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진의 기자]정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의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것)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가 갭투자를 막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뛰면서 굳이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매매가와 전세가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 외각에서는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넘어서는 역전현상도 나오면서 '깡통전세'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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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외곽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갭투자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 최근 아파트값이 보합세에 머무르고 있지만 전세값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정부는 그간 서울 집값을 올리고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으로 갭투자자들을 지목하고 규제카드를 연이어 꺼냈다. 특히 갭투자에 활용되는 각종 대출을 제한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 6·17 대책 이후에는 사실상 투기수요의 시장 진입은 막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새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 상한제) 시행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전세 수급이 막히면서 전셋값이 크게 상승하자 수요자들이 갭투자 유혹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외곽지역에선 갭투자 사례가 늘어나고있다.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2020년8월1일~10월 26일) 전세 끼고 아파트를 매입한 거래 사례가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노원구로 32건에 달했다. 이어 강서구 31건, 성북구 24건, 송파구 21건, 성동구 21건 순이었다.
이는 아파트 전세가율이 최근 들어 높아진 영향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3.6%로 전달(53.3%)보다 0.3%포인트(p) 올랐다. 51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실제 서울 노원구 청구3차 아파트 전용면적 85㎡는 지난 1월 5억8700만원에 거래된 이후 매매가 한 건도 없었지만 최근 전세난으로 전셋값이 오르며 호가가 6억6000만원으로 올랐다. 반면 전세는 지난 8월 26일 6억원에 거래돼 호가로 매매 거래가 이뤄질 경우 전세가율은 90%를 넘어선 상황이다.
강서구와 성북구에는 매매-전세가격 차이가 1억 원도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강서구 화곡동 초록아파트 전용 58.65㎡형의 경우 전셋값이 5억6000만원이나 매매가격은 6억4700만원이다. 8700만원을 투자하면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는 것이다. 성북구 길음동 길은뉴타운 e편한세상도 갭 차이가 1억원이 안된다.
서대문구에서도 인왕산현대 전용 59㎡가 지난 12일 4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돼 매매가(7억8000만원 수준)와 격차가 3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이 단지는 지난 6월부터 시세가 오르면서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커졌지만, 최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그 차이가 다시 좁혀진 것이다.
경기도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수원 권선구 LH센트럴타운3단지 전용 84㎡는 매매가가 5억8000만원 수준인데, 지난달 거래된 전세 매물의 가격은 4억5000만원이었다. 갭 차이는 1억3000만원 정도다. 용인 기흥구에서는 금화마을3단지 주공그린빌 전용 59㎡의 전세 가격이 3억5000만원으로, 매매가(3억9800만원)와의 차이가 4800만원까지 줄었다. 5,000만원만 있으면 경기에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셈이다.
아예 전셋값이 매매가를 뛰어 넘은 단지들도 포착되고 있다. 비선호 지역의 구축 소형 아파트들이기는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집을 살 수 있는 ‘무(無)갭’ 투자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갭투자를 잡겠다고 각종 정책을 남발했지만 규제의 부작용 탓에 갭투자 수요가 자극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의 규제때문에 또다시 시장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매매가격만큼 전세가격이 뛰고 있으니 전세로 살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갭투자가 성행하고 지속되면 깡통전세까지 속출할 수 있는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유진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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