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모바일 소비 이동 트렌드 못 읽어…'모두의 몰락' 반쪽 상생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소비자들의 불편이 점차 커지면서 소비자선택권 박탈 논란과 함께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가중되고 있다. 이에 이채익 새누리당 국회의원,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컨슈머워치가 3일 '지역경제와 지역민을 위한 대형마트 정책' 토론회를 개최, 대형마트 규제의 실효성과 재래시장 제도 방향에 대한 점검의 자리를 가졌다. 아래 글은 패널로 참석한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대형마트 정책방향과 소비자

1. 대형마트 규제의 부정적/긍정적 측면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실효성이 있느냐 하는 것은 당연히 이로 인해 국내 중소유통(골목상권)이 실제적인 매출 향상으로 연결이 되었느냐로 판단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장기적인 매출 향방의 바로미터로 생각해봐야 할 점이 바로 국내 소비자들의 쇼핑트렌드와 구매니즈의 향방이다. 이는 미래지향적인 유통정책의 수립과 개선을 위한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최근 국내 소비 트렌드 특징을 살펴보면, 1~2인 가구가 주도하는 소량구매 및 근린형 소비, 스마트폰이나 PC로 구매하는 온라인/모바일 쇼핑, 그리고 대형 복합쇼핑몰에서 가족이나 연인과 쇼핑하고 놀기도 하는 몰링(malling) 소비, 그리고 고가와 저가로 명확히 구분되는 소비양극화 등을 들 수 있다.

젊은 세대, 맞벌이, 도시형 생활 등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소비패턴이 정착되면서 미래의 소비자들은 보다 혁신적이고 새로운 컨셉의 쇼핑공간과 유통업태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이와 동시에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면서 실버세대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쇼핑형태를 선호하기도 한다. 즉 대형마트이든 전통시장이든 이러한 현재와 미래의 소비자들의 욕구와 필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느냐가 향후 진정한 생존경쟁의 분수령이 될 것은 자명하다.

   
▲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매출감소로 일자리가 7000여명이 감소했다. 중소납품업체들의 납품피해도 조단위에 달하고 있다. 소비자의 장보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재래상인들이 대형마트의 출점에 반대하며 삭발투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규제 덕에 전통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분들도 있고 그 반대의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실제 소매유통시장의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전반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반면,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은 대폭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물론 오프라인 중에서도 편의점 같은 업태는 비교적 높은 성장율을 보이고는 있으며, 온라인에서도 전통적인 인터넷쇼핑 등은 성장율이 낮아지고는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새로운 구매채널로 온라인과 모바일 같은 새로운 구매채널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오프라인 유통업태 전체(대형마트 + 전통시장)에 상당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는 대형마트 vs 전통시장의 경쟁구도가 아니라 온라인/모바일 vs 오프라인의 경쟁구도로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일 지도 모르겠다.

유통업태간 경쟁을 논쟁하는 사이에 소비자들은 온라인과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는 사실 선택의 자유라는 '소비자주권 원칙'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히 있다. 실제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시간과 품목제한 등은 소비자의 선택을 전환시키는 게 골자이지만, 정작 소비자가 원하는 장소와 품목을 선택하게 하는 권리에 대한 배려는 빠져있기 때문이다.

개별 소비자의 만족 증대를 목표로 하는 소비자주권의 원칙에서 볼 때 '영업시간과 판매품목 제한’ 등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 분명하다. 물론 경제적 약자인 중소유통과 골목상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임시적 조치라고는 하지만 문제는 과연 그러한 효과들이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한 측정과 평가가 제대로 되고 있지 못하는 사이에 소비자들의 불편과 희생이 커지고 있다는 측면을 간과할 수는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중소유통과 골목상권의 실제적인 경쟁력이 현재 나아지고 있느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 이채익 새누리당 국회의원,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컨슈머워치가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개최한 <지역경제와 지역민을 위한 대형마트 정책 토론회>의 전경 

2.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이 가지는 쇼핑적 가치

대형유통이 소비자에게 다양한 가치와 편의성을 제공하지만, 중소유통(골목상권)은 대형 유통매장과는 또다른 쇼핑의 즐거움과 경험과 유익을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 그 이유는 근접성, 편리성, 진귀성(차별성), 경제성 등으로 대변되는 골목상권만의 독특한 쇼핑적 가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 소비자들은 대형 쇼핑 공간 내지 교외에 있는 쇼핑몰 등에서는 누릴 수 없는 독특하고 다양한 쇼핑적인 가치를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에서 누리는 것을 원한다. 특히 최근에 근거리 쇼핑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고 소량구매의 쇼핑문화가 확산되면서 중소유통이 가지는 쇼핑적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중소유통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양호한 집적 위치에 발달해 높은 접근성을 가지고 있다. 재래시장은 지역의 특산물 등 대형유통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하고 차별화된 품목이 존재한다. 중소유통이나 재래시장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취급하지 않는 다양한 상품과 특산품을 취급함으로써 차별성을 가진다)

Morales et al.(1995)은 시카고의 유명한 전통 상점거리인 맥스웰스트리트(Maxwell street)의 독특함의 원인으로 저렴한 가격, 자유로운 출입, 탁월한 근접성, 그리고 전통을 간직하는 역사성 등을 지적하면서, 맥스웰스트리트의 거래 물품들은 엄청난 다양성을 지니고 있고, 또한 과거로부터 미래를 연결하는 하나의 통로, 즉 문화의 교류장소가 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결과들에서 우리는 중소유통은 대형유통이 가치는 쇼핑적 가치와는 또 다른 차별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는 단순한 쇼핑적 가치를 넘어 문화관광적 가치와 사회공동체적 가치로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즉 다시 말해 중소유통(골목상권)은 한국만의 독특한 유통공간으로서 단순한 쇼핑 공간의 개념을 넘어서 문화, 관광, 공동체, 역사, 전통의 다양한 의미와 전통을 이어가는 공간이다. 소비자들은 이 곳을 통해서 우리의 과거를 이해하고 독특성과 진귀성을 누리며, 또 외국인과 방문객들은 이 곳을 통해서 한국을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다.

3. 소결론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 정책이 재래시장 활성화에 촉매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규제책을 강화하는 것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는 재래시장의 근원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와 미래의 소비자들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이에 걸맞는 쇼핑공간과 유통기능을 가질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승창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규제책이 재래시장 활성화에 촉매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진단한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상황에서 더 많은 규제책은 무용지물이다"며 "재래시장이 대형마트와 다른 매력의 유통 매체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늘리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밝혔다.

유통산업에 대한 정책은 반드시 소비자 후생을 고려해야 한다. 사실 업계 내 상생과 협력이 되더라도 소비자 후생과 관련이 없거나 역행해서는 곤란하다. 이를 위해 유통 관점에서의 소비자후생 지수의 개발이 필요하다. 대형마트 규제 또는 신업태 도입 시 찬반 양론 등이 존재할 경우 소비자후생에 대한 타당한 분석과 판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최근 ‘이케아’라는 가구 카테고리킬러가 오픈 하였는데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기존 유통업체와 제조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많이 지적하지만, 소비자관점에서의 장기적인 득실 등은 제대로 분석하지 않는다.

시장 독과점은 우리 모두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슈퍼갑의 논리에 시장이 일방적으로 끌려가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현상을 지나치게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 아니다. 선진국들이 작은 가게를 보호하는 정책을 쓰는 이유를 곰곰이 새겨봐야 한다.

골목상권 보호가 곧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방편이란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급자 위주의 경제논리에 집중하는 사이에 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소비자들이 변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해외 직구족의 최근 증가세 참조). 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유통시장에서 결국 해답은 소비자에게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