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무라 일한의원연맹 간사장, 방한해 국정원장도 비공개 면담
스가 내치에서 헛발질 뒤 친한파 파견으로 한일관계 개선 타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7일 야스쿠니 신사 가을 제사에 공물을 봉납한 다음날인 18일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이 한국을 방문해 여야 당대표와 박지원 국정원장을 연쇄적으로 만났다. 가와무라 간사장은 자민당 내에서 친한파로 분류되는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의 측근으로 현재 스가 정권의 두 갈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출범 한달만에 지지율이 12%포인트나 급락한 스가 정권으로선 지지층을 관리할 필요가 있어졌다. 이 때문에 스가 총리는 관방장관 시절에도 하지 않았던 야스쿠니 신사 공물 봉납을 실행했다. 스가 총리는 인도네시아 순방 중인 21일엔 한일 간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한국에서 압류된 일본기업의 자산이 현금화되면 한일관계에 매우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매체는 이미 일본 징용기업의 자산 매각 시 올 연말 한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에 스가 총리가 불참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날 스가 총리는 이와 관련한 질문에는 “한중일 정상회담 일정 등에 관해선 결정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말로 즉답을 회피했다. 하지만 스가 정권이 한일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은 현 상황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는 이유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스가 정권으로서는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하는 것은 물론 내년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경제 회복을 위해서도 한국은 물론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한국인과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정권 출범 직후 일본 측이 먼저 니카이 간사장 측근을 한국에 보낸 것은 한일관계 개선 노력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스가 내각 출범 이후 일본이 먼저 친한파 인물을 한국에 보낸 것은 한일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인 것으로 봐야 하고, 우선 한국 측의 생각을 확인하기 위한 첫 작업으로 볼 수 있다”면서 “특히 징용 기업의 압류 자산이 현금화될 경우 스가 총리가 한중일 정상회담에 불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도 한국의 답만 기다리지 않고 추가 노력을 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측근인 일한의원연맹의 가와무라 다케오 간사장이 18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비공개 면담을 갖기 위해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김진표 의원의 안내를 받으며 국회 본청 민주당 당대표실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어 “가와무라 간사장은 일한의원연맹을 대표해 방한했지만 실은 니카이 간사장의 측근이고, 예전부터 한일 간 역사 문제와 현재 관계를 투트랙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라면서 “자민당 안에서도 니카이 파를 중심으로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싶어하는 세력이 있어 그들의 입장을 대표해 한국에 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사카 교수는 또 가와무라 간사장이 이번에 이낙연 대표와 김종인 비대위원장 등 여야 당대표를 만난 것은 물론 박지원 국정원장도 만난 것에 대해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이 국정원장까지 만난 것도 이례적으로 니카이 간사장의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원장과 니카이 간사장은 의형제를 맺은 사이라는 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가와무라 간사장은 한국에서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민주당 김진표 의원을 포함해 정계 인사들을 만나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제안한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인 이른바 ‘1+1+α(알파)’ 안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20대 국회에서 문 전 의장이 발의한 이 법안은 한일의 기업과 국민(1+1+α)이 자발적으로 낸 성금으로 재단을 설립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따라서 가와무라 간사장이 일본으로 돌아간 이후 한일 간에 ‘문희상 안’의 수정안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관계 개선 여부도 가늠될 전망이다. 일단 일본 징용기업의 현금 자산화 문제가 해결되고, 징용 배상 문제를 풀 해법이 나온다면 올 연말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문제까지 일괄 해결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정상이 만나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지소미아 문제까지 풀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호사카 교수는 가와무라 간사장의 방한에도 불구하고 지금으로서는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선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문희상 안에 대해 한국의 피해자 단체 일각에서 부정적인데다가 일본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새롭게 문희상 안의 수정안이 나오더라도 이에 대한 한일 양국의 여론이 어떻게 나올지가 관건이고, 지금까지 지켜봤을 때 한일 간 통일된 견해를 도출하는 것부터가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호사카 교수는 “일본 내에서 한국을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이 낮아지고 있고, 자민당 내에서도 한국과 파국은 면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만큼 앞으로 한일관계 개선 여부는 스가 정권의 성공 여부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그는 “스가 총리가 일본학술회의 위원 임명 거부로 손상 입은 리더십을 회복할 기회를 얻기 위해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을 욕심을 낼 가능성이 크고, 북일 대화를 위해 한일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는 것은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