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정부·자유로운 시장경제로 정부 공익보다 사익 추구 걱정해야

제임스 뷰캐넌과 더불어 공공선택론의 창시자인 고든 털럭 교수가 지난 11월 3일 92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털럭 교수는 외부성(공공재), 소득재분배, 지대추구 등에 관한 매우 큰 이론적 기여를 해왔다. 자유경제원은 털럭 교수의 학문세계와 한국에 주는 시사성을 짚어보고자 3일 자유경제원 회의실에서 <고든 털럭 교수의 학문세계와 한국에 주는 시사성>이라는 주제로 고든 털럭 교수 추모 토론회를 개최했다. 털럭 교수의 추모 토론회는 세계에서 최초이다. 아래 글은 패널로 참석한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의 토론문 전문이다.

   
▲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고든 털럭(Gordon Tullock)은 198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뷰캐넌과 함께 수년간 ‘공공선택론(Theory of Pubic choice)’을 연구하여 개발한 공공선택론의 창시자다. 또한『국민 합의의 분석(The Calculus of Consent)』의 공동저자이다. 그는 국민 합의의 분석(The Calculus of Consent)』을 포함하여 총 23권의 저서가 있다.

고든 털럭은 미국 일리노이주 록퍼드Rockford에서 1922년 태어났으며 2014년 11월 3일 타계했다. 그는 시카고대 법과대학을 졸업한 후 변호사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후 중국·홍콩·한국 등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에서 학술활동을 시작해 버지니아대·라이스대·버지니아공대·애리조나대·조지메이슨대 교수를 역임했다. 또한 남부경제학회·서부경제학회·국제생물경제학회 등의 회장을 역임했다. 1998년에는 미국경제학회의 공로 회원이 되었다.

뷰캐넌과 함께 ‘버지니아 학파’를 창설한 법학도인 털럭은 재밌게도 경제학을 수강한 적이 거의 없다. 유일하게 수강한 경제학 과목이 ‘가격론’이었다. 하지만 그의 동료 뷰캐넌은 학교에서 배우지는 않았어도 그는 타고난 경제학자라고 말했다. 털럭은 미제스의 대표적 저서인 『인간행동』을 통해 영감을 얻었다.

   
▲ 2014년 정기국회 마지막 달이다. 부정부패근절을 위한 기본법이 될 김영란법은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 정피아 언피아 교피아 등 각계의 부정부패와 적폐가 드러나있다. 사진은 김영란법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이다.

고든 털럭의 저서, <국민 합의의 분석>은 어떤 책인가

1962년 제임스 뷰캐넌과 고든 털럭이 공동 저술한 『국민 합의의 분석(The calculus of consent)』은 공공선택론(public choice)의 대표적 고전이다. 우리는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뽑기도 하고, 도지사, 국회의원을 뽑기도 한다.

나라마다 다른 선거제도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국민의 대표자를 뽑는다. 과연 이런 선거가 얼마나 좋은 결과를 가져올까? 다수결의 원칙이외의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일까? 의사 결정 규칙이 잘못되었다면 그러한 결정 규칙을 담아 놓은 헌법을 개정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의사 결정 규칙들의 문제를 분석하고, 나아가 헌법의 바람직한 모습을 논한다.

이 책은 공공선택론과 헌법적 정치경제론의 최고 고전이다. 두 저자는 이 책에서 ‘교환으로서의 정치활동’의 개념화를 시도하였으며 정치적 선택에도 경제학적 방법론인 효용극대화 모델을 적용하고자 했다. 정치라는 행위도 자세히 보면, 결국 인간의 행위이다. 인간은 교환행위를 통해 서로가 이익을 보는데 익숙해 있다. 정치라고 해서 특별히 다를 이유가 없다. 정치 역시 교환행위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동안 정치학에서 풀지 못했던 많은 의문점이 풀린다.

인간들이 정치적 행위과정을 통해서 선택하게 되는 규칙들은 합의를 통해서 만들어 진다. 이 합의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어떤 규칙이 평균적인 개인에게 이익을 줄 것으로 기대되면, 다른 개인이 약간의 손해를 보는 것이 예상되더라도 개인은 그 규칙에 합의할 것이다.

규칙을 처음 만들 때 규칙 제정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신에게 미칠 경제적 이익을 정확하게 계산해내지는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규칙 내에서 특정 목적을 위한 정책 대안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보다는 쉽게 어떤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당시에는 가히 혁명적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부제목은 입헌 ‘민주주의의 논리적 근거’다. 민주주의의 밑바탕이 되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한 정치행정학의 고전답다.

카네기 멜런 대학의 온토 데이비스는 이 책을 미국 헌법에 대해 절실히 요구되었던 최초의 과학적 합리화라고 칭송했다. 저들은 미국 헌법이 가장 이상적임을 인정한다. 그렇다고 더 이상 개선할 여지가 없다는 뜻은 아니라고 말한다. 스위스 헌법은 미국 헌법을 모방해서 가장 잘 만든 헌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 책이 기여한 부분을 “간단히 말해 우리가 좋은 헌법을 설계하는 데 후생경제학의 도구를 사용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라고 평한다. 개인 선호를 관찰했고 개인들에게 이익이 될 것 같은 정부 조직 유형을 고찰했다. “정부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편익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우리는 내가 넓은 의미의 파레토 최적이라고 명명했던 것에 도달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 책의 번역서는 여러 차례 나왔다. 필독서로 인정받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 도서(2002)로 선정되었고, 2008년에는 ‘좋은 책 선정위원회’가 고른 고전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번역서인 『국민 합의의 분석』은 시공아카데미(1999)에서 출판되어 국내에 소개되었으며, 가장 최근에는 공공선택론의 대가인 황수연 경성대 교수의 번역으로 2012년 지식을만드는지식이 출판했다.

뷰캐넌과 털럭의 합작으로 탄생한 『국민 합의의 분석』은 경제학과 정치·행정학을 망라한 고전이다. 이 책에 담긴 헌법적 경제학은 공공선택론과 함께 꾸준히 연구되어 드디어 1990년에 『헌법적 정치경제학』이라는 저널이 창간된다.

이 책은 공공선택의 수준이 헌법적 선택의 수준과 헌법 이후의 일상적 정치의 수준으로 나뉠 수 있는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다. 첫 번째인 헌법적 선택은 게임의 규칙을 설정하는 것이며, 일상적인 정치는 규칙 안에서 게임을 수행하는 것에 해당한다. 이 둘을 구별하게 되면서 새로운 정치적 분석이 가능해진다.

   
▲ 자유경제원이 3일 자유경제원 회의실에서 주최한 <고든 털럭 교수의 학문세계와 한국에 주는 시사성> 고든 털럭 교수 추모 토론회의 전경.

<국민 합의의 분석>의 현대적 의미

흔히 서로 합의하기 어려운 문제는 다수결로 정하자고 한다. 단순히 보면 현대사회에서 민주주의는 다수결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과연 다수결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일까? 이 책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제문제는 자발적인 거래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윈윈의 결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정치문제는 다르다. 누가 편익을 갖고 누가 비용을 부담하느냐를 정치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이익을 보는 사람과 손해 보는 사람이 늘 갈등 관계에 놓이게 된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정치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느냐에 따라 그 사회가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고 폐망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갈등을 줄일 수도 있고 오히려 갈등을 키울 수도 있다.

어떤 나라는 잘 살고 활기가 넘치는 반면 어떤 나라는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왜 그런 차이가 발생할까? 비슷한 민족이고 자연 환경과 자원도 별 차이가 없음에도 그런 차이가 발생하곤 한다. 이는 제도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그 나라에는 새로운 창의적 경제활동이 일어나고 꽃 피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제도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제도의 가장 상위 개념은 헌법이다.

인치가 아닌 법치를 통해 세상 일이 처리되는 민주주의 나라에서 헌법은 그 나라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실질적인 경쟁 단위의 실체가 된다. 국가끼리 경쟁하는 것의 핵심이 헌법이며, 국가간 경쟁도 헌법의 경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좋은 헌법을 가진 나라가 잘 사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헌법이 나을까? 어떤 의사결정 방식을 채택해야 민주주의의 타락을 막고 건강한 민주주의를 지탱할 수 있을까? 좋은 헌법을 통해 독재 권력의 출현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수도 있고, 중앙권력의 비대화를 방지하면서 삼권 분립을 유지할 수도 있다. 제도의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헌법의 중요성은 여전히 강조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정부에 의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립과 자기 책임 의식이 줄어들고 의타심과 노비근성이 퍼지고 있다. 과거에는 남에게 의존하는 삶은 부끄럽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서로 돕고 살자는 평등의식이 확산되면서 남에게 부담을 주는 일에 대한 꺼림칙함보다 당연히 도와줘야 하는 것이라는 뻔뻔함이 자리 잡아 가는 사회적 타락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제는 대놓고 지원해달라는 사람들도 늘어나 이익단체의 활동은 정치적 영향력을 늘리고 있다. 공공선택론은 사람들이 정치활동에서도 그들의 경제활동과 상당히 유사한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과거의 경제학과 정치학은 서로 구분되어왔다.

학자들은 이 둘을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유형의 활동으로 규정했다. 학자들은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할 때는 경제활동과 관련된 방식으로 행동을 하고, 정치활동을 할 때는 그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행동을 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공공선택론자들은 두 활동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사람들이 정치에서도 경제활동을 할 때와 아주 비슷하게 행동한다는 점을 밝혔다.

공공선택론에 따르면, 사람들의 정치활동은 그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루어지며 그들의 목표에 부합하는 의사결정을 한다. 사람들은 가끔 투표를 통해서 의사결정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평상시에도 정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행동을 하기 때문에 이는 지속적인 투표로 볼 수 있다. 공공선택론은 이러한 정치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적 틀을 제공하고 있다.

털럭이 뷰캐넌과 합작한 명저 『국민 합의의 분석』은 보다 나은 헌법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이 책은 경제학의 이론을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적용했다. 민주주의의 핵심 언어인 ‘동의’에 이르는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을 ‘방법론적 개인주의’ 입장에서 게임이론으로 분석한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사람도 기관도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며 효용을 극대화하려 한다. 정부는 공익을 추구하는 자비로운 존재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유권자나 정치인처럼 사익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정부는 사적인 이익을 쫓는 개인으로 구성된 집단이기 때문이다.

정부를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선의의 존재로 인식하지 말고 오히려 정부의 사익 추구를 걱정해야 하며 정부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그래서 중앙정부의 비대화를 방지하고 권한을 나누어 갖는 연방제나 양원제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고, 지자체들이 서로 경쟁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 자유경제원이 3일 자유경제원 회의실에서 주최한 <고든 털럭 교수의 학문세계와 한국에 주는 시사성> 고든 털럭 교수 추모 토론회에서 토론하고 있는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고든 털럭의 빛나는 업적, 지대추구이론

고든 털럭은 학문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기여했다. 공공선택론뿐만 아니라 법경제학·생물경제학의 창시자이기도 하며 외교문제까지 분석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수백 편의 논문들을 썼다. 특히 지대추구이론에 대한 공헌이 학계로부터 넓게 인정을 받은 이론이다.

고든 털럭은 다양한 학계에 기여했지만, 그 중 지대추구이론이 학계로부터 폭 넓게 인정받는다. 지대추구(rent-seeking)란 단어는 앤 크루거(Anne krueger)가 만들어 냈지만, 1967년에 고든 털럭이 처음으로 개술(槪述)했다. 지대추구는 특정 집단들이 정부를 설득하여 자기들에게 이런 종류의 귀중한 독점이나 법적 특권을 부여하게 하려는 시도이다.

만약 그들의 지대추구가 성공적이면, 그러한 편익은 일반 대중으로부터 이러한 특권적 집단들에게로 상당한 부 이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들과 납세자들은 독점 가격의 효과로 재정적으로 손해를 보지만, 또한 그들이 참아야 하는 선택 축소와 질 저하의 면에서도 손해를 본다.

그는 성공적인 지대추구로부터 얻는 잠재적 이득이 사실상 아주 상당하기 때문에 집단들이 그것을 얻으려고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을 쓰는 것이 아주 현명하다는 것을 지적했다. 이러한 지대추구로부터 얻는 이득을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 지대추구 비용이다.

지대추구 비용이란 경제 주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획득하기 위해 로비 등 비생산적인 활동에 자원을 투입하여 발생하는 사회적 낭비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즉, 많은 유능한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 돈, 기술 그리고 기업가적 활동이 지대추구에 낭비되는 것이다.

지대추구 활동에는 사회 전반에 가치 있는 아무 것도 생산하지 않으며 정치 과정도 타락시킨다. 만약 지대 추구를 통해 큰 편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 그것이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 집단들이 표와 지원을 거래하도록 자극할 인센티브가 강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대추구 행위가 하는 전부는 어느 독점 특권이 어느 이익 집단에 부여될 것이지 결정하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지대추구 행위

한국에서도 여러 가지 지대추구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관피아’, ‘해피아’ 등과 같은 행위 전형적인 지대추구 현상이다. 이러한 지대추구행위로 인하여 공기업의 방만운영이 일어나는 것이고 그 결과로 공기업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중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사회 곳곳에도 지대 추구 행위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가령 노조들의 파업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지만, 순수한 근로기준 개선을 위한 파업이 아닌 정치적 파업을 일으켜 자신들의 목소리와 힘을 키워서 정치권에 영향력을 늘리려 하는 것도 지대추구 행위이다. 또한, 자신들의 독점적인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로비를 하는 기업인들, FTA를 반대하기 위해 과격한 시위를 하는 농민들도 지대추구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고든 털럭이 연구한 결과가 말해주듯이, 지대추구 행위는 비생산적이며 사회전반에 이득을 줄 수 없는 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권 및 사회전반에서 지대추구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대안마련과 노력이 필요하다. 해답은 언제나 그렇듯이 작은 정부와 자유로운 시장경제이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