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도·경제학회(이하 학회)는 지난달 27일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경제에 대한 신제도경제학적 이해'를 주제로 2014년 한국제도·경제학회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학회는 추계학술대회를 통해 한국경제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신제도경제학적 접근을 통해 한국경제를 개선하고 선진화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고자 했다. 아래 글은 좌승희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발표한 '신제도경제학과 한국경제학계의 과제' 발제문이다. 미디어펜은 발제문을 6회에 걸쳐 연재한다. |
신제도경제학과 한국경제학계의 과제(4)
신제도경제학의 확장: 경제적 차별화와 경제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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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승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신상필벌의 차별화된 인센티브구조가 시장을 창출
시장은 제도의 집합이며 제도는 인센티브구조를 결정한다. 시장에서의 우리의 행동은 바로 제도에 의해 정의되는 인센티브구조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사람들이 어떤 것에 가치를 두는지, 어떤 것을 두려워하는지를 알면 적절한 인센티브구조, 즉 제도를 고안해 냄으로써 사람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정책을 실행할 수 있다. 이것이 최근 행동경제학의 정책적 연구의 지향점이다. 없는 시장을 만들어내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시장은 신성한 하느님도 아니고, 우리가 만들어내는 제도에 불과하다. 그 제도는 우리의 정치적 이념이나 가치, 세계관에 따라 고안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인센티브구조의 변화가 우리의 행동을 이끄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제도는 인간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위에 고안되어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행동경제학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사람이 말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세상을 살아가며 배우는 진리는, 잘하면 상을 받고 잘못하면 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처벌과 벌금의 형식을 빌린 부정적 인센티브를 사용하면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자제하도록 사람들을 유도 할 수 있다. 금전적 미끼의 탈을 쓰는 긍정적 인센티브를 사용하면 사람들을 부추겨 산을 움직이게도, 특정 행동을 그만 두게도, ‘옳은’ 일을 하게도 만들 수 있다.”
이는 바로 동양의 잠언인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이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하는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세삼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40년 동안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만(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사람들이 매일 생활하며 내리는 결정을 둘러싼 인간간의 감정을 다루는 혁신적 이론을 수립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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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7일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제도·경제학회의 2014년 한국제도·경제학회 추계학술대회 <한국경제에 대한 신제도경제학적 이해>에서 발표하고 있는 좌승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미디어펜 회장 |
행동경제학의 두 대가는 사람들이 세계를 이해하는 것은 현상을 해석하는 (또는 구성하는) 방식과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의 말은 무언가를 구성하는 방식에 따라 타인의 행동에 다양하게 영향을 미친다. 부모는 자녀에게 ‘그 콩을 안 먹으면 키 크고 튼튼하게 자랄 수 없단다.’라고 말할 수 있다.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이를 가리켜 ‘손실프레이밍(loss framing)’이라고 부르고 손실과 처벌을 언급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같은 말이라도 좀 더 긍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 콩을 먹으면 키 크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단다.’ 이는 ‘획득프레이밍(gain framing)’으로 이익이나 보상을 언급한다.” 더 나아가 이들은 “인간의 공통적인 행위패턴은 획득과 관련된 선택은 종종 위험 회피적이고 손실과 관련된 선택은 종종 위험 선호적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이들이 주장하는 바는 손실프레이밍이 획득 프레이밍 보다 더 강력한 인센티브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어쨌든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동양의 인센티브개념으로서의 신상필벌은 좋은 결과에 상을 내리고 나쁜 결과에 벌을 내린다는 의미로서 바로 행동경제학이 도달한 결론인 획득 프레이밍과 손실프레이밍의 개념을 합쳐놓은 개념이라는 점이다.
이미 동양에서는 삶의 일부가 된 문화를 이제 행동경제학이 재발견하고 있는 셈이다. 필자는 바로 이러한 신상필벌의 인센티브구조를 작동시키는 메커니즘이 바로 시장의 본질적인 기능이며, 이를 일컬어 시장의 차별화기능이라 주장해왔다.
요약컨대 동서양 공히 “좋은 성과에 보상하고 나쁜 성과에 벌하는 인센티브 구조가 바로 인간의 성장과 발전의 동기를 부여하는 원천임을 이미 알고 있으며, 필자는 바로 이 원리를 실행하는 것이 시장의 경제발전 역할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행동경제학은 그것이 정부일 수도 있고 어느 개인일 수도 있고 조직일 수도 있겠지만 누구든 신상필벌의 인센티브구조를 작동시킬 수 있다면 이는 바로 시장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나아가 실험대상의 성장과 발전을 유도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경제발전에 있어 시장 대 정부(나 조직)의 기능이 무엇이어야 하느냐 하는 해묵은 논쟁에 대해서도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답은 바로 누구든 경제발전을 유도하고자 한다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좋은 행위를 보상하고 해가되는 행위를 처벌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시장은 물론, 정부도 기업이라는 조직도 개인도 모두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모든 시장참여자들을 신상필벌의 원칙에 따라 성과에 따라 차별적으로 대접해야 한다는 대 명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바로 정부나 기업에 의한 경제적 차별화가 시장의 기능을 강화하여 시장의 영역을 확대함으로써 경제번영을 이루는 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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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보스 포럼 개최국 스위스는 인구 900만명의 소국이고, 대한민국 인구의 5분의 1이다. 유럽강국에 둘러싸인 스위스가 국민소득 8만달러(한국의 4배), GDP규모는 한국과 비슷한 정도의 세계 최고 부국으로 도약한데는 노동생산성과 금융시장 경쟁력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성실한 노동자와 기업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경제성장의 버팀목이 되는 것이다. 제도는 국가 간 빈부격차 및 경제발전의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보스포럼에서 개막 연설 후 찰스 슈밥 다보스포럼 회장과 토론을 벌이고 있다. |
경제적으로 차별하는 원리가 경제발전의 전제조건
그 동안 신제도 경제학은 경제적 자유와 사유재산권제도가 경제발전의 전제가 되는 제도적 환경이라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런 제도적 장치가 오늘날 지구상에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북한 등 몇 나라 빼고 구비되지 않은 나라가 얼마나 되는가? 그런데 지구상에 일인당 소득 만 불을 넘어 빈곤의 문제를 해결했다는 나라가 겨우 전체 200여개의 나라 중 1/4정도에 불과한 현실이다.
중국경제와 같이 이 두 가지 조건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승승장구하는 현실, 20세기에 도약한 일본이나 한국 등이 그리 완벽하지도 않은 경제자유와 사적재산권 보호 환경 속에서 경제성공을 이뤘다는 사실 들도 여전히 더 설득력 있는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신제도경제학이 이 문제에 대한 답을 하기위해 서구경험을 넘어 좀 더 그 지평을 넓혀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제도, 즉 어떤 문화, 이념, 그리고 보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치이념, 혹은 좀 더 포괄적으로 어떤 인생관, 세계관이 발전 친화적이냐 하는 문제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한다면 신제도 경제학도 여전히 진공 속 경제학의 틀을 못 벋어나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경제적 자유와 재산권은 왜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 동기부여를 통해 “모두를 다 잘 살게 해주기” 때문인가? 아마도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이에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눈에는 이 답은 50점짜리 답에 불과해 보인다. 이 답은 바로 완전경쟁모형과 마찬가지로 행복한 결과를 얘기하지만 과정을 생략한 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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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7일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제도·경제학회의 2014년 한국제도·경제학회 추계학술대회 <한국경제에 대한 신제도경제학적 이해>의 전경 |
필자가 생각하는 100점짜리 답은 경제적 자유와 사적재산권이라는 제도는 신상필벌의 원칙에 따라 “경제적 차이와 차등, 불평등을 초래하기 때문에” 동기부여장치로서 기능할 수 있고 나아가 (아마도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경제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자유와 그 결과를 향유할 수 있다는 권리가 주어지는 순간부터 바로 우리는 경제적 불평등의 압력 속으로 내몰리고 여기서부터 성장과 발전의 유인을 체화하게 되는 것이다. 평등한 사회, 혹은 평등하지 않다하더라도 이미 내가 잘 살 수 있다고 보장받은 사회는 결코 성장과 발전의 유인을 창출해 낼 수 없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부터 “어떤 제도가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해답의 힌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여기서 경제적 기회든 결과든 각자의 노력과 성과에 따라 차별적으로 배분하는 제도만이 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명제에 이르게 된다.
성과에 따른 경제적 차별화와 이의 제도화가 바로 경제발전의 전제조건인 셈이다. 여기서 경제적 차별화란 바로 경제적 성과에 다른 보상의 차별화를 의미하며 결국 다른 것을 다르게 같은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러한 경제적 차별화는 바로 행동경제학의 획득과 손실 프레이밍을 결합한 인센티브구조를 내재화 하고 있는 셈이다.
신상필벌의 원칙에 따른 경제적 차별화는 바로 보상의 차별화를 통한 경제적 불평등 압력을 무기로 잠자는 시장을 깨워내어 경쟁심을 살려내고 성장과 발전의 유인을 이끌어내는 경제발전의 필요조건인 것이다. 역으로 경제적 차별화에 역행하는 경제평등주의는 경제정체의 충분조건이다. /좌승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미디어펜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