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뜻밖의 지출, 자녀를 위한 지출 > 의료비 > 경조사비 순

#얼마 전  A씨(59)는 정년퇴임을 했다. A씨는 당분간 쉼없이 달려온 자신을 위해 1달 간 쉬기로 마음먹었다. 그후 자녀들에게 손을 안 벌리기 위해 아파트 경비 등 소일거리를 찾을 생각이었다. A씨의 머리 속에는 자신이 그동안 못해봤던 여행이나 친구만나기 등 스케줄로 가득했다. 보름이 지난 지금 A씨는 생각과 달리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했다. 생각은 있지만 몸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A씨는 "놀 시간은 있지만 노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친구에게 하소연했다. A씨의 친구 역시 변변한 취미 하나 갖고 있지 못한채 거주지 주변 뒷산에 오르는 것이 전부라고 했다.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2일'은퇴 후 후회하는 것 TOP 10' 보고서를 통해 건강한 체력, 노후 자금, 평생 취미 준비 못한 것 후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자식을 위해 청춘을 바쳤던 우리 아버지들이 은퇴 후 후회하고 있는 것 중 하나다. 평생 즐길 취미가 없다는 것, 제대로 못 놀아 본 것, 회사 외 내가 있을 곳이 없다는 것, 가족과 대화가 부족했던 것들이 우리의 아버지를 슬프게 하고 있는 있는 것이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2일 은퇴리포트 제16호를 발표했다. 이 리포트에는 한국과 일본의 은퇴자들이 현재 가장 후회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국민들이 삶의 우선순위를 살피고 은퇴 후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50세 이상 은퇴자 93명, 20세 이상 비은퇴자 1633명 등 총 1726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웹설문으로 조사했다.

은퇴연구소는 은퇴자를 대상으로 은퇴 후 뜻하지 않게 큰 지출을 조사한 결과 자녀를 위한 지출(유학자금, 결혼비용)이 1위(27.6%)를 차지했다. 의료비(12.1%), 경조사비(11.8%)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자녀를 위한 사교육비, 자녀 결혼에 필요한 혼수, 집 장만 등을 부모가 책임지는 것이 자식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하는 경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은퇴연구소 관계자는 "노년이 중대질환이나 각종 질병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 저축 등을 통해 따로 의료비를 준비해놓지 않을 경우 은퇴 후 가계 재정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과 관련해서 은퇴 전 미리 챙기지 못해 가장 후회하는 것은 '운동으로 체력단련을 못한 것'을 가장 많이 답했다. 이어 '스트레스 해소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것', '치아건강 관리 소홀', '평소 더 많이 걷지 않은 것', '든든한 의사를 찾지 못한 것', '고민을 들어 줄 상대가 없는 것' 등이 뒤따랐다.

노화로 인해 근력이 약해지면서 신체적으로 활동하는데 제약이 많이 따르면 삶의 만족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체력에 대한 아쉬움이 클 수 있다. 스트레스 관리에 대한 후회는 은퇴 전부터 마음건강을 미리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대변한다.

일과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은퇴자들은 '평생 즐길 취미를 만들지 않은 것'을 가장 후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자녀와의 대화부족이 많았으며 부부간 대화부족, 행제자매와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한 점, 부모님과의 대화부족이 10위권 안에 포함돼 가족간 원만한 소통이 부족했던 것에 대해 후회를 많이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제대로 못 놀아 본것, 친한 친구가 없는 것, 봉사활동 경험을 안해 본것 등이 10위권 안에 포함됐다.

돈과 관련해 남녀 은퇴자 모두 노후에 필요한 자금준비, 가고 싶은 곳을 여행하지 않은 것을 가장 후회했다. 남자들은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은 것이 가장 많았으며 여자들은 여러가지 일에 도전하지 않은 것을 더 많이 후회하는 편이었다.

은퇴연구소 관계자는 "남녀 은퇴자 공통적으로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은 것, 여러가지 일에 도전해 보지 않은 것, 더 공부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라며 "이는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개척하는데 유용한 수단이 되는 요소들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본 은퇴자의 경우 치아관리 소홀, 저축하지 않은 것, 평생 즐길 취미가 없는 것, 부모님과 대화가 부족했던 것에 대해 크게 후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은퇴연구소 관계자는 "일본의 경험에 비춰볼때 앞으로 한국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노년기 집 리모델링에 예상 외 비용이 들수 있음을 미리 고려해 노후준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