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권 재편론’이라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시큰둥하다. ‘새 정치’의 상징으로 ‘안풍’을 이끌던 과거의 안 대표와 달리 야권 재편의 구심점이 될 수 없는 현실적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 내 일부 의원들은 안 대표가 제시한 야권 혁신 플랫폼에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여전히 “관심 없다”며 아예 논의의 싹을 잘랐다.
안철수 “공동 노력 없이는 정권 견제 이뤄질 수 없다는 절박감” 김종인 “관심 없다”
지난 6일 국민미래포럼의 초청 강연에서 ‘야권 재편론’을 던진 안 대표는 9일 기자들과 만나 "범야권의 공동 노력 없이는 정권 견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에 혁신 플랫폼을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는 화두를 던진 것이고 스펙트럼은 다양할 수 있다. 상황을 얼마나 엄중하게 보는가에 따라 해법을 여러 가지 생각할 수 있다”면서 “절박한 시점이라는 고민과 충정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여권의 실정 속에서 차기 대선은 물론 당장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조차 구체적인 후보를 내세우지 못하는 국민의힘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야권 혁신을 위한 개편을 요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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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2017년 11월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출판기념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하지만 국민의힘은 시큰둥하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부 의원들이 안철수 예기에 동조하느냐 안하느냐 그건 관심이 없다”면서 “우리 당이 어느 한 정치인이 밖에서 무슨 소리를 한다고 거기에 휩쓸리거나 할 정당이 아니란 것을 분명이 이야기한다”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중진의원들과의 만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관심도 없고 혼자 하면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배준영 대변인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구심점이 되는 플랫폼은 우리 당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 입장에서는 우리가 제1야당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신당 창당을 통한 야권 재편이 아닌 국민의힘으로 흡수·통합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한자릿수 지지율과 3석의 의석수...예전같지 않은 안철수,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회의적
이같은 반응은 결국 안 대표의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안 대표는 서울시장 지지율 1위를 달리면서도 ‘아름다운 양보’를 통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후 ‘새정치’를 내건 안 대표는 기존 정치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흡수하면서 ‘안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지금의 안 대표는 지지율 한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는 야권의 대권후보 중 한명일 뿐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5∼7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안 대표는 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2,576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안 대표의 지지율은 4.9%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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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사진=안철수 대표 페이스북 |
국민의당 의석수도 마찬가지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호남에서 ‘안풍’을 일으키면서 38석을 확보했던 것과 달리 지금의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3석뿐이다. 20대 국회에서는 캐스팅보트로서 국회 의사결정 과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지금의 의석수는 거대여당을 견제하는데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칠수가 없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9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야권 재편같은 사실상 빅딜은 양측의 힘이 비슷할 경우에 가능한 제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지금 안 대표는 야권의 한자릿수 대권주자 중 한명일 뿐이다. 더구나 국민의당이 가진 3석은 더불어민주당을 견제하는데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와 국민의힘이 생각하는 바도 다르다. 안 대표는 대권후보를 지향하고 있지만,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후보 중 한명’이 되어주길 원하고 있다. 냉정하게 말해 경선 흥행을 위한 요소 중 하나인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대표는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당 내에서는 안 대표의 제안에 동조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안 대표가 주장한 야권 재편론은 서둘러서 해야 할 일”이라면서 “국민의당과 함께 하는 것은 김영삼 대통령의 3당 통합이나 노무현 대통령의 통합보다 훨씬 설득력 있는 통합”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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