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실 씨 등 제안…"죽어서도 가기 싫은 북한 함부로 말하지 말라"
지난 11월1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 ‘신은미 & 황선 토크문화콘서트’의 여파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국민들에게 충격을 던진 수준을 넘어서 탈북자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해 많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 탈북자 이순실 씨를 비롯해 북한 아나운서 출신 송지영 씨, 김정아 씨 등은 3일 프레스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황선, 신은미 등의 인사에게 ‘맞장대결 콘서트’를 제안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바쁘신 시간을 내어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기자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나는 신은미, 황선, 임수경 이정희 씨에게 꼭 이 말을 전하고 싶어서 기자회견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나는 이 자리를 빌어서 잠깐 잠깐 놀다온 평양을 북한이라고 말하며 소위 종북콘서트를 열어 이 사회를 혼란에 빠지게 하는 신은미, 황선, 임수경 씨에게 홀리데이 인 평양 콘서트의 진행자로서 할 말이 있어 나왔습니다.

탈북자라면 북한도 알고 남한도 알고 전 세계가 다 압니다. 그들이 왜 탈북했는지도 이 세상의 사람들은 다 알 것입니다. 나는 그 중의 탈북자이며 꽃제비로 10년을 살다온 거지 엄마 이순실입니다.

그곳에서 군복무를 하며 청춘을 빛나게 살아왔던 한때의 멋진 여군이었으며 고난의 행군으로 이어진 꽃제비 생활에 굶주림을 면해보려고 중국을 넘나들며 8번의 북송과 9번째의 탈북으로 산전수전 공중회전 뒷전까지 다 겪으며 살아왔습니다.

‘이제 만나러 갑니다’ 프로그램을 통해서 다 이야기 한 바가 있어서 다만 이 부분만 짚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황선 씨가 평양에서 아기를 출산했다고 자신들이 말해서 알았습니다. 그리고 평양에서 활기찬 북한 인민들의 생활모습을 봤고 꽃제비가 없는 북한을 보고 왔다고 신은미 씨가 이야기했습니다.

그럼 이것으로 김정은 정권은 당신들을 통해서 하고자 계획했던 일들을 확실하게 성공한 것이라고 보면 정답입니다. 긴 말이 필요 없습니다.

그 독재국가는 자기들의 체제를 선전하기 위하여 당신들을 통해 평양과 북한을 보여준 것입니다. 일반인들이 똑같은 그런 혜택을 받으며 살아간다고 당신들도 생각지는 않을 겁니다.

당신들이 행복해 하고 즐거워하며 기뻐 감동 받아야 그것이 남한에 가서 살아있는 북한이 되는 것이니까요.

쌓인 상처들이, 분노와 마음 증오가 가득한 탈북자들은 그 북한을 저주하며 살기에 시켜도 못하고 안합니다. 그러나 당신들은 말할 것이라고 생각한 북한, 그들은 머저리 바보들이 아니기에 그런 은혜와 사랑을 베풀었던 것이죠.

북한이 바라는 김정은의 령도하는 사회주의 위대성 선전 이야기를 당신들이 잘 한 거니까요.

내가 북한에서 살면서 봐왔던 체험을 한 가지 말하겠습니다. 일본에서 귀국해온 재일동포가 하도 마약과 술에 젖어서 집안 재산을 탕진하며 알거지가 되었는데 일본에서 그 집으로 가정방문 온다고 하니 거지꼴을 보여주기 창피한 북한정권은 그 동네에서 제일 잘 사는 집에 통째로 내서 그 가족을 들여보내고 마치 자기 집인 양 쇼를 하며 밥 짓고 마당을 쓸게 하면서 사는 것을 보여주고 나흘 후 돌아가자 다시 거지로 살아가는 것을 보니 참 씁쓸했던 일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본 북한이 바로 그 거지네 집 꼴입니다. 일반인들은 얼마나 힘들고 배고프고 고달픈 생활을 하는지 정말 모르는 겁니까? 모른 척 하는 겁니까. 세계적으로 굶어죽는 사회주의 공산국가가 어디 있는지 당신들은 똑똑해서 더 잘 알 겁니다.

남한에서 온 황선 씨는 평양산원에서 환영받으며 아기를 출산했지만 나는 역전보일러실에서 아기를 낳았습니다.

내 딸이 두 살이 될 때까지 따뜻한 집에서 한 번 재워보지 못했으며 옷 한 벌, 아니 뽀송뽀송 마른 기저귀 한 번 채워보지 못하고 잔등이 오줌똥에 절도록 업어서 키웠지만 끝내 인신매매로 남의 나라 땅에 개 돼지마냥 팔려가는 아픔을 당해본 엄마로서 꼭 당신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배고파 우는 아기에게 소똥에 여물 콩을 골라서 입에 넣어줘야 하는 아픔을 당신들은 겪어봤느냐고, 따뜻한 이불 대신 배낭에 아기를 짊어지고 비닐 박막을 쓰고 살아봤냐고.

하루 종일 손가락을 빨며 지쳐 우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태어나게 만든 죄책감으로 피눈물을 삼켜봤느냐? 백화점의 아기 옷 매장에서 두 살짜리 아기 옷들을 가슴에 안고 피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는가?

우리 집 강아지도 자기가 낳은 애기 강아지가 교통사고로 죽자 몇날 며칠을 밥도 안 먹고 둥지 속에 남아있는 새끼냄새를 맡으며 우는 것을 보고 새끼 잃어버린 어미의 마음을 알기에 나도 많이 눈물이 났다. 새끼 잃어 미쳐버린 어미들의 절규의 울부짖음 소리를 들어봤는가 말이다.

배부르고 등 따시니 보이는 게 없는 황선, 임수경, 신은미 당신들도 여자다. 아기를 낳고 키우는 엄마들이 아니냐?

배고파 울지 않는 이 대한민국에서 아기를 낳고 살아가는 당신들은 이 꽃제비 엄마, 아니 지옥 같은 북한을 탈출한 우리 탈북자들의 그 고통의 맛을 천분의 일이라도 안다면 백주의 대낮에 소위 종북콘서트를 열고 환영받으며 놀다온 평양을 북한의 전부처럼 말할 수 있는가 말이다. 우리 탈북자들 90%가 북한으로 가고 싶어 한다고?

나는 내 남편에게 늘 유언 같은 말을 한다. “여보 언제든지 내가 죽으면 화장해서 재를 뿌리지 말고 나무 밑에 묻어 달라”고. 왜냐고요? 그 잿가루가 바람에 날려 떠돌다가 북한으로 갈까봐….

나는 죽어서도 가기 싫은 곳이 북한이고 다시는 지옥 같은 북한에서 살기조차 싫다. 상상도 하기 싫다. 배고픔의 고통으로 죽을 만큼 힘들지 않았으면 탈북자들이 사는 이 땅에서 함부로 북한을 말하지 말라.

북한에서 태어난 죄밖에 없는 불쌍한 우리 탈북자들과 자유를 찾아오다가 죽은 영혼들과 굶어죽은 300만의 영혼들 앞에서 함부로 북한을 말하지 말라. 41년 생의 흔적이 남아있는 북한이 또 악몽으로 살아나 꿈속에서 볼까봐 미칠 것만 같다.

당신들은 그곳에 가서 2만7천 명의 우리 탈북자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살다왔는지를 한 번쯤은 생각해 봤어야 한다. 설정된 공간의 평양에서 놀다 보니 그곳이 북한인줄 알고 착각하는 당신들에게 나는 말한다. 나는 눈물만 흘리며 북한에서 살다 보니 이젠 눈물도 마른 줄 알았다. 북한에서는 찢어지게 가난한 내 인생이 하도 가련하고 불쌍해서 많이 울었지만 지금은 너무도 감사한 대한민국이 너무 고마워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살아가고 있다.

배고파 아우성치며 굶어 죽어가는 북한, 배불러 죽겠다며 다이어트 하며 사는 남한. 나는 대한민국에 와서 하루 세 끼 배부르게 먹고 사는 것만으로도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하며 먹을 때마다 늘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먹는 복이 인간의 가장 큰 복이라면 당신들은 비웃을 수 있겠지만 우리가 얼마나 굶주림의 고통을 안고 살았기에 이런 말을 하는지 이제는 이해가 될 것이다.

이 나라가 당신들의 발언으로 북한체제로 물들까봐 나는 심히 걱정이 된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내가 살다온 북한을 우리가 말할 수 있으니 놀다온 그대들은 그곳이 그리 좋으면 짐 싸들고 평양에 가서 2년만 살아봐라. 그럼 이 꽃제비 엄마의 절규 같은 소리들을 그곳에서 똑같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말하는 기계로 살았고 일만 하는 노예로 살아온 그 땅에서 살아보지 못했으면 함부로 북한을 떠들지 말라. 주권이 있고 인권이 있고 자유가 있는 이 대한민국이 얼마나 감사한지 당신들 명심하라.

마지막으로 나는 당신들에게 청원한다. 평양, 북한을 가지고 맞장대결 콘서트를 하고 싶다. 홀리데이 콘서트 5인방은 준비되어 있으니 서울시청 앞에서 맞장대결 콘서트를 같이 하자고 제안하는 바이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2014.12.3
홀리데이 인 평양 콘서트 출연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