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한글날 9일 서울 도심에서 일부 단체들이 예고한 대규모 집회는 최종 금지됐지만 곳곳에서 기자회견과 차량시위가 진행되는 가운데, 경찰은 지난 개천절에 이어 차벽을 또 쌓았다.
이미 '위헌' 결정까지 받은 차벽을 재차 동원한 경찰은 시민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경찰은 지난 3일 이중으로 차벽을 쌓아 광화문 광장을 원천 봉쇄했지만 이날에는 한개 차벽을 쌓아 다소 완화된 모습을 보였다.
다만 9일 또한 인도와 차도를 완전히 구분하는 차벽으로 시위자들이 다수 모일 수 있는 가능성을 봉쇄하고 나섰다.
검문소는 지난 3일 90곳에서 57곳 운용하는 것으로 축소했다. 서울 도심 진입 차량에 대해서 경찰은 차를 멈춰세운 후 행선지 파악 등 검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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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광화문 광장 도로 현황이다./사진=서울지방경찰청 종합교통정보센터 CCTV 화면 캡처 |
경찰 차벽을 체감하는 인근 거주민들에게는 전과 마찬가지로 불편했다.
이날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러 책을 구입하려 한다는 김모 씨(57세)는 본지 취재에 "통행하기 어렵다"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광화문 광장에서만, 집회에 참석한다는 시민들에게서 퍼지기 쉽다는게 맞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김 씨는 "나도 예전 젊었을적 집회 시위 참여해본 적 많다"며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 나같은 일반인들조차 불편함을 호소할 정도로 통행이 힘든데 문재인정부는 뭐가 두려워 시민들의 자유로운 통행을 막는가"라고 지적했다.
길을 지나가던 한 40대 남성 이모 씨는 이날 본지 취재에 "경찰이 대체 무슨 이유로 막겠다는 건지 한심하다"며 "나같은 사람은 길이 막혀 불편한데 이를 감수하라는 것 아니냐. 길 찾아가기가 너무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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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9일 오전 광화문 KT빌딩 뒷편에서 정부서울청사 별관(외교부)을 향해 바라본 풍경이다. 경찰 차벽이 겹겹이 쳐진 가운데, 경찰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차벽 설치는 지난 2011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당시 헌재는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취할 '마지막' 수단"이라고 명시했다.
법조계 또한 대체적으로 5년 만에 차벽을 설치한 정부 조치에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지적이 가장 크다.
문재인 정부는 3일에 이어 9일에도 차벽을 설치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과연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맞는지, 그리고 그 위험이 차벽을 설치한 광화문 광장에만 해당되는 것인지 사실상 답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특별방역기간이 며칠 남아있지만 그와 별개로 차벽 설치를 강행한 문정부의 과잉 대응, 더 이상 어디까지 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