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매각 불발로 이순우 행장 '책임론' 부상, 서금회 인사 '내정설' 구도
이순우 은행장, 이광구 부행장 2파전 양상

'올해 우리은행이 경영권 지분 매각 실패로 인해 민영화 4수생이 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차기 은행장 선임 셈법이 복잡해졌다.

   
▲ 사진은 27일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모습./뉴시스
은행 내부에서는 경영권 매각 무산에 새 은행장 선임에 이르기까지 병행해야 하는 부담감때문에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새 주인의 기호대로 은행장의 교체가 순조롭게 이뤄지길 바랐지만 새 주인 찾기가 어긋나면서 은행장 선임 절차가 혼탁해졌다. 바로 서금회의 등장때문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우리은행 경영권 예비입찰 마감결과 제안설을 제출한 곳은 중국의 안방보험 1곳 뿐이었다.  결국 2곳 이상이 신청해 유효경쟁을 성립되어야 하는데 이마저도 무산됐다.  유력한 인수자였던 교보생명이 인수 참여를 포기하면서 물거품됐다.

결국 정부 지분 56.97% 가운데 3조원에 이르는 경영권 지분 30% 매각이 무산돼 새 판을 짜야할 형편에 놓였다. 공적자금위원회도 조만간 경영권 매각 방식 등과 관련해 전면 재검토를 시도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이순우 행장이 최근 자사주 1만주를 매입하면서 강한 민영화 의지를 보였다. 작년과 올해 모두 세차례에 걸쳐 3만주 넘게 매입했다. 이는 이 행장이 은행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표명하면서 자신의 임기 전 책임경영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시도였다.

사실 이 행장의 임기는 올 연말까지다.  이 행장이 지난해 6월 취임하면서 반쪽짜리 임기라는 꼬리표를 달면서 우리은행 민영화의 채찍을 가했다.

시도에 걸맞는 결과는 없었다.  우리은행 민영화 완수에 금이 가면서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행장의 연임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은행권에서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이 행장의 연임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민영화 실패라는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서금회(서강대 출신 모임) 출신인 이광구 부행장이  급부상했다. 이 부행장의 내정설이 확산되면서 2파전 양상을 띠게 됐다. 업계에서도 이같은 내정설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최근 장기간 공석이던 KDB대우증권 신임사장에 홍성국 리서치센터장 겸 부사장이 자리를 꿰차면서 서금회의 급부상이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다.  서금회 멤버는 아니지만 서강대 출신까지 포함하면 금융권에서 이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이경로 한화생명 부사장, 정연대 코스콤 사장, 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홍기택 KDB산은 회장 등이다.

서금회의 급부상에 관치 논란이 우리은행으로 번졌다. 이번 새 은행연합회장에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이 선출되면서 선임 과정에서 논란이 된 내정설로 금융권에 관치 논란이 확산됐다. 결국 내정설은 현실화됐으며 우리은행장 선임 역시 이같은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광구 부행장이 급부상하면서 이 행장과의 2파전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이 부행장은 나름대로 추진력이 있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분이지만 대주주인 예보의 입김이 큰 만큼 내정설도 신빙성을 갖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또한 내정설을 받쳐주는 근거는 정책금융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인 만큼 정부의 스탠스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인물의 등장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민영화는 나름대로 추진하면 되겠지만 순수하게 금융공기업만으로는 기술금융 등 공적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여력이 한계가 부딪히는 만큼 시중은행의 역할이 중요한 때"라며 "대주주인 정부의 추진력과 보조를 맞춰야 만큼 민영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정부 맞춤형 은행장도 필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행장추천위원회는 외부전문가 3명, 사외이사 3명, 대주주(예보) 추천 1명 등 7인으로 구성된다.  행추위는 가까운 시일내(2일 예상) 2차 회의를 열고 3~4명의 후보군을 뽑고 면접 대상을 선발할 예정이다. 최종 면접은 5일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