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물가상승률 목표치 미달성 지적도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한국은행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을 대상으로 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는 이주열 총재의 소신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총재는 앞서 지난 14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재정준칙 도입’과 관련해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빨라 연금이나 의료비 등 의무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 재정건정성 유지를 위해선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총재의 이 같은 소신 발언을 둘러싸고 여당에선 총재의 발언으로 인한 혼란이 야기됐다며 “지금 정부의 정책에 훈수를 두느냐” “독립기간인 한은 총재까지 나서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날선 질타가 이어졌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엄중한 시기에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하면서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정부 정책에 훈수를 두느냐”며 “‘너나 잘하세요!’라는 유명한 영화 대사가 떠오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빚을 내서라도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선제적으로 재정을 확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의 박홍근 의원도 “국제통화기금(IMF)도 재정준칙이 있는 경우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라고 권고했다”며 “중앙은행은 세계 흐름을 보면서 역할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재정준칙을 언급할 때 ‘무조건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만 말한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적극적인 재정이 필요하고, 다만 위기 후에는 엄격한 준칙이 도입돼야 한다는 것은 개인의 주장이라기 보다는 모든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해명했다.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달성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이주열 총재가 취임한 2014년 이래 물가안정목표치를 거의 달성하지 못했다”며 “세계경제가 구조적으로 저물가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해 새로운 통화운용정책 체계인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한 미국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와 올해 한은의 연구보고서를 모두 찾아봤는데 통화정책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나, 어떤 상황에서 효과를 내는지 등을 파악하는 연구가 전혀 없었다”며 “한은 내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통화정책 관련 연구는 민감한 주제여서 보고서에 잘 실어주지도 않고, 연구할 토양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물가목표와 현재 괴리폭이 워탁 커서 상당히 곤혹스럽다”면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가지고 나온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할지는 좀 더 정착 여부를 지켜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