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도·경제학회(이하 학회)는 지난달 27일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경제에 대한 신제도경제학적 이해>를 주제로 2014년 한국제도·경제학회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학회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경제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신제도경제학적 접근을 통해 한국경제를 개선하고 선진화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고자 했다. 아래 글은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발표한 <한국시장경제의 특질 –지경학적 조건과 사회·문화의 토대에서> 발제문에 대하여,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 논평한 토론문이다. |
한국 사회를 저신뢰 물질주의 관료제로 파악하고 있는 이영훈 교수의 분석은 정곡을 찌른다. 여기에 더하자면 최근 들어 강화되고 있는 봉건적 사회이념으로의 복귀라고 말할 수 있겠다. 신뢰를 떨어뜨리는 사이비공동체주의는 주자학적 세계관의 부활이라는 것과 뿌리가 같다.
기업의 이윤 활동에 대한 공격적 태도는 전통적 세계관의 필연적 결과다. 전통적 세계관은 반물질주의를 표면에 내건 주자학의 오랜 태도이다. 여기에 공동체주의적 책임을 요구하는 명분론은 유교적 공동사회를 그대로 재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인상을 준다.
전통적 세계관이 서구적 사회주의의 외피를 뒤집어쓰고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이익 혹은 이윤 활동을 부정하는 태도나 상업주의에 대한 노골적인 반대는 전형적인 주자학적 세계관의 부활이요 재연이며 사회주의적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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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7일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제도·경제학회의 2014년 한국제도·경제학회 추계학술대회 <한국경제에 대한 신제도경제학적 이해>에서 발표하고 있는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
경제 활동의 대외 확장을 대외의존도라고 말하는 것도 그렇다. 유달리 대외의존성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 것은 단순히 경제학적 의미라기보다는 폐쇄적이며 대외배타적인 전통주의적 세계관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은 단군 이래 가장 개방적인 국가가 되었고 내수시장의 한계를 뛰어넘어 전 세계를 경제활동의 영역으로 삼고 있지만, 놀랍게도 경제활동을 한반도 내에 차폐하고 있는 듯한 단어를 사용한다.
대외의존은 나쁜 것이어서 당연히 그 의존성을 줄여야 하는 것처럼 인식된다. 극도로 반개방적이었던 조선시대의 세계인식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 한때 종속이론의 한 분파처럼 보였던 이런 태도는 실은 한국인들에게 내재한 배타성의 부활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영세 사업자의 과밀 문제는 소위 87체제의 결과라는 면에서 주목할 현상이다. 분명히 87체제 이후 제조업은 구조적으로 공동화되는 해외탈출 현상이 일어났다. 생산성을 초과한 임금의 상승과 강성노조가 만들어 내는 긴장상태는 한국의 중급 이하 제조업을 대거 중국으로 이산시켰다.
이는 중국의 개혁개방과 맞물려 일어난 현상이다. 그리소 생산성 초과임금의 누적은 결국 1996년 이후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로 밀려들어가는 파국적 결과를 만들어 냈다. 이런 구조는 지금도 계속하고 있고 어느 정권도 여기에는 맞설 힘이 없다.
한국의 노동조합이 강력한 것은 노조가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이 아니라 노조가 가치체인에서 최종 조립 대기업에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노조 조직률은 10%에 불과하지만 투쟁의 강도나 힘은 거의 세계 최강이다. 한국 노동조합은 필연적으로 노동시장의 상층부에 존재하고, 하층에 대해 착취적이며 전체 노동시장에 군림하는 지위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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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11월 27일 오후 울산 본사 사내 노조 사무실 앞에서 조합원 6000여명(노조 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파업 출정식을 열고 4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
한국 대기업 그룹, 즉 재벌그룹의 탄생은 중핵적 기업들의 형성을 말하는 것이지만 이는 어떤 측면에서 필연적 결과였다. 박정희 개발연대는 중핵사업을 국영기업으로 육성하는 전략을 버리고(대만 등이 그런 경우) 과감하게 사적으로 소유되는 기업들을 만들어냈다. 박정희 개발전략이 성공한 원인의 하나는 바로 이 인센티브 전략의 성공에 있지만, 이후 숱한 오해와 편견, 비방과 폄훼를 만들어낸 원인이기도 하다.
해방과 6.25로 만들어진 근대적 토대가 대중민주주의를 타고 무너지는 역설적 현상이 작금의 사회혼돈의 원인이라고 본다.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 적응하면서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서는 소위 선단 부분과 전통 사회적 세계관을 온존시키고 있는 후위 간의 양극화가 사회갈등의 원인일 것이다.
그리고 그 후단부는 강력하게도 전통적 사회로 복귀 혹은 안주하려는 본능을 드러내고 있다. 집단주의, 비이성적 사고, 과학성의 결여는 그런 토양을 더 기름지게 만든다. 개방적 선진국가로 진보하는가 아니면 전통의 반(半)봉건적 사회로 회귀하는가 하는 기로에 있다. 대중 민주주의는 원래가 반봉건적 세계관에 어울리는 체제일 가능성이 높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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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7일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제도·경제학회의 2014년 한국제도·경제학회 추계학술대회 <한국경제에 대한 신제도경제학적 이해>의 전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