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직원, 사택 받아 갭투자·재택근무 중 제주도 여행…기업은행, 5년간 금융사고액 1위
[미디어펜=이동은 기자] 국책은행들이 국정감사에서 수난을 겪고 있다. 채용 비리, 근무 태만, 부정행위 등 직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신뢰성이 요구되는 국책은행에서 각종 비위행위가 발생하면서 내부통제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국책은행장들은 내부 감사 등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직원들의 근무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질타가 국정감사에서 이어지고 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전날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받은 ‘2020년 징계내용’에 따르면 올해 10명의 직원들이 업무와 관련 없는 개인 비위로 징계를 받았다. 징계 내용은 직장내 성희롱 2건, 부서 경비 사적 유용 1건, 무주택자에게 제공되는 직원용 사택·합숙소에 살면서 갭투자 6건,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중 제주도 여행 1건이다.

이들 가운데 직장내 성희롱을 저지른 직원 2명과 부서경비를 사적으로 사용한 직원 1명은 정직 처분을 받았으며, 나머지 직원들은 견책 징계를 받았다.

같은날 수은의 자회사인 수은플러스에서는 부정 채용이 발생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은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은플러스의 이 모 전 대표는 공채 과정에서 A부장에게 인물 추천을 제시했다. 첫 번째 추천한 사람이 채용 지원을 철회하자 A부장은 접수 마감일이 지난 시점에서도 두 번째 추천자의 원서를 접수 받고 이후 면접 위원으로 참석해 최종 합격시켰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부 감사를 통해 드러난 모습은 근무 태만, 채용비리 등 다양한 도덕적 비리의 온상이다"며 "국책은행으로서 지위와 역할에 걸맞는 높은 윤리의식을 갖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은 “내부감찰 결과 여러 불미스러운 상황이 발생해 송구하다”며 “이런 사건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 의견을 취합해 국제표준기구 부패방지 시스템 인증을 획득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수은은 지난 16일 국책은행 최초로 ‘ISO 37001(부패방지 경영시스템)’ 국제인증을 획득했다. 인증 획득을 위해 윤리경영 전담 조직인 ‘윤리준법실’을 신설하고 부패방지경영시스템 운영세칙과 부패방지방침을 제정했다.

기업은행도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종원 기업은행장에게 “최근 5년간 기업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액이 은행들 중 가장 많다”며 “국내 은행의 금융사고 중 내부 통제시스템으로 적발된 현황도 보면 기업은행이 적발률이 33%로 업계 최하위 수준이다”고 말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도 최근 발생한 기업은행 직원의 76억원 ‘셀프대출’을 언급하며 “대부분 은행에서 직원이 가족 대출을 할 때 내부통제 기능이 있지만 기업은행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윤 행장은 “은행원으로서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들이 일어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국책은행의 청렴성이 중요한만큼 조직문화와 내부통제 차원에서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은행은 한 직원이 자신의 가족 명의로 76억원 규모의 대출을 실행해 부통산 투기에 나선 것이 적발되자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에 따라 직원과 배우자의 친인척에 대한 대출 취급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내부 규정과 전산 시스템을 마련하고, 모든 대출에 대해 직원의 친인척 여부를 상시 모니터링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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