고, 차량탑재 기기를 안드로이드로 작동시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로서는 차량 탑재 기기의 표준화와 연관이 있는 OAA가 ‘자동운전’보다 훨씬 커다란 충격이었다.

구글이 설립한 OAA는 명백히 이 ‘iOS in the Car’에 대한 대항책이었다. 애플은 지난해 6월 자사의 연례행사인 WWDC(애플 세계개발자회의)에서 ‘iOS 7’과 함께 올해까지 도입 예정인 ‘iOS in the Car’(CarPlay)를 소개했다.

이는 아이폰에 음성을 입력하면 애플의 음성인식 시스템인 ‘시리(Siri)’가 그것을 인식해 차량 탑재 기기의 모니터에 iOS 전용 화면을 띄우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운전자는 핸들을 잡은 채로 전화나 카 내비게이션, 음악, 아이메시지를 사용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은 현재 커다란 전환기에 직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GM, 크라이슬러, 도요타, 현대 등 글로벌 자동차 대기업들의 앞에 나타난 상대는 애플(Apple Inc.)과 구글(Googl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Corporation), 인텔(Intel) 같은 IT 분야의 대기업이다.

이들 IT 대기업의 무기인 ‘스마트폰과 클라우드’가 자동차에 거대한 영향력을 끼치기 시작했다. 이는 비단 차량 탑재 OS와 카 내비게이션, 인터넷 라디오 같은 차내 장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엔진과 서스펜션의 제어, 나아가서는 자동차의 제도에서 판매까지 자동차 산업의 모든 요소가 IT 산업의 지배를 받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애플과 구글이 자동차 산업을 지배하는 날>은 이러한 자동차 산업의 급격한 변화를, ‘텔레매틱스’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파헤치고 미래 자동차 산업의 향방을 조명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자동차산업의 거점이 디트로이트에서 실리콘밸리로 넘어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구글 카의 ‘자동운전’, 테슬라의 ‘전기 자동차’, 애플의 ‘카 플레이’처럼, 실리콘밸리의 최강자들과 GM, 크라이슬러, 도요타, 현대 등, 기존 자동차 기업 간의 연합과 경쟁이 얼마나 심화되고 있는지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차량 탑재 OS를 둘러싼 애플과 구글의 대결도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각 기업의 이해에 따른 각기 다른 대응과 행보 역시 자세하게 그리고 있다.

책에 따르면 차세대 자동차와 관련해 전 세계의 자동차 업계가 ‘자동운전’ 이상으로 주목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텔레매틱스(Telematics)’다.

이는 정보통신(Telecommunication)과 정보공학(informatics)의 융합을 의미하는 조어로, 자동차 분야에서는 카 내비게이션 등의 차량 탑재 기기와 스마트폰 등의 통신 단말기를 연계시켜 실시간으로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 전반을 가리킨다.

텔레매틱스를 통해 차량 탑재 기기에서 교통 정보나 날씨, 뉴스 같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거나 음악 또는 동영상 등을 즐길 수 있다. 또 음성인식을 통한 자동운전, 엔진과 서스펜션의 제어나 다이어그노스(차량 자기 진단장치) 등의 안전, 보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저자는 차세대 텔레매틱스가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서 거의 시간 차이 없이 발달하기 때문에 패러다임 시프트의 틀을 뛰어넘는다고 진단한다.

특히 IT 기술의 발전이 그동안 성숙산업으로 비춰지던 자동차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주고 있으며, IT기업이 자동차 산업으로 뛰어들기 쉬운 여건이 돼가고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