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조항, 금융사와 소비자간 분쟁 촉발 여지 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내년 3월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두고 금융권에선 난감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최근 불거진 대형 금융사고의 재발을 막고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금소법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시행령의 일부 내용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오히려 금융사와 소비자간 분쟁을 촉발시킬 여지가 높아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지난 27일 입법예고한 금소법 시행령에는 금융사가 금융상품을 불완전판매 했을 경우 투자액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담하고, 설명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거나 부당 권유 등을 하면 계약을 해지해야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금소법은 내년 3월 25일부터 시행된다. 

금융권에서 금소법 시행령 세부사항 가운데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위법계약 해지권’과 ‘징벌적 과징금’ 조항이다. 일부 내용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금융사와 소비자간 분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한 금융사 영업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힐 여지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가령, 판매자의 ‘상품숙지의무’가 도입돼 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은 상품판매를 권유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하고 있는데, ‘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상품에 투자한 소비자가 수익률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 같은 조항 등을 근거로 상품해지를 요구할 경우 금융사와 소비자간 갈등상황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행령에 따르면 위법계약 해지권은 금융사가 판매원칙을 위반한 경우 소비자는 금융상품 유형과 관계없이 계약일로부터 5년, 위법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 계약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 위법계약 해지권은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된다. 

금융사가 판매규제를 위반했을 경우 판매로 얻은 수입의 최대 50%를 벌금으로 부과해야 하는 조항 역시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상품판매의 1~2%에 달하는 수수료를 수익으로 얻어가는 금융사 입장에선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과징금이 수입을 훨씬 초과하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사고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상품을 판매하지 않을 경우엔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대형사고를 막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금소법 시행령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시행령 일부 사항의 기준이 모호해 금융사와 소비자간 갈등상황을 초래할 여지가 높아 좀 더 명확한 기준 보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