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권 부과금' 2021년까지 연장…"한번 호갱은 영원한 호갱"

   
▲ 이원우 기자
한국 영화계는 좌파, 새누리당은 우파라고 생각하는가? 지금은 생각을 바꿀 시간이다.

12월4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보도자료 하나가 올라왔다. 종래 2014년까지였던 영화상영관입장권 부과금 징수기한이 2021년까지로 연장됐다는 내용이었다. ‘입장권 부과금’이란 건 뭘까.

영화 티켓을 자세히 보면 관객이 낸 티켓 값에 ‘영화발전기금’이 포함돼 있다는 문구가 있다. 영화상영관입장권 부과금은 이 발전기금의 중요 재원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한국 영화계를 지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좋은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이 제도가 처음 논의된 건 2007년. 대통령은 노무현이었다. 그는 당시 스크린쿼터 축소에 격렬히 반대하는 영화계를 달래기 위해 이 제도를 고안했다. 전 세계 최초의 ‘좌파 신자유주의자’로서 한미FTA를 추진하기 위해 스크린쿼터에 손을 대야겠으니 입장권 부과금으로 타협을 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했다.

도입될 때만 해도 ‘이 제도는 한시적인 것’이라고 참여정부는 말했다. 잠시 동안만 영화계를 도와주면 그 이후에는 자립할 수 있을 거라는 뉘앙스였다. 그렇게 지난 6년간 한국 영화계에는 총 2132억 원이 징수됐다. 당연히 1원도 빠짐없이 전부 세금이다.

올해 12월31일까지였던 이 제도의 손금을 연장시키는 데 앞장선 건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부산 금정구)이다. 그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수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내용은 다른 게 없다. 제도를 2021년까지로 연장하자는 것이다. 결국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2015년 예산안과 함께 의결됐다.

   
▲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수정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고 있는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 /뉴시스

지난 6년간 영화계에서 어떤 작품들이 만들어졌는지를 떠올려보면 참 많은 ‘진흥’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든 ‘이명박근혜’를 흔들어보려고 작심하고 만든 영화들을 잠깐만 떠올려 봐도 제목들이 마구 튀어나온다.

남영동1985, 변호인, 천안함 프로젝트, 다이빙벨…. 당신이 이 영화들의 관점에 동의했건 동의하지 않았건 당신은 이 영화들의 탄생을 지원했다. 심지어 외국 영화를 볼 때도 발전기금은 징수된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이런 영화들을 7년 더 도와주고 싶은 모양인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은 예술적 사명감이 대단하신 분 같다. 문화에 대한 식견이 부족한 여타의 한국 우파들과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이런 대단하신 분이 작년 2월 민중극단의 연극 ‘한강의 기적’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대관취소 굴욕을 당했을 땐 뭘 하고 계셨는지도 문득 궁금해진다.

한국 영화계는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에게 고맙다는 말 한 마디라도 반드시 전달하길 바란다. 이 제도의 연장에 반대했던 극장주들에겐 미안하단 말 한 마디라도 반드시 전달하길 바란다. 그것이 인간에 대한 예의이자 ‘동료’에 대한 성의 표시일 테니까 말이다.

이번 주말, 극장에 가지 않을 것이다. 주머니는 삥 뜯겼을지언정 마음만은 충무로를 외면하고 싶은 오늘 한국의 관객들은 다시금 ‘호갱님’으로 거듭났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