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빚을 내서까지 투자에 나서는 세칭 ‘빚투’ 경향이 여전히 이어지면서 신용거래융자 잔고 역시 연초 대비 약 80% 늘어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최근 국내외 증시 불확실성 증가로 조정장세가 오자 반대매매 증가 등 상승장 때는 드러나지 않았던 위험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빚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코스피+코스닥)은 16조 5933억원에 달했다. 이는 연중 최고점이었던 17조 9023억원(9월 17일)보다는 줄었지만 연초의 9조 2072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80% 더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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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신용융자는 증권사가 예탁된 주식, 채권, 수익증권이나 현금 등을 담보로 고객에게 주식매수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지칭한다. 투자자는 매수 금액의 60%는 증권사로부터 빌리고 40%를 보증금으로 내게 된다. 신용거래 융자 잔액이 늘어날수록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 개인 투자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 된다.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금액은 지난달 들어 28일까지 총 308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달 26일에는 하루에만 무려 224억원의 반대매매가 나오기도 했다. 올해 1월 일평균 반대매매 금액이 107억4000만원인 점을 감안할 때 얼마나 큰 폭의 증가가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반대매매는 주식 매수 자금을 빌려준 뒤 주가가 하락해 담보 비율이 140% 밑으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팔아 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 규정에 따라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담보 비율을 140%로 유지해야 한다. 또 반대매매가는 장 시작 전 시초가로 처분되기에 거래량이 적거나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에서는 투자심리에 더욱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달 기준 신용융자잔고가 가장 많은 종목은 셀트리온(3923억원), 씨젠(3653억원), 삼성전자(3176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2903억원), 카카오(2268억원) 순서였다. 절반이 바이오 관련 종목으로 채워진 셈이다.
바이오주 중심의 신융거래가 늘어나는 것은 시장 안팎의 우려를 점증시키고 있다. 특성상 반대매매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 번에 리스크가 폭발할 경우 그 결과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조정장세가 도래하자 증권사의 반대매매 사례가 늘어나면서 ‘깡통계좌’ 위험성도 더욱 커졌다”면서 “아직 주식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투자자들의 ‘빚투’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시장 전체의 부담을 늘려가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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