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헌법공동체 존립 기반 허무는 행위 관용의 여지 없어

   
▲ 이인철 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가 그 정당을 해산할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헌법 아래 성립된 정치적 공동체가 그 공동체의 단일성을 파괴할 위험성이 있는 정치적 단체에 대항하여 헌법 공동체를 지킨다는 의미다.

정치적 단체가 어떠한 이념을 지향하던 간에 지향하는 목적과 조직 및 행동을 통해서 헌법공동체의 일체성을 훼손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그 단체는 정치적 의사결정의 결집을 통해서 공동체의 기반인 헌법적 콘센서스를 생성하려는 정당으로서의 정치적 목적 수행을 스스로 거부하고 공동체의 파괴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서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통진당의 강령이 미사여구로 포장된 메시지를 내세우더라도 실질적으로 공화국의 헌법적 컨센서스하에서 설득을 통한 지지의 획득이라는 절차적 방법을 취하지 아니하고 선전선동과 폭압적 방법으로 공동체내의 반대의견을 제압하고 국민의 일부를 배제하고자 하는 행위를 추구한다는 것은 공화국의 틀 자체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이미 정당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 최종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헌법의 수호라는 것은 특정 이념이나 가치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헌법공동체를 지켜나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떤 가치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므로 이념의 선택이 선결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헌법공동체의 존립의 문제에 있어서 그것을 방해하고 침탈하는 지의 여부가 문제다.

그 이후에 분파주의적 성향 또는 행동의 여부를 가림에 있어서 그것이 지향하는 가치가 행동으로 뒷받침되고 구현되고 있을 때에 바로 그 추구하는 가치의 영향으로 나타나는 헌법 파괴적인 결과 또는 위험성을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당해산심판은 정당이 내세우는 가치를 선별하는 과정이 아니다. 사안은 보수와 진보세력 간에서 어떤 세력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건간에 헌법파괴적인 행동으로 인한 공동체의 존립에 대한 위해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민주사회가 다른 성향과 가치를 관용하는 이유는 순수하게 가치부재의 세속적 사회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고, 근본적으로 사회에서의 파벌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미국의 연방헌법 창시자들이 지적한데로 사익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 때문에 민주사회는 파벌을 없앨 수 있는 도구를 가지지 아니하며 단지 파벌의 영향력을 조정하여 공화국을 존치하려는 시도만을 할 수 있을 뿐이므로(알렉산더 헤밀턴외, 페더랄리스트 페이퍼), 파벌의 영향력과 효과를 헌법내에서 포섭함으로써 견제와 균형을 통해서 헌법공동체를 유지하여 가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헌법공동체는 이러한 견제와 균형의 조정장치가 운영되는 헌법질서라는 틀 안에서 유지되며, 헌법 공동체가 헌법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방어적 행위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헌법공동체는 스스로의 존립의 기반을 허무는 행위에 대해서까지 관용할 수가 없는데, 현체제에 대한 “변혁”을 내세우며 견제와 균형의 틀을 부정하고 타세력을 일방적으로 배제하려는 시도를 함으로써 헌법 안에 있기를 거부하는 행위자에 대해서 까지 관용할 여지가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이인철 변호사, 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