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정치권은 25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 소식에 일제히 애도를 표했다. 다만 이 회장의 생애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렸다. 여권과 진보성향 인사들은 삼성 지배구조, 무노조 경영 등의 과오를 지적한 반면, 보수 야당 인사들은 ‘업적’에 방점을 부각시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삼성과 함께 대한민국의 위상까지 세계 속에 우뚝 세운 이건희 회장의 기업사를 후대가 기억할 것"이라며 "일생 분초를 다투며 살아왔을 고인의 진정한 안식을 기원하며 명복을 빈다"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소속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 회장에 대해 "그는 가발과 의류를 수출하던 최빈국을 세계 최고의 제조 강국으로 이끌었다. 반도체 없는 대한민국을 상상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우리가 세상을 넓고 멀리 볼 수 있게 된 것은 거인의 어깨 덕분이었다"고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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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경제 성장을 견인하며 재계를 이끌었던 거목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6년여의 투병 끝에 25일 향년 78세로 눈을 감았다. 1987년 12월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만들겠다던 약속을 지키고 떠났다. 이건희 회장이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하태경 의원은 "이건희 회장은 대한민국 국위선양의 일등공신!"이라며 "대한민국의 오늘은 이건희 회장 당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편히 잠드소서"라고 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우리 경제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신 분"이라며 "한국경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쓰신 기업가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고인의 선지적 감각 그리고 도전과 혁신 정신은 우리 모두가 본받아 4차 산업혁명과 새로운 미래먹거리 창출을 위한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인사들은 애도와 함께 유가족을 위로하면서도 이 회장의 ‘그림자’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삼성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고인께서는 고비마다 혁신의 리더십으로 변화를 이끄셨다"면서 "고인은 재벌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강화하고, 노조를 불인정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끼치셨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불투명한 지배구조, 조세포탈, 정경유착 같은 그늘도 남기셨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삼성은 과거의 잘못된 고리를 끊고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란다"며 "고인의 빛과 그림자를 차분하게 생각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삼성 저격수’ 박용진 의원은 "분명한 것은 권위주의 시대에 초창기 경영자들이 보여주었던 기업문화와 한국경제의 질서가 이제 낡은 것이 되었다는 점"이라며 "새로운 시대에 발맞춰, 권위주의 시대에 구축된 기업문화와 경제 구조는 혁신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이어 "이재용 부회장은 막대한 상속세를 내야 한다. 각종 꼼수와 특혜를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시도는 용납되어선 안 된다"며 "삼성생명법 등 우리 경제 질서에서 특혜로 작동되어온 문제들에 대해서도 전환적인 태도를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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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CES2010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업들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가 공평하고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경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고인의 넋을 기리는 일이자 우리가 짊어져야 할 과제일 것"이라고 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 회장은 정경유착과 무노조 경영이라는 초법적 경영 등으로 대한민국 사회에 어두운 역사를 남겼다"며 "이제 그 어두운 역사의 그림자를 지우고, 재벌개혁을 자임하는 국민 속의 삼성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부 여권 인사들은 이 회장의 공과를 언급하는 대신 생전 인연을 언급하면서 조의를 표하기도 했다.
민주당 4선 의원을 지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삼성 이건희 회장님. MBC 경제부 기자 시절 1980년대 말 어느 해 여름. 제주도 전경련 세미나에서 한 시간가량 '반도체의 미래'에 대해서 출입기자들과 강의 겸 긴 대화를 나누신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그는 "오늘의 삼성은 이 회장님의 '반도체 사랑'이 만든 결과"라며 "대한민국 반도체 신화를 이룬 이 회장님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고 했다.
삼성전자 상무 출신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1987년 회장 취임 후, 자주 기흥 반도체 사업장에 오셔서 사원들을 격려해 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반도체 사업은 '양심산업'이라며 '국가의 명운이 여러분 손에 달렸다'라고 사원들 한 명 한 명에게 소명의식을 심어줬다"고 회고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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