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후 셀다운(재판매)에 실패해 끌어안고 있는 비중이 전체 투자금액의 40%에 육박해 금액으로 환산하면 최대 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기록적인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미매각 부동산이 증권사들의 발목을 잡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증권사들 사이에서 한때 유행처럼 이어졌던 해외 부동산 투자가 다소 엉뚱한 전개로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즉, 셀다운(재판매)에 실패해 끌어안고 있는 금액이 투자금액의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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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20개 증권사는 지난 2017년 1월부터 올 2월까지 총 418건, 23조 1000억원 규모의 해외 부동산을 매입했다. 증권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금액 중 14조 33억원은 펀드 설정을 통한 판매,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파생결합증권(DLS) 발행, 대출채권 등을 통해 투자자에게 재매각 완료됐다.
문제는 나머지 9조 610억원 규모의 투자분이다. 자기자본투자(PI)로 이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상당분은 재매각에 실패해 미매각 펀드 등으로 보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매각 자산은 현재 7조~8조원 사이의 규모로 추정된다. 특히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4조 49억원을 투자했으나 재매각액은 1조 4447억원에 불과해 2조 5602억원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1조 2031억원을 보유했으며 KB증권과 NH투자증권은 각각 9050억원, 8994억원을 보유했다. 이밖에 메리츠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각각 7326억원, 7818억원씩의 미매각 부동산을 보유 중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증권사들이 보유한 부동산 대부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받고 있는 ‘관광 관련’ 자산이라는 점이다. 이 자산들을 계속 보유할 경우 증권사들의 ‘시스템 리스크’가 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현재로서는 이들 자산의 매각 전망이 밝지 않아 당분간 증권사들의 관련 리스크는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의 최근의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기록적인 실적으로 이어오고 있다”면서도 “미매각 부동산 규모가 작지 않아 당분간 관련 리스크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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