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열풍 이어지며 금리높은 '발행어음' 투자수요↑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이 영위하고 있는 발행어음 사업의 규모가 올해 들어 계속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투자 열풍을 등에 업고서 발행어음 잔고가 17조원을 넘긴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언제쯤 4호 사업자가 인가를 받을 것인지에 집중되고 있다. 단, 작년부터 올해 불거진 환매중단 사태의 여파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초대형IB의 발행어음 잔고가 올해 1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 등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증권사 3곳의 올해 3분기 기준 발행어음 수신잔고는 17조 4775억원까지 불어났다. 이는 전년 동기 11조1430억원에 비해 무려 56.6% 증가한 수준이다. 당장 올해 3월 말의 14조 6291억원과 비교해도 19.4%(2조8484억원) 늘어났다.

   
▲ 사진=연합뉴스


초대형IB들의 발행어음 잔고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서 ‘투자열풍’이 일어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경제적 침체와 기존의 저금리 기조와 맞물리면서 오히려 더 많은 투자 수요를 만들어낸 것이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요건을 갖춰 초대형IB로 지정된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의미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중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기 때문에 최근 들어 더욱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엄청난 숫자의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에 신규 유입된 한해였다. 이로 인해 발행어음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통한 발행어음 상품 가입 또한 크게 증가했다. CMA 발행어음은 일반 CMA 계좌보다 더 높은 2~3%의 수익률을 제공하기 때문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말 기준 CMA 발행어음 잔고는 연초 대비 92.4% 급증했다.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00%까지만 발행어음을 판매할 수 있다. 결국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8월 말 발행어음 한도관리를 위해 신규가입 고객을 더 이상 받지 않았다. KB증권도 연간 목표치를 넘기는 등 초대형IB의 발행어음사업은 ‘포화상태’에 다다르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새로운 초대형IB가 시장에 진입해도 충분히 활력 있는 경쟁을 하며 시장을 키워나갈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어떤 회사가 언제 신규 인가를 받을 것인지는 늘 관심의 초점이다. 원래 미래에셋대우,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증권 등 발행어음 사업 요건을 갖춘 신규 증권사가 올해 안에 인가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사모펀드 환매연기 사태와 금융당국의 징계 등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그나마 가장 가능성이 있는 곳은 미래에셋대우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의 검찰 고발을 피한 미래에셋대우의 발행어음 인가 심사를 재개한바 있다. 그러나 사모펀드 사태 후속조치에 인력이 집중되면서 인가 심사는 지연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와 메리츠증권의 경우 전망이 더욱 나빠졌다. 지난 9월 22일, 금융당국은 하나금융투자와 메리츠증권이 해외 대체투자 과정에서 부당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기관주의 및 임직원 견책조치를 내린바 있다. 이로 인해 두 회사는 2년간 신규 인가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내에 4호 사업자가 나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라면서도 “발행어음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당국의 추가 인가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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