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진의 기자]정부의 세금·대출 규제로 똘똘한 한채 선호 현상이 짙어지다, 최근 들어 전세난이 지속되면서 중저가아파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세값이 상승함에 따라 수요자들이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외곽지역 중심으로 둥지를 옮기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에도 서울의 중저가 아파트값 상승 속도는 고가 아파트의 2배에 육박했다.
|
|
|
▲ 항공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
4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1분위(하위 20%) 평균 아파트값은 4억5638만원으로 조사 이후 처음 4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1분위 평균 아파트값은 새 임대차 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3개월 전(4억2312만원)과 비교하면 7.9% 상승한 것이다. 동 기간 5분위(상위 20%) 평균 아파트값은 18억4605만원에서 19억2028만원으로 3개월 사이 4%나 뛰었다.
고가 아파트가 4.0% 오르는 동안 중저가 아파트는 7.9% 올라 저가 아파트 상승 속도가 2배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값 5분위 배율은 4.2로, 2017년 5월(4.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5분위 배율은 아파트 가격 상위 20% 평균(5분위)을 하위 20% 평균(1분위)으로 나눈 값으로, 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것이다.
통상 5분위 배율이 낮아지는 것은 주거 양극화가 완화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최근 5분위 배율이 내려간 것은 중저가 아파트값이 급격히 뛰면서 고가와 가격 차이를 좁힌 것이어서 긍정적으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이다.
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품귀와 전셋값 급등이 이어지면서 전세 수요를 대체할 만한 서울 외곽의 소형 아파트값도 크게 올랐다.
지난달 1㎡당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82만원으로, 3개월 사이 6.6%(73만원) 상승했다. 구별로 보면 3개월 동안 아파트값이 가장 크게 오른 곳은 도봉구(11.0%)로, 평균보다 2배 가까이 뛰었다.
이어 노원구(10.3%)가 10% 넘게, 강북구(9.6%)와 중랑구(9.4%)가 9% 넘게 올랐고, 성북구(8.2%), 은평구(8.6%), 구로구(8.1%)도 8% 이상 상승해 다른 구에 비해 아파트값 상승 폭이 컸다.
이들 지역에서 소형 면적인 전용 59㎡ 아파트를 살 때 필요한 금액은 중랑구가 4억3975만원으로 가장 낮았고, 도봉구 4억3450만원, 강북구 4억5418만원, 은평구 4억6276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구로구(5억472만원)와 노원구(5억863만원), 성북구(5억5425만원)는 5억∼5억5000만원은 있어야 했다.
석 달 전 서울의 아파트 3분위 평균 전셋값이 4억3841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3분위 아파트에 전세로 살던 가족이 내 집 마련을 위해 5분위 아파트를 사들이려 해도 벅찬 상황인 것이다.
저가 아파트값 상승 속도는 최근 1년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지난달 서울의 1분위 평균 아파트값은 2년 전(3억40540만원)과 비교하면 32.1%(1억198만원) 올랐고, 1년 전(3억5926만원)보다는 27.0%(9712만원) 뛰었다.
최근 1년간 상승분(27.0%)이 그 전 1년간 상승분(5.1%)의 5.3배에 달한다. 1분위 아파트값은 국민은행이 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12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2억2000만∼2억5000만원에 머무르다가 2015년 12월 2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이후 2년 만인 2017년 12월 3억원, 그해 1년 뒤인 2018년 12월 3억5000만원을 각각 돌파하며 가격 상승에 속도가 붙었다. 그러다가 올해 6월 처음 4억원을 넘겼고 이후 4개월 만인 지난달 4억5000만원 선을 돌파한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다주택자를 옥죄는 규제로 인해 똘똘한 한채 선호 현상이 나타나다가, 전세난이 심각해지자 서민들이 전세짒 마련할 값으로 매매를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면서 "투자자들도 고가 주택, 서울 중심으로만 바라보다 최근에는 중저가 아파트 또는 최저가 아파트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임대시장은 매매시장을 움직이게 될 것이고, 향후 임대료 상승에 따라 매매가격도 동반 상승해 서민들의 서울살이는 더 팍팍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유진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