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 대선을 일주일 앞둔 2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인단 29명이 걸려있어 최대 경합주로 꼽히는 플로리다에서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앞서가는 등 경합주에서 격차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전국에서 안정적인 차이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 있으나 6대 경합주에서 오차범위 내 초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어 막판 대역전극이 시동을 걸릴지 주목된다.
이날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각종 여론조사 평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에서 바이든 후보를 0.4%포인트 차로 역전했다. 지난 13일만해도 격차가 3.7%포인트에 달했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2주만에 4%포인트를 따라잡은 것이다.
플로리다와 함께 ‘선 벨트’(sun belt)로 불리는 남부 지역의 다른 경합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격차를 줄이고 있어 노스캐롤라이나(선거인단 15명)에서 0.7%포인트, 애리조나(선거인단 11명)에선 2.4%포인트까지 따라잡았다.
이 밖에 당초 공화당 텃밭이었지만 이번 대선에서 경합지로 떠오른 남부의 조지아(선거인단 16명)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0.4%포인트 차로 바이든을 앞서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7일 2%포인트 격차까지 밀렸던 것을 감안하면 맹추격해온 셈이다.
다만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이날 바이든 후보가 2016년 대선에서 역전패 당한 힐러리 클린턴 후보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우위를 구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힐러리는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지지율이 하락했지만 바이든은 안정적이다. 사전투표가 이미 6000만명을 넘어 막판에 판세가 뒤집힐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다.
여기에 북부 경합주인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로 불리는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에서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따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시간주에서 무려 12%포인트 차이로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후보의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도 일주일 사이 지지율 격차가 3.8%포인트에서 5.3%포인트로 벌어졌다. 위스콘신주에선 닷새 사이에 지지율 차이가 4.6%포인트에서 5.4%포인트로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대선은 전국 득표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승자가 주별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방식이어서 막판 변수가 있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국 득표에서 약 300만표 졌지만 러스트 벨트에서 0.3~0.7%포인트로 이겼고, 펜실베이니아 20명, 미시간 16명, 위스콘신 10명을 합친 선거인단 46명을 싹쓸이하면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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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대통령선거 후보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PG) 김민아 제작 일러스트./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이 격차를 줄일수록 11월 3일 현장투표 결과 박빙일 가능성이 커지고 이럴 경우 패배자의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혼란도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패배 시 선거 불복 가능성을 지속해서 시사한 바 있다. 특히 그가 대선 8일 전에 전례없이 새 연방대법관을 임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에이미 코니 배럿이 지난 26일 임명되면서 미 연방대법관은 전체 9명 중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재편됐다. 코로나19 사태와 겹쳐 유례없이 우편투표 열풍이 불고 있는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불복 소송을 벌일 경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때에도 전체 유권자 투표에서 힐러리 후보에게 거의 300만 표로 진 것에 대해서도 우편으로 이뤄진 불법투표 때문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 2018년 11월 중간선거 결과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민주당에 내준 것에도 똑같은 주장을 폈다.
미 언론들은 26일까지 6200만명이 넘는 유권자들이 우편투표를 포함한 사전투표에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 전역에서 4년 전 저조했던 흑인들의 투표 참여가 폭증하고 있다. 원래 사전투표는 저소득층이 시간을 쪼개서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많이 이용해왔으며, 이들 대부분이 민주당 지지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편투표의 경우 선거 당일까지 발송되는 투표지를 유효표로 인정하고 있어 선거 당일인 11월 3일 밤에 당선인이 확정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당일 직접투표에서 승리했지만 우편투표 결과 승부가 뒤집힐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해 1월 20일 정오까지 백악관 집무실을 비우는 것을 거부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트럼프를 지지하는 극우 진영이 전국적으로 무력 폭동을 일으킬 수도 있다.
실제 미국 내에서 총기 판매가 급증하고 있고, 화장지, 생수, 통조림 등 생필품 사재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서는 멀리 안전한 곳으로 피난처를 찾거나 벙커를 만드는 주민도 있다고 한다. 미 일간 유에스에이투데이는 26일(현지시간) 대선 이후 사상 최악의 폭력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에 따라 이 같은 움직임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미연방수사국(FBI)를 인용해 6월 한 달간 진행된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조회가 390만건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한달 기준 역대 최대로 올해 1~9월 총기 판매를 위한 신원조회 건수는 모두 2882만건이었다. 지난해 1년 동안 진행된 신원조회(2830만건)보다 훨씬 많은 수치이다.
만약 바이든 후보가 접전 끝에 질 경우에도 불복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00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앨 고어는 선거인단 29인이 걸린 플로리다주에서 불과 537표 차이로 패배하자 강력히 재검료를 요구했다. 이 재검표 논란은 한달간 계속되다가 앨 고어가 승복하면서 종결됐다.
따라서 두 후보는 이미 앞으로 벌어질 소송전에 대비해 대규모 법률팀을 꾸렸다. 트럼프 대통령 캠프는 탄핵심판 방어를 주도한 제이 세큘로우 변호사를 포함한 법률팀을 구성한데다 경합주에서 투표 접근 확대를 위한 소송전에 나설 경우를 대비해 수십명의 변호사와 저명한 로펌을 확보했다.
바이든 후보 캠프도 법무부 전직 고위 관리를 포함해 수백 명으로 특별국가소송팀을 꾸렸다. 또 투표소에서 유권자의 투표 방해 행위를 막고 투표 결과를 정확히 집계하기 위한 법률 상황실을 만들었다. 유권자의 투표 접근권을 넓히기 위한 소송을 맡는 팀도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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