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룸 레이더'로 세계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해마다 100만명 발길

   
▲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앙코르와트에 가면 언제나 배우 안젤리나 졸리를 만날 수 있다.

세계 7대 불가사의라 일컫는 앙코르와트 유적 배후 도시인 시엔렙 야시장으로도 이름난 펍 스트리트 초입 모퉁이 레스토랑 레드 피아노에서다. 프랑스 식민지풍 건축물에 테라스가 시원한 여기 2층에 올라가면 말그대로 빨간 피아노 1대가 놓여 있다.

사진 한 장 찍고 얼른 빈자리 잡아 메뉴판을 받아 열면 안젤리나 졸리 사진과 사연이 첫 페이지부터 등장한다. 2001년 개봉한 영화 <툼 레이더> 여전사 라라 크로포드 그녀다. 이 영화 주무대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들이었고 촬영차 머물렀던 그녀가 자주 들른 곳이 레드 피아노였다 한다.

스토리가 있는 곳은 그 어디든지 명소가 된다. 밀림 한 복판이라고 사람들은 뭔가에 이끌려 깃들어 온다. 앙코르와트도 그런 극적인 반전을 체험하고 있다. 100여 년 전 프랑스 탐험가가 발굴하여 서방에 알려진 이후 이 불세출의 동방 사원은 줄곧 고고학자나 다큐멘터리팀 일부 예술가와 여행 마니아 정도만 찾아가는 험로였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되고 세계 7개 불가사의라는 비공인 마케팅 대박이 잇따랐어도 이른바 갑남을녀 일반인들이 산업적인 모양새로 몰려나닐 정도는 아니었다. 우선 캄보디아라는 나라가 불안 불안했다. 150만 명을 희생시킨 킬링필드로 악명 높은 곳 아니었던가?

   
▲ '툼 레이더'의 여전사역안젤리나 졸리.
극단적인 공산 게릴라가 서양 문물과 지식을 배척한다는 명분에 눈이 뒤집혀 어느 누구가 안경 쓴다는 이유 하나로 비닐봉지를 씌웠다고 했을 정도다. 한국과도 인연이 멀었다. 노르돔 시아누크 국왕이 평양에 망명가 살았고 당시 김일성과 절친이 되었다고 하니 대표적인 친북한 국가인 셈이다.

지금도 수도 프놈펜 왕궁 옆 핵심 요지에 북한 대사관이 위치해 있다. 게다가 앙코르와트는 수도 프놈펜에서 북북서로 한참을 더 가야 한다. 12~13세기 절정기를 맞았던 크메르 제국 수도로서 군림했던 앙코르와트 지역이지만 이제는 캄보디아 중심지 프놈펜에서 이동하기에는 거의 오지에 가깝다.

비행기로는 1시간도 채 안 되는 거리지만 잦은 항공기 사고에 원활한 수송은 기대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해서 차량 이동이 늘었지만 이도 8시간 이상 걸리기 일쑤다. 1인당 국민소득 1천여달러에 그치는 세계 최빈국 캄보디아다 보니 고속도로조차 따옴표 모양 띄엄띄엄 나타나곤 한다.

실제 버스로 달려보니 프놈펜-앙코르와트 구간 고속도로다운 포장길은 30%도 채 되지 않았다. 비포장 흙길에 먼지를 뒤집어 쓴 시간이 더 많았지 싶다. 이런 동방의 오지가 앙코르와트다.

이 모든 악조건과 불리함을 싹 날려버린 이가 단 하나 콘텐츠, 단 한 명의 배우다. 영화 <툼 레이더> 한 편과 카리스마 넘치는 그녀 안젤리나 졸리가 해냈다. 2001년 영화 개봉이 분수령이 되어 사람들은 몰려 들었다.

오죽했으면 돌과 돌 사이에 뿌리내린 나무 앞에 그녀 안젤리나 졸리가 서 있는 명장면 때문에 촬영장소 따프롬 사원이 앙코르와트로 부각되는 왜곡 해프닝까지 번창하고 있다. 극중 라라 크로프드가 돌무덤과 거대한 나무뿌리가 뒤엉킨 신비한 미로를 헤집고 다니는 장면은 앙코르와트 인근 250개 유적지 중 하나인 따프롬 사원이다.

앙코르(크메르어로 도읍이라는 뜻) 와트(태국어로 사원이라는 뜻)는 힌두 사원으로 스스로 완결된 공간이다. 사방을 해자로 둘러친 별도 지점이고 인근 밀림에는 도시 앙코르 톰을 비롯하여 250개에 달하는 엄청난 유적이 방대하게 분포되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코스가 앙코르와트와 불교 성지인 바이언 사원 그리고 영화에 나와 전 세계 인에게 각인된 따프롬 사원이다.

따프롬 사원은 크메르 제국 세종대왕이라도 하는 자이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를 위해 보석방 등을 꾸며 헌정한 사원이어서 어머니의 사원이라고도 한다. 워낙 특별한 사연에다 나무와 돌무더기가 자연스러운 조화를 연출한 모습이 황홀하고 영화 촬영지라는 프리미엄까지 더해져 가장 유명한 방문지가 되어 버렸다.

이처럼 어머니의 사원을 앙코르와트 전체를 대표하는 명소로 만들어 놓은 안젤리나 졸리 자신도 어머니의 이미지를 시리즈로 이어나갔다. 영화 <툼 레이더>가 그녀 자신에게도 출세작이었다는 인연으로 훗날 캄보디아 고아를 입양한 것. 최빈국 캄보디아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무언가가 안젤리나 졸리를 오늘날 가장 열성적인 봉사자, 생명 운동가 명사로 꼽히게 만들었음은 물론이다.

황성옛터와 같이 허망하게 남은 황혼의 제국 앙코르와트에서 안젤리나 졸리는 명성도 얻고 뭔가 깊숙한 깨달음도 얻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캄보디아와 앙코르와트는 배우 한 사람에게 커다란 빚을 지게 된 동시에 큰 영감을 주었나 보다. 그녀로 인해 아시아 전체, 동양사 전체도 거대한 효과를 보고 있다. 석조 건물이 거의 없어 서양의 화려한 성당이며 그리스, 로마 유적에 비해 열세에 놓여 왔던 아시아 문화 진수를 한 방에 입증해 보인 현장이요 물증이 바로 앙코르와트이기 때문이다.

바티킨 성당, 베르사유 궁전, 로마 콜로세움을 가진 유럽인들이 “앙코르와트를 한 번이 아니라 생애 두 번은 가봐야 문화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입소문처럼 되뇐다고 하니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값진 문화재임이 분명하다. 이런 진면목과 고유가치를 더욱 더 빛나게 한 결정적 촉매가 한낱 영화였다는 점도 오늘날 창조경제 성과에 전전긍긍하는 우리에게 참으로 강렬한 메시지가 되고 있다.

   
▲ 안젤리나 졸리
그 영화 <툼 레이더>는 게임을 영화로 만든 게네마(game+cinema) 성공사레다. 게임 주연 캐릭터 라라 크로프드를 그 이상으로 살린 안젤리나 졸리와 비현실적이게도 신비한 앙코르와트 따프롬 사원을 로케이션 한 덕택에 캄보디아는 물론 동아시아 전체가 자존심을 회복하게 되었다. 아시아적 가치로서도 대표성을 가질만한 힌두와 불교 문화, 효심이 앙코르와트에 녹아 있어서다.

경제적으로도 놀랍다.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앙코르와트를 찾고 있고 1인당 20달러를 내는 하루 입장권 수익만 해도 캄보디아 국가 연간 수입 25%를 받쳐준다고 할 정도니.

우리 한국에도 좋은 영화, 드라마, 대박 게임 콘텐츠들이 즐비하다. 할리우드 프로들이 해냈듯이 우리도 전 세계 명소, 명품 이야기들을 소재로 킬러 콘텐츠를 품어봤으면 좋겠다. 가까이 경주나 서울, 부산을 소재로 좀 더 강력한 기획을 감행할 때다.

게임의 경우 국적성 없는 우주 공간이나 가상 제국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보다는 역사문화콘텐츠를 누빌 줄 아는 머니 코드(콘텐츠 안에 마케팅 포인트를 심는 것을 의미)를 좀 더 적극적으로 채택했으면 한다.

그렇게 우리 콘텐츠가 창조성을 뿜어내기만 한다면 <툼 레이더>의 안젤리나 졸리, <로마의 휴일> 오드리 헵번 후예들이 한국 명품 콘텐츠와 창조경제 심벌로 짜잔 하며 멋지게 나타날 것이라 철석같이 믿어 본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